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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적 춤 화법으로 무대 장악하는 '춤판의 아마조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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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적 춤 화법으로 무대 장악하는 '춤판의 아마조네스'

[춤밭을 일구는 사람들(71)] 박희진(현대무용가, 교원대 강사)

불사조 열정으로 집중하는 '저돌적 춤꾼'


고전적 심성과 현대적 몸짓으로 만든 춤


시적 상상력․종교적 사유와 동화적 몸짓


깊은 성찰 통한 한국 춤 새 물결 보여줘

▲천지인(2012년)
▲천지인(2012년)
[글로벌이코노믹=장석용 문화비평가] 박희진(朴喜鎭)은 1979년 2월 17일 충남 온양에서 출생했다. 시적 상상력과 지혜가 돋보이는 행동으로 칭찬을 받았던 온양 천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온양여중에 진학한 그녀는 현대무용 전공의 김영희 선생의 지도를 받고 무용학과에 진학할 것을 각오한다. 온양여고에 진학, 원유선, 김경숙 선생으로부터 한국무용 전반을 지도받는 동시에 길남희, 유설희 선생으로부터 개인레슨을 받게 된다.

1998년 한양대 생활무용예술학과에 입학하여 스승 이숙재 교수로부터 현대무용의 세계를 전수받았다. 밀물현대무용단의 정단원이 될 때까지 전율이 이는 고난도 연기를 소화해냈다. 그녀를 발굴한 이숙재의 눈은 예리했다. 박희진은 기대 이상의 춤 활동으로 스승의 요구에 화답했다. 2002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중등학교 정교사 2급 체육교사 자격증 취득과 한양대 공로상을 수상했다.

▲하루(2004년)
▲하루(2004년)
▲욕심쟁이그녀들(2008년)
▲욕심쟁이그녀들(2008년)
2006년 한양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2011년 2월에 한양대 무용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한국무용학회 ‘최우수박사학위논문상’ 수상했다. 박희진은 이제 선후배들과의 폭넓은 춤 공연으로 밀물무도장(舞道場)의 사제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그녀는 고전적 심성과 현대적 몸짓이 만들어낸 황금배율로 현대 춤의 이상적 가상선을 가늠하면서 심호흡을 하듯 바닷가를 거닐듯 달의 마음을 수련하고 있다.

그녀는 ‘이숙재 작품 성향에 관한 연구–한글춤 중심으로’란 논제로 석사(사회학), ‘무용수업에서 교사의 피드백 지각, 동기조절 및 수업 참여의도 간의 구조적 관계’로 박사(교육학) 학위를 취득하고 이와 연관되는 작업들을 진행시키고 있다. 이 작업에 한국 무용학회 이사, 한국무용학회 생활무용지도자 자격증은 긴요하게 이용되고 있다. 꼭 필요한 연구, 자격 취득, 안무작 창출은 박희진의 뚝심이 빚어낸 결과다.

▲보이지않은허(2008년)
▲보이지않은허(2008년)
▲하늘궤적(2008년)
▲하늘궤적(2008년)
예술고에 출강하고 있는 그녀는 한양대 강사(작품지도, 세미나, 현대무용), 밀물무용예술원진흥원 교육팀장 및 사무국장, 예술경지원센터기부금 모금(문화예술단체 기부금전략컨설팅), 춤전용 M극장 프로듀서, 서울시립대 강사(뮤지컬댄스), 서울종합예술학교 강사(전공실기, 무언극 실습), 2007년 제1회 강남로그댄스 안무(강남구청), 2008년 제2회 강남비바댄스 안무(강남구청)로 고행을 수행했다.

죽음도 불사할 정도로 춤에 집중하며, 개인연습에 몰두해온 그녀는 아마조네스의 여전사들처럼 용감무쌍하며 저돌적 춤꾼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몸으로 생각하는 그녀는 음악이 있는 자리엔 늘 몸이 근질근질하다. 그동안 그녀가 안무한 작품들은 일상에서 철학적 주제로 축과 행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현대 춤에 대한 열정은 미국 LA, 일본 동경, 칠레 산티아고, 미국 라스베이거스, 뉴욕 등의 해외공연으로 연결된다.
▲VoicesofEve(2009년)
▲VoicesofEve(2009년)
▲하늘궤적(2008년)
▲하늘궤적(2008년)
그녀는 핀란드 포리댄스 컴퍼니 예술제(‘PDC’ Dance Month Festival,2012,03), 키르키즈스탄 한글춤 대탐험 『한글로 세계로 미래로 가자』(키르키즈스탄 2010 한국예술축제, 국립오페라발레극장, 2010), 미국(뉴욕)(『Voices of Eve』, WAVE RISING SERIES 안무 작품, John Ryan Theater, 2009), 미국(뉴욕)(『Into the Space』 뉴저지 Rutgers University, 2009), 우즈베키스탄 『Sun & Moon Eyes』 대한민국 예술축제 전통예술의 밤 Nabov극장, 2009), 미국(라스베이거스)(『Sun & Moon Eyes』 Nevada Las Vegas 주립대, Las Vegas University Dance Theater, 2009), 칠레(산티아고)( 『Sun&Moon Eyes』, 산티아고 아밀 페스티발, 칠레 TEUC Theater, 2009), 일본(동경)(『움직이는 한글』 제2회 일본 동경 댄스비엔날레초청공연(출연)일본 아오야마극장, 2004), 미국(LA)(한글 밀레니엄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공연, Wilshire Ebell 극장, 2003) 공연으로 해외 경험을 쌓았다.

그녀는 2001년과 2002년 솔로작품으로 콩쿠르에서 수상하고 본격적으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다양한 작품으로 예술가로서의 자질을 키워가면서 무용전공 학생들과 고민을 공유하며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밀물예술진흥원에서는 교육팀장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박희진은 소설을 시로 만들 듯 엄청난 상상에서 짤막한 단편들을 만들며 자신을 단련시키고 이제 자신의 제2기를 준비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들의 시원은 이숙재의 한글 춤에서 태동한다. 그 틈새에서 경작된 춤은 그래서 그만큼 가치가 있다.

▲훈민정음(2008년)
▲훈민정음(2008년)
▲훈민정음(2008년)
▲훈민정음(2008년)
『하루』(2004), 『before & after』(2004), 『욕심쟁이 그녀들』(2006), 『하늘궤적』(2008), 『보이지 않는 虛(허)』(2008), 『태양의 날개』(2008), 『Voice of eve』(2009), 『into the space』(2009) 등의 작품을 만들며 안무가로서 교육자로서의 아름다운 춤과 행복한 가르침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작품들은 청소년들의 일상, 변화의 몸짓, 자신의 모습, 시적 상상, 종교적 사유, 동화적 몸짓, 즉흥, 춤의 새로운 물결을 보여주는 작품들이었다.

박희진의 2012년 출연작과 안무작으로 그녀의 춤 10년을 조망해보자. 단체의 일원으로서 박희진은 자신의 몫을 다한다. 2012년 5월 12일 공연된 한글춤 『뿌리깊은 나무』에서 박희진은 모던 댄스로서의 부채춤 3인의 감각적 춤은 고난이도와 집중을 유도하는 춤의 전형과 춤의 균제감을 살리며 전문 무용단 무용수로서 노련함과 노하우를 보여준다. 박희진 춤은 늘 그녀의 춤 나이테를 읽게 해준다. 수련의 정도를 읽게 해주는 그녀의 춤은 정직하며 여전한 에너지의 비축을 보여준다.

▲한글아띠(2010년)
▲한글아띠(2010년)
▲한글아띠(2010년)
▲한글아띠(2010년)
2012년 9월 22일과 23일 이틀간 개포동 M극장에서 공연된 ‘춤과 의식전’에서 색다른 시선으로 보여준 모던 댄스 박희진 안무의 『틈』은 작은 힘이 만드는 권력, 강력한 권력에 대한 도전, 권력을 균열을 감지하는 심리를 표출한다. 박희진은 자아에 대한 깊은 성찰로 세상을 따스하게 감싸는 안무가다. 작은 희망의 탑을 쌓아 견고한 평화를 만들고자 하며,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의문을 제기한다. 소품으로 등장한 운동화는 의자와 같은 권력의 이미지다. 관객들의 의식을 일깨우는 개성 있는 공연이었다.

원형의 스폿으로 비춰지는 운동화, 여인(박희진)은 그것을 신고, 벗고 하면서 권력이 이동하면서 충돌하는 춤, 그러면서 타인(사내, 최원준)을 짓밟고 넘어서는 사회의 비정함이 표현된다. 사내도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역시 세상살이는 버겁다. 진지한 일면, 정적이 떨어진다. 다시 스폿으로 비춰지는 운동화, 그 틀(권력의 상층부)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운동화를 들고 나오면, 리듬은 급해지고 사선과 네모의 조명이 일렁이는 심리를 표현한다. 격렬함이 이어지고, 운동화가 던져지고, 운동화를 가져오고 하면서 춤은 구원의 춤으로 가닥을 잡는다. 기도와 간구 속에 그레고리안 성가, 성당임을 상징하는 스테인드글라스 색조 안에서의 춤, 권력이 쏟아짐을 비유하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신발들, 공연이 종료된다.

▲가장자리변주곡(2011년)
▲가장자리변주곡(2011년)
▲가장자리변주곡(2011년)
▲가장자리변주곡(2011년)
박희진은 모던 댄스의 실용적 도제과정을 수련한 테크니션이다. 춤의 창조적 기능을 살려 예술적 도약을 꿈꾼다. 사회적 이슈를 찾아 주변의 일상을 자기의 경험과 대비시키고 탐색하여 자신의 춤의 존재가치에 대해 고민한다. 의식적 몸짓을 피하고, 직설적 춤화법을 사용한다. 『틈』은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의 작품으로 갈수록 춤 농도는 짙어질 것이다. ‘춤과 의식전’에서 박희진의 춤 수사학은 발전을 전제로 도전과 혁신을 시도하였다. 모험적 시도의 침전물이 춤 발전의 요인이 되고, 감추어진 진실을 해독하는 값진 예술 창작품이 되었다.

2012년 10월 27일과 28일, 개포동 M극장에서 공연된 한글춤, 『천지인, 天地人』에서 탄생 그리고 소통의 예작(藝作) 「지, 地」를 안무, 철학의 심오함을 낭만주의적 틀에 담아 환상적 리얼리티를 추구한다. 소극장에 착지한 그녀의 실험은 성공하였다. 집중과 선택의 원칙하에 ‘무서운 균형’은 춤의 상징성과 음악의 사용에서 두드러진다. 『천지인』은 하늘로부터 시작해 땅을 거쳐 인간에 이르는 우주에 관한 모든 것의 생성과 쓰임을 다룬 작품이다.

▲천지인(2012년)
▲천지인(2012년)
천지인의 地(지)는 모가 진 땅을 의미한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땅의 모양은 ㅁ이다. 하늘은 베푸는 것이요, 땅은 길러줌이며, 사람은 의로움이다. 하늘에 해와 달이 있듯이 인간에게 남녀가 있고 천은 男(남)이 되고 지는 女(여)가 된다. 하늘의 정기와 땅의 형체가 합쳐져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즉, 남녀가 하나가 되어 사람(人)이 되는 것과 같음이다. 地(지)는 어머니를 의미한다. 사람(人)은 하늘의 기운을 받아 땅이 길러진다. 한글 그리고 그 탄생은 출산의 고통이다. 어미가 자식을 낳아 기르듯 그 기운과 의미는 한글 탄생의 고통과 같다. 이러한 땅의 모습을 기원하고 성대한 地(지)의 힘을 무대에서 펼쳐 보였다.

「지, 地」는 실존적 가치로서 여성의 중심에 서는 한글을 선보이고 있다. ‘촛불의 미학’은 그 종교적 염원과 한글의 우아함 기품을 엄선한다. 땅의 기운은 정신적 양식의 보고임을 박희진은 밝힌다. 굵은 선으로 미세한 움직임을 훑어 나가는 그녀의 춤은 일반적 터치의 춤과는 차별화되는 미학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지, 地」의 구성은 세 갈래로 나누어진다. 1. 천지인의 地(지)―땅의 기운과 그 기운을 받아 하나가 되어 간다. 2. 베푸는 것. 길러주는 것. 의로움.-하늘을 본받아 위로 둥글고, 땅을 본받아 아래로 모가 나며, 그 본성은 하늘을 본받아 맑고 그 정기는 땅을 본받아 풍부하다. 3. 한글 탄생의 고통-어미가 자식을 낳아 기르는 마음과 한글 탄생의 의미는 같을 것이다. 한글 탄생의 고통 또한 출산의 고통일 것이다.

▲틈(2012년)
▲틈(2012년)
「지, 地」의 음악은 1. 임동창-얼다스림Ⅲ 2. 윤용준-4대의 꽹과리를 위한 타악 앙상블 ‘일식’ 3. Matsuda Lina-Ysaye Violin Sonata Op.27 No.4 In E- I. Allemanda. Lento Maestoso 4. 박인영-Sorrow(Performed By Scott Anderson 5. 박인영-피에타(Pieta)(Sung By Anna Lois Paddock)로 전체적인 음악의 느낌은 차분하면서 웅장하다. 지금까지 ‘한글’ 공연에 사용되지 않은 음악을 사용함으로써, 첫 소극장 작품으로 만들어진 한글춤의 차별성과 대극장에서의 웅장한 매력의 음악보다는 다소 차분하고 관객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타악기, 꽹과리를 사용한 한국적 음악과 바이올린 쏠로 연주 음악과 기타 소리 등을 이용하여 소극장에서의 ‘한글춤’ 작품의 매력을 높이려고 노력하였다.

조명은 4분 가량 천천히 만들어지는 바닥 조명은 밭 전(田)자를 만들어 땅에 대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고, 초와 천을 사용하여 따뜻하면서 솔로로서 무대를 좀 더 꽉 차게 보이려고 따뜻하고 모아주는 느낌의 조명을 많이 사용하였다. 땅은 길러냄을 의미한다. 그 길러냄에 있어서 안무가 자신이 스스로 엄마가 되어, 만들어 내고 길러냄의 상징을 부각시킨다. 박희진의 이 작품은 그녀의 밝은 진전을 보여주는 수작이었다.

박희진, 그녀는 피닉스(불사조)의 열정으로 지혜의 샘을 오가는 모던 댄서다. 침잠의 고요 속에서 봄기운을 타고 솟아오를 휴화산이다. 그녀가 만들어낼 무시(舞詩)의 시편들을 떠올리면서 인간의 성장과 발견, 연(緣)의 소중함을 생각한다. 크고 작은 바람이 그녀를 숙성시키는 스승이었음을 그녀는 받아들이는 것 같다. 박희진의 마음 저편, 그녀가 전율을 느끼며 다가 설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함을 그녀는 알고 있다. 무운(舞運)을 빈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박희진현대무용가
▲박희진현대무용가
■ 박희진 수상경력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주목할 예술가상‘ 수상(2012)

한국무용학회, ‘최우수박사학위논문상’ 수상(2011)

키르키즈스탄 정부,한글춤 공연감사패(2010)

공연과 리뷰,2009 PAF 춤연기상-『훈민정흠 보물찾기』 춤연기상(2009)

강남구청, 제2회 강남댄스페스티발-『태양의 날개』 장려상(2008)

밀물무용예술원진흥,원 최우수무용가상(2007)

밀물현대무용단, 최우수연기자상(2004)

한양대학교, 공로상(2002)

▲틈(2012년)
▲틈(2012년)
한국현대무용협회, 제7회 한국현대무용협회 경연대회-『Place』 은상(2002)

안산시 무용협회, 제7회 학생무용경연대회-『젖은 꿈』 특상(2001)

한국현대무용 진흥회, 제3회 현대무용진흥회 창작무용 경연대회 –『젖은 꿈』 은상(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