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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봉쇄 해제" vs. 미국 "압박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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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봉쇄 해제" vs. 미국 "압박 유지“

미·이란 대표단, 카타르 중재로 지난 7월 휴전 붕괴 후 첫 간접 메시지 교환
페제시키안 "해협 통항 차단 안돼"…트럼프 "굴복 안 하면 파멸" UN총회 연설 설전
걸프 원유 공급 차질 지속·대응 제재 경고에 국제 유가 2% 가까이 상승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UNGA)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UNGA)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이란 군사 충돌이 7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양국 대표단이 유엔 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카타르의 중재로 지난 7월 휴전 붕괴 이후 첫 간접 접촉을 가졌다. 그러나 해상 봉쇄 해제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등 핵심 현안을 둘러싼 대립이 팽팽히 맞서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간) 이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제안에 대한 답변을 검토 중이며 양국 간 외교적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개석상서 날 선 설전…카타르 중재로 2시간 간접 메시지 교환


양국 정상은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강도 높은 비판을 주고받았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의 이란 항구 해상 봉쇄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 시도를 단호히 비판하며, 이란 국민이 외부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모든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의 혜택을 누리는 상황에서 이란만 수로 이용을 거부당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연설에서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았다고 주장하며, 협상이 무산될 경우 이란을 절멸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역시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의 합의 도출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군사적 옵션 유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연설 무대 밖에서는 카타르의 중재로 2시간 동안 실무 메시지 교환이 이뤄졌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전 전선에서의 전쟁 종식, 미국의 공격적 행위 중단, 동결 자산 해제 등을 핵심 협상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란 내부 강경파 반발…대면 만남 금지령 속 대미 압박 강화

뉴욕 접촉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 내부 강경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혁명수비대(IRGC) 연계 매체인 타스님 통신은 이란이 선제 조건을 제시한 상황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미국 측 특사들과 접촉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에 명분을 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란 소식통에 따르면 최고국가안전보장회의(SNSC)는 대표단에 미국과의 직접 대면 만남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다.

해당 회의에는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뒤를 이었으나 아직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모지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지정한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봉쇄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23일 이후 이란 민항기 취항을 허용하는 제3국에 대해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모흐센 레자에이 SNSC 사무총장은 이웃 국가들이 이란 항공편을 차단할 경우 상대국 공항 운영을 저지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호르무즈 해협 주도권 다툼…국제 유가 2% 상승


세계 석유·액화천연가스(LNG)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두고 양측의 입장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이란은 해협 통제권을 행사하고 통과 선박으로부터 수수료를 징수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국제 자유 항행 원칙을 내세워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했다.

미·이란 간 호르무즈 통항 조건에 대한 대립이 지속되면서 23일 국제 유가는 2% 가량 상승했다. 글로벌 벤치마크 원유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1.82%(1.37달러) 상승한 76.52달러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81%(1.28달러) 상승한 71.91달러로 마감했다.

현재 걸프 지역 석유 공급량의 3분의 1가량이 차질을 빚고 있으며, 디젤 등 정제유 부족 현상은 글로벌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부 유조선들은 화물 가치의 최대 25%에 달하는 위험 수수료를 부담하며 송신기를 끄고 야간 운항을 통해 오만 해안 등에서 원유를 환적하는 방식으로 수송을 이어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달과 다음 달 인도분으로 6000만 배럴의 걸프 원유를 판매했으며, 아랍에미리트(UAE)의 수출량은 전쟁 전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겨우 회복해가고 있는 중동지역으로부터의 원유 공급망이 미·이란 간 합의로 호르무즈 재개방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더 악화될지는 이번 양측 간 물밑 접촉 협상의 결과에 달려 있다.


심완섭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iberwld@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