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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본, 알래스카 LNG·조선 투자 압박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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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본, 알래스카 LNG·조선 투자 압박 직면

미국, 80조 엔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에 에너지·조선 포함
한국, 22조 엔 조선 투자로 미국 시장 선점
 미 해군 요코스카 기지에 정박한 항공모함. 사진=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이미지 확대보기
미 해군 요코스카 기지에 정박한 항공모함. 사진=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
미·일 통상 협상이 7월 말 타결되면서 일본 기업들은 5500억 달러(약 764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압박에 직면했다. 에너지와 조선, 공급망 강화가 주요 투자 분야로 거론됐지만 합의문은 공개되지 않았고, 양국의 설명도 엇갈리며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닛케이가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 구매가 아니라 출자 방식의 참여다. 일본 기업은 비용과 위험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반면, 한국은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 알래스카 LNG, 일본 겨냥한 트럼프 발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22일 백악관 행사에서 "일본과 알래스카에서 합작 LNG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단순 장기계약을 넘어 자본 참여까지 염두에 둔 발언이다.

알래스카 LNG는 연간 2000만 톤 규모로, 일본 LNG 총수요의 약 30%에 해당한다. 알래스카 북부 가스전에서 남부까지 1300km 파이프라인을 연결하고, 남부에 세 기의 액화 설비를 설치해 각각 600만~700만 톤을 처리한다. 총사업비는 440억 달러(약 61조1292억 원)에 이르며, 글렌퍼른 알래스카(지분 75%)와 알래스카주 개발공사(25%)가 사업을 맡고 있다.

미국은 일본에 단순 구매자가 아니라 개발사나 액화 자회사에 투자자로 참여하길 기대한다. 일본이 과거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했던 사할린2, 아틱 LNG2, 인펙스-이크시스 같은 '국책 프로젝트' 모델을 미국에서도 재현하라는 의미다.

◇ 일본 기업, 가격과 위험에 신중


일본 기업들은 거액 투자 부담을 이유로 소극적이다. 파이프라인과 건설비로 LNG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종합상사 관계자는 "총사업비가 6조 엔에 달해 일부 지분만 맡아도 수천억 엔이 필요하다. 정부 보증 없이는 참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JERA 가니 회장은 "가격을 보지 않고는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고, 도쿄가스 남 탁 최고재무책임자도 "비용이 불투명하다"며 언급을 피했다.

대만 CPC는 올해 3월 연 600만 톤 구매 기본 합의에 도달했고, 태국 PTT도 6월 연 200만 톤 구매 의사를 밝혔다. 일본이 머뭇거리는 사이 아시아의 LNG 확보 경쟁은 이미 속도를 내고 있다.

◇ 조선 협력 요구에 일본은 소극·한국은 적극


대미 투자 패키지에는 조선도 포함됐다. 미국 정부는 "새로운 조선소 건설과 기존 시설 현대화"를 기대한다. 그러나 일본 조선업계는 일제히 부정적이다.

이마바리조선 사장은 "일본의 세계 점유율은 13%로 떨어졌다. 미국을 도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조선이 노동집약적 산업이어서 미국의 높은 인건비로는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고, 10만~20만 개에 달하는 부품을 조달할 공급망도 미국에는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실적 대안으로 미 해군 함정 정비 확대가 거론되지만, 추가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소극적이다.

반면 한국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1500억 달러(약 208조 원) 투자를 약속했고, 상당 부분을 조선에 집중하고 있다. 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이 주도하고 정부가 금융과 펀드로 지원한다. 한화오션은 2024년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해 교두보를 확보했고, 미국 내 상선·군수 수요 흡수와 함께 자율운항선박과 정보기술 융합 신조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 일본 정부, 정책 패키지로 대응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조선 산업 회복 패키지를 준비 중이다. 국유·민영 형태의 '국립 조선소' 설립과 1조 엔 규모 산업기금 조성이 핵심이다. 목표는 경제안보와 공급망 강화다. 그러나 민간 업계가 부담을 피하려는 기조를 유지해 정부 주도와 업계 태도 사이에 간극이 크다.

알래스카 LNG와 조선은 일본에겐 동맹 강화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지만, 동시에 막대한 비용과 위험이 따른다. 한국은 적극적 투자로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며 선점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통상정책은 관세 압박에 투자 요구를 결합했다. 일본이 장기계약으로 머뭇거리는 사이 한국은 자본, 기술, 정부 지원을 결합해 미국 조선·에너지 생태계 편입을 서두르고 있다. 향후 10년간 아시아 조선·에너지 주도권의 판도를 가를 변수가 되고 있다.

일본이 '국책 프로젝트'를 다시 세워 출자에 나설지, 아니면 신중론 속에 기회를 한국에 내줄지는 동아시아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이 매체는 결론지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