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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해맥 "금리 더 올려야"…기업 가격 결정력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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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해맥 "금리 더 올려야"…기업 가격 결정력에 주목

제조업 현장서 수요·설비투자 확대 확인…AI 투자 열풍·인력난·관세 부담도 물가 압력
베스 해맥 미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베스 해맥 미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로이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대표적인 금리 인상론자인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기업들의 강한 가격 결정력과 견조한 경제활동을 근거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제조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낮추지 않아도 고객을 확보하고 대규모 설비투자를 추진할 만큼 수요가 강하다는 점에서 현재 금리 수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맥 총재가 최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제조업체 저겐스를 방문한 뒤 미국 경제의 수요와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이 여전히 강하다고 평가했다고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해맥 총재는 지난달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인상했지만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낮추려면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자금이 유입되는 규모와 기업들이 창출하는 이익을 보면 현재 경제가 제약받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격보다 납기 우선하는 고객들…기업 가격 결정력 강화

해맥 총재가 방문한 저겐스는 항공기 부품과 산업용 고정장치 등을 생산하는 클리블랜드의 가족경영 제조업체다.

항공기 패널이나 공연장 스피커 등을 고정하는 클램프와 신속 체결용 핀 등 산업용 부품을 제조한다.

이 회사는 최근 항공우주업체들의 주문이 급증하면서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 경쟁업체의 제품에 관세가 부과돼 가격이 상승한 것도 저겐스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저겐스는 창립 84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공작기계 구매도 앞두고 있다.

잭 슈론 저겐스 사장은 고객들의 구매 기준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품질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가격이 중요한 경쟁 요소였지만 최근에는 제품을 얼마나 빨리 공급할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슈론 사장은 "이제는 누구도 기다리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몇 달을 기다리기보다 몇 주 안에 제품을 공급받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서 저겐스의 수익성도 개선됐다.

해맥 총재는 이러한 현상이 물가 안정 측면에서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이 가격을 낮추지 않아도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은 수요가 공급능력을 웃돌고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통상 금리 인상은 자금 조달 비용을 높여 투자와 소비를 억제하고 기업들의 가격 인상 여력을 약화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현재 저겐스와 같은 기업에서는 수요가 충분히 강해 이러한 제약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해맥 총재의 판단이다.

그는 슈론 사장이 고가의 설비를 구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기업들이 여전히 강한 성장세를 경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가 안정까지 2029년은 너무 늦다"…추가 인상 필요

해맥 총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를 5년 넘게 웃돌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특히 물가 상승이 저소득층 가계에 미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소득층 주민들과 대화하면서 일부 가구가 더 저렴한 식품을 선택하는 수준을 넘어 어떤 청구서부터 납부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연준 위원들의 경제전망에서 다수는 인플레이션이 2029년에야 목표치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해맥 총재는 이러한 전망에 대해 "나에게는 너무 오랜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금리를 한 번에 큰 폭으로 인상하기보다는 작은 폭의 조정을 더 자주 실시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해맥 총재는 기업들이 갑작스러운 큰 폭의 금리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 7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을 당시에도 그는 금리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진 위원 3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 위원은 연말까지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일부 위원은 이달 회의에서 추가 인상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해맥 총재는 다른 위원들보다 추가 긴축의 필요성을 강하게 강조하고 있다.

◇AI 투자 열풍, 금리 인상 효과 약화시킬 가능성

미국 경제의 강한 수요를 떠받치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확대다.

데이터센터와 첨단 기술시설 건설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면서 관련 산업의 설비와 부품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해맥 총재는 AI 투자 확대가 미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기존 금리가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정도가 예상보다 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는 금리를 높인다고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해맥 총재는 "금리 인상이 데이터센터 수요를 실질적으로 둔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형 기술기업들은 보유 현금과 채권시장을 통해 막대한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일반 기업보다 금리 인상에 덜 민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항공기 제조업체, 에너지기업, 운송업체 등과 상당수 산업용 부품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맥 총재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관련 구매자들은 가격에 덜 민감하며 납품 일정에 대한 요구는 더욱 강하다.

이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필요한 부품을 확보하면 관련 시장의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

그는 금리 인상이 데이터센터 수요를 직접 억제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기업들이 신규 시설이나 제품에 대한 투자를 재검토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수요 조절이 전체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인력난·관세 부담도 생산비 상승 요인

해맥 총재는 기업들의 인력 확보 어려움과 관세 부담도 물가 상승 요인으로 지목했다.

저겐스는 약 45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맷 슈론 저겐스 총괄매니저는 구인 공고에 지원하는 인원이 줄어들면서 인력 확보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신규 직원에게 기존 직원보다 높은 임금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기존 직원들의 임금 인상 요구로 이어져 전체 인건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해맥 총재는 신규 채용 조건의 변화가 기업 전체의 임금 수준을 다시 결정하도록 만든다고 지적했다.

관세도 기업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산 경쟁 제품에 대한 관세는 저겐스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반면 저겐스가 일본과 독일, 한국에서 수입하는 고정밀 공작기계에는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필요한 일부 고정밀 공작기계를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해 해외 제품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겐스가 구매하는 한 기계에 부과되는 관세만 20만달러(약 2억6880만원)를 넘는다.

슈론 사장은 이러한 비용이 결국 고객에게 판매하는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관세가 일부 미국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생산비를 상승시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장기 국채금리 상승에도 "연준 역할 대신할 수 없어"

최근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경제 전반의 자금 조달 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해맥 총재는 이러한 변화가 금융 여건을 긴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채권시장의 금리 상승이 연준의 통화정책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반대했다.

그는 장기 국채금리 상승이 통화정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를 과열시키지도 냉각시키지도 않는 이른바 중립금리에 대한 해맥 총재의 추정치는 연준 위원들 가운데 높은 편이다.

그는 자신의 중립금리 추정치가 틀렸다면 실제 수준보다 낮게 평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현재 금리가 경제를 충분히 제약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통화정책의 향후 방향을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에서도 해맥 총재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과 차이를 보였다.

워시 의장은 연준이 향후 금리 경로를 지나치게 예고하거나 경제전망을 상세히 설명하면 실제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해맥 총재는 기업과 가계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연준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WSJ는 해맥 총재가 현장 기업들의 투자 확대와 가격 결정력, 인력난 등을 통해 미국 경제의 강한 수요를 확인하고 있으며 이러한 판단이 추가 금리 인상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경제가 높은 금리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과 AI 투자 확대가 향후 물가 및 통화정책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