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드 "AI 기업 순환금융·자금조달 비용에 기관투자자 우려 커져"
코어위브 주가 15% 폭락…가트너 "2030년 네오클라우드 80% 이상 독립 운영 중단"
코어위브 주가 15% 폭락…가트너 "2030년 네오클라우드 80% 이상 독립 운영 중단"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월가에서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산업의 기술 공급자를 넘어 고객사의 자금조달까지 뒷받침하는 구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기업들의 차입 비용이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반도체 수요 증가에서 실제 현금창출 능력과 재무 건전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야후파이낸스는 미국 투자회사 베어드의 테드 모턴슨 기술전략가가 최근 AI 관련주 매도세의 핵심 원인으로 자금조달 부담과 기업 간 순환금융 구조를 지목했다고 1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모턴슨은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월가는 엔비디아 은행, AMD 은행, 브로드컴 은행에 지쳐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도체 기업들이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고객사에 자금을 제공하거나 투자하는 방식이 확대되면서 기존의 반도체 공급업체를 넘어 사실상 금융 지원자 역할까지 맡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번 투자 사이클에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기관투자자들은 이를 좋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기업의 '은행 역할' 논란…순환금융 구조에 경계감
최근 AI 산업에서는 반도체 제조업체와 AI 서비스 기업, 데이터센터 운영업체가 서로 자금을 투자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거래 관계가 확대되고 있다.
모턴슨은 이러한 순환금융 구조에 대한 시장의 감시가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높아진 자본조달 비용과 순환금융에 대한 집중적인 검토가 앤스로픽의 투자자 대상 비공개 설명회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앤스로픽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3분기 매출이 168억달러(약 22조3776억원)로 증가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I 기업들의 매출 확대에도 시장에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막대한 투자금이 어떤 방식으로 조달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모턴슨이 지적한 핵심은 AI 반도체 수요 자체보다 자금조달 구조의 지속 가능성이다.
AI 인프라 기업들이 반도체를 구매하고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계속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달 비용까지 높아지면 사업 확장의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비용이 상승하면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기업이라도 투자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코어위브 주가 15% 급락…AI 인프라 기업 재무 부담 부각
이러한 우려는 AI 클라우드 기업들의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 주가는 14일 15% 넘게 하락했다. 15일 장전 거래에서도 약세를 이어갔다.
코어위브뿐 아니라 네비우스, 오라클 등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에 나선 기업들도 매도 압력을 받고 있다.
모턴슨은 코어위브, 네비우스, 오라클이 기술업계에서 잉여현금흐름 측면의 취약성이 큰 기업들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에 필요한 지출을 제외하고 남는 자금이다.
그는 이들 기업이 앞으로도 외부 자금조달에 크게 의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턴슨은 "그것이 진짜 문제"라며 잉여현금흐름에 대한 부담과 높아진 자본조달 비용 때문에 이러한 위험에 노출된 기업들의 주식이 매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어위브의 주가뿐 아니라 회사채 가격도 급락하면서 차입 비용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코어위브의 2031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15일 16%를 넘어섰다. 회사채 수익률 상승은 채권가격 하락과 함께 해당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가트너 "네오클라우드 80% 이상 2030년까지 독립 운영 중단"
AI 인프라 기업들의 재무적 위험에 대한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네오클라우드 기업의 80% 이상이 2030년까지 독립적인 사업 운영을 중단할 것으로 전망했다.
네오클라우드는 AI와 고성능 컴퓨팅에 특화된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을 말한다.
가트너는 막대한 설비투자 비용과 차별화된 사업 모델의 부족이 이들 기업에 심각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현재와 같은 투자 확대가 지속될 경우 2030년 말까지 3조5000억달러(약 4662조원)가 넘는 AI 인프라 투자자산이 가치 손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AI 기업들은 올해 약 1조달러(약 1332조원)를 인프라에 투자하고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추가로 6조달러(약 7992조원)를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투자 규모와 자금조달 비용을 감당하면서 투자자본에 대해 12%의 수익률을 확보하려면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에서 누적 8조5000억달러(약 1경1322조원)의 매출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가트너는 같은 기간 AI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기업과 소비자 대상 AI 매출이 3조6000억달러(약 4795조원)를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계획된 AI 인프라 투자가 모두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다.
다만 가트너의 전망은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의 독립적인 사업 운영 중단 가능성을 뜻하며 해당 기업들이 모두 파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삼성전자·마이크론·ASML 호실적에도 매도…기관자금 이동 조짐
AI 투자에 대한 불안은 자금조달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모턴슨은 실적이 매우 좋은 반도체 기업들까지 기관투자자들의 매도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 마이크론,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을 사례로 제시했다.
이들 기업이 강력한 실적을 내놓고 있음에도 주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모턴슨은 "펀드매니저들이 흠잡을 데 없이 뛰어난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주식까지 팔고 있다"고 말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황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위험을 줄이고 투자 비중을 조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0월 6일 기준 연초 대비 약 87% 상승했지만 14일 종가 기준 상승률은 약 65%로 낮아졌다.
모턴슨은 앞선 상승세에 대해 약 10년 치 주가 성과에 해당할 만큼 강력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의 조정이 건전한 측면도 있지만 AI 인프라 관련주에 지나치게 많은 자금을 투자했던 기관투자자들이 다른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자금이 이동하는 대상으로는 소프트웨어 기업을 지목했다.
모턴슨은 기관투자자들이 AI 인프라 관련주에서 투자 비중을 줄이고 소프트웨어 분야로 옮겨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기술주 전체에서 자금을 빼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연말을 앞둔 펀드매니저들이 올해 거둔 투자수익을 확정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이 매수 기회인가"…AI 투자 수익성 검증 본격화
최근 AI 관련주 급락이 저가 매수 기회인지를 놓고도 시장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모턴슨은 주가 하락 이후 매수에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것이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번 조정이 지나치게 높아진 주가에 대한 건전한 조정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동안 AI 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첨단 반도체 공급 부족과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 막대한 투자계획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들이 이러한 투자를 지속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지, 자금조달 비용을 감당하면서 충분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야후파이낸스는 AI 관련주 매도세가 기업의 자금조달 필요성과 조달 비용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욱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산업의 성장 기대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대규모 설비투자의 지속 가능성과 재무 건전성을 더욱 엄격하게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