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식물부터 곤충 기르기까지 도시에 녹색생명력 불어넣는 도시농업전문가

공유
7

식물부터 곤충 기르기까지 도시에 녹색생명력 불어넣는 도시농업전문가

[미래 직업의 발견] 도시농업전문가

● 도시와 농업이 함께해야 할 이유는?

도시와 농업. 우리에게는 이 둘 중 어느 단어가 더 친숙할까. 대부분 사람은 ‘도시’라는 말이 더 친숙할 것이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랐고, 또 앞으로도 도시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렇다면 ‘농업’은 어떨까. 그냥 우리하고는 먼 단어로 남겨 놓아도 될까. 오늘 먹은 점심을 생각해보자. 우리가 맛있게 먹은 음식물 중에서 농업활동에서 오지 않은 게 있을까. 쌀이며 채소며 우리가 주식으로 삼는 모든 먹거리는 농업에서 비롯된다. 농업이라는 말이 일상생활과 멀게 느껴진다고 해서 농업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농업이 없는 인간 삶은 있을 수 없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농촌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다 마찬가지다. 농업은 그만큼 우리 삶의 기반이 되는 귀중한 일이다. 그렇다면 도시와 농업은 어떤 관계일까. 지금처럼 도시와 농촌의 경계가 뚜렷하듯, 도시는 농업과 무관한 듯 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을까. 하긴 대부분 사람은 도시와 농업은 무관하게 있어도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시에는 논이나 밭이 없으므로 어차피 농업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도시는 처음부터 농업이 아니라 다른 산업으로 먹고 살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니까 구태여 연관을 짓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은 거다. 농업이 전문인 농촌은 식물을 재배하고 길러서 도시에 납품하고, 도시는 이를 소비하고, 이렇게 역할을 분담하면 서로 잘살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하는 모델이다.

이미지 확대보기
그렇지만 도시농업은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도시와 농촌이 지금처럼 경계를 뚜렷이 하고 농업은 농촌이, 그 외 산업은 도시가 맡는 게 우리 삶에 좋은가? 이런 질문을 해본다. 이와 연관된 질문은 도시에는 가로수가 충분히 있고, 군데군데 잘 가꿔진 잔디밭이나 화초를 볼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이다. 도시 생활이 삭막하게 느껴진다면 화분에 식물을 기르거나 주말이면 가까운 농촌에 가서 바람이라도 쐬면 되지 않을까, 도시는 어쩔 수 없이 녹색 식물과는 인연이 없는 곳이니까 말이다. 우리가 퍼붓는 답은 그렇다. 하지만 도시농업은 더 적극적인 고민을 해보자고 주장한다.

도시농업은 도시에서 농업활동을 하여 생산물을 먹고, 보고, 즐기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과 행복을 얻고자 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농업활동이다. 화초나 가꾸고, 가로수 그늘에서 쉬는 정도가 아니라 직접 흙을 일구고 씨앗을 심고 수확물을 거둬 그것을 먹는 ‘농업활동’ 전반을 말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몸과 마음에 행복이 깃들도록 노력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한마디로 콘크리트화 된 도시와 도시민이 농업활동을 통해 녹색 생명력을 얻는 활동이다.

도시농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생각보다 많다. 집이나 사무실에서는 베란다, 거실, 방, 부엌, 화장실, 가정옥상, 정원, 가정 텃밭, 건물 로비, 사무실, 복도, 휴게실, 빌딩 옥상 등이 가능하다. 도시 전체로 보면 시민공원, 주말농장, 자연 학습장, 생태공원, 근린하천 등이 농업이 가능한 공간이다.

심을 수 있는 것은 우선 화초가 있다. 예를 들어 거실이나 사무실 등에서는 꽃과 작은 나무를 기를 수 있다. 베란다, 옥상, 텃밭, 체험농장에는 채소를 기를 수 있다. 도로 변이나 도심 정원에는 과수 농사가 가능하다. 그런가 하면 학교나 도심 체험농장에는 벼, 보리, 밀, 유채, 목화, 고구마 등 우리가 식량으로 삼는 식물도 얼마든지 기를 수 있다. 하지만 도시 농업은 비단 식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시 농업에는 축산과 곤충 기르기까지 포함될 수 있다. 물론 소나 돼지 같은 가축까지는 무리겠지만 애완동물이나 관상어를 기른다거나 나비, 장수하늘소, 누에 등 곤충을 기르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전통적 농업과 도시농업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차이는 목적과 주체일 것이다. 전통적 농업은 대량 생산과 소득을 목적으로 농업인이 주체가 되는 산업이다. 반면에 도시 농업은 인간다운 삶, 녹색 가치를 목적으로 도시민이 주체가 되는 활동이다. 전통 농업이 1, 2차 산업적 측면이 강하다면, 도시 농업은 녹색 힐링을 통해 도시 생활을 더욱 건강하게 하는 인간적 측면이 더 강하다.
● 우리나라 도시 농업의 현황과 ‘도시농업전문가’의 임무는?

먼저 우리나라 도시농업의 역사와 현황을 알아보자. 우리나라에 도시농업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때는 2004년쯤이다. 자료에 따르면 직접적 계기는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들녘)의 출간이었다. 이 책은 쿠바의 도시농업을 소개하고 있다. 쿠바는 1990년대를 거치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낸다. 공산권의 붕괴, 미국의 경제봉쇄 등을 거치면서 석유는 물론 일상용품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에 걸쳐 물자를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에 빠져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바나 시민들은 식량을 조달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도시에서 농업을 시작한다. 당연히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없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유기농업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쿠바의 도시농업은 거대한 철학적 배경이나 정책적 필요 때문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해 시작했다.

그후 10년. 인구 220만 명의 아바나 시는 유기농업으로 채소를 완전히 자급자족하는 데까지 발전하게 된다. 성과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환경친화적 에너지, 교통, 의료, 교육, 녹화 정책을 함께 추진하여 탈석유문명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했다. 생태주의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의 모범사례가 된 것은 당연했다.

쿠바의 성공 사례에 자극을 받아 우리나라에서도 도시 농업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구체적으로는 2004년 귀농운동본부와 환경단체가 경기도 안산에서 조그만 땅을 분양받아 농사를 지어보는 일을 시작하여 그 물꼬를 텄다. 그후 대도시를 중심으로 정책적으로 또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이벤트와 행사, 교육 등을 통해 조금씩 관심도를 높여가고 있다.

지자체 중에는 부산이 제일 처음 도시 농업 관련 행사를 개최했고 서울에서는 2013년에 전국 대도시 중 두 번째로 박람회를 개최한 바 있다. 서울에서 이루어지는 도시농업은 마을 텃밭, 학교 텃밭, 청년 텃밭, 힐링 텃밭, 도시농업공원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경기도는 학교 농장, 도시농업 콘서트, 도시농업 박람회를 개최하여 도시농업을 보급하고 있다. 경기도농림진흥재단은 텃밭 안내서를 발간 보급하고 있다. 대전은 하늘 농장, 옥상 텃밭, 상자 텃밭, 어린이 체험농장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광주는 대도시 중 비교적 늦게 도시농업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다른 대도시에 비해 농촌과 연계가 잘 되어 있는 조건 때문에 도시농업에 대한 절박감이 적은 탓이다. 하지만 관심과 논의를 지속하고 있어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그렇다면 도시농업 전문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도시 농업전문가는 한 마디로 도시농업기술을 연구 개발하며 도시 농업인을 교육하는 사람이다. 표준 직업 분류로는 ‘생명과학 연구원’에 속한다.

한국직업사전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도시농업 전문가의 역할을 정리해보자. 도시 농업 전문가는 우선 외국의 도시농업 사례를 연구하여 우리나라에 적합한 도시농업 방안을 구상하는 자료 조사 업무를 진행한다. 앞서 소개한 쿠바의 경우처럼 해외에는 우리보다 도시농업의 역사가 긴 곳이 많다. 따라서 이를 직접 방문하여 그곳의 현황이나 모범 사례를 수집하여 우리나라에 보급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연구 및 개발 업무다. 텃밭농사, 주말농장, 상자 텃밭, 옥상 텃밭 등 도시농업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 또 농장에서 식물을 재배하고 각종 농법을 시험하여 도시농업 관련 기자재를 개발하고 개량한다. 도시의 농업환경은 농촌에서 이루어지는 전통적 농업과 다른 기술을 필요로 하므로 기존의 농업 기술을 그대로 이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셋째로는 도시농업의 확산을 위하여 텃밭 강사를 교육하고 양성하는 일이다. 도시 농업 희망자에게 농사방법을 교육하거나 농사정보를 제공하고 새로운 기자재를 보급한다. 어쩌면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도시 농업은 산업적 방향 자체가 모든 도시민을 농부로 만드는 데 있는 만큼 꾸준한 교육과 보급은 필수적이다.

넷째로는 학교급식 퇴비화 사업 등 도시농업 관련 사업을 구상하고 시행하는 일이다. 구상한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여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도시농업 정책에 대하여 조언하고 관련 법규를 정비하는 데 이바지하기도 한다. 또는 농업 관련 영리법인 또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거나 협동조합을 운영할 수도 있다.

● 도시농업 관련, 읽어볼 만한 책은?

앞에서 언급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들녘)이야말로 도시농업에 대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도쿄 산업노동국 농림수산부에서 일하는 한편 주말에는 농부로 생활하는 일본인 요시다 타로가 썼다. 저자는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쿠바 현지에 직접 방문하여 자료를 조사하고 견학하면서 이 책을 썼다. 책 내용 전반에서 알 수 있듯이 피상적인 내용보다는 실제 체험을 다룬 구체적인 사례가 많이 들어 있다.

한편으로는 도시농업에 대한 이론적 배경이나 현황을 설명하는 전문서에 가깝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하지만 직접 보고 느낀 점, 인터뷰를 통해 취재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기에 한편의 여행기처럼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내용을 미리 살펴보자면, 책 전체적으로는 아바나 시에 도시농업이 뿌리를 내리게 된 시대적 배경에서부터 시작한다. 쿠바 전체에 식량 위기가 찾아오게 된 정치 경제적 상황이 설명되어 있다. 사실 식량 위기라는 게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올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몇 세대만 거슬러 올라가면 배고픔 때문에 고생하던 시절이 있었음을 고려해보면 쿠바의 상황이 아주 예외적이고 특별하다고만은 볼 수 없지 않을까 싶다.

그후 쿠바의 비참한 상황에서 전직 교사 부부가 시작한 협동조합농장이 도시 농업의 출발점이 된다. 빈 깡통에도 채소를 키우고, 쓰레기장을 밭으로 가꾸고, 채소를 비타민제로 대신하면서 도시의 빈 땅이 밭으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행정기관과 민간은 상호 밀접하게 협력한다. 결과적으로 아바나는 도시농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자급자족하는 도시로 변모하게 된다.

타로의 책이 도시 농업의 성공적 사례를 아주 인상적으로 제시하여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면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도시 농업을 소개한 ‘도시농업-도시 농사꾼이 알아야 할 모든 것’(들녘)을 읽어봐야 한다.

편저자는 (사)전국귀농운동본부 텃밭 보급소다. 이 책은 총 3부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도시 농업 총론을 다룬다. 도시 농업이 필요한 이유, 그 이면에 담긴 철학이 쉽게 설명되어 있다. 왜 우리는 도시 농업을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제2부에서는 지역별 사례를 소개한다. 도시 농업의 해외사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서울, 경기도, 광명시, 수원시, 인천시 사례를 소개한다. 특히 광명시와 수원시에서 농업조례가 만든 사례를 소개하는 데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도시 농업이 이제 시민운동 차원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정책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제3부는 분야별 사례를 설명하는 데 집중한다. 학교 텃밭을 가꾸어 아이들이 도시농업을 체험하는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요양병원 옥상 텃밭에 대한 항목도 눈에 띈다. 상자를 이용한 발코니 텃밭은 아파트에서도 실천 가능한 농사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넝쿨 식물을 키우면 여름에는 아파트 창문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부록에는 생태 병충해 예방법, 음식물 찌꺼기로 퇴비 만들기를 소개하고 있다. 도시농업이 그저 식물을 가꾸고 키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를 복원하는 환경 보호의 출발이기도 하다는 방증이다.

이미지 확대보기
● 도시농업에 대한 전망과 참고자료는?


향후 도시농업의 전망을 살펴보면 앞으로 도시농업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활동할 부분이 어디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도시농업이 활성화되면 도시민의 직접적인 농작물 재배 수요 및 도농 직거래 활성화가 예상된다. 전반적으로 농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 친환경, 웰빙,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다시 도시농업에 대한 수요가 증대하여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도시농업은 지역사회 공동체 회복, 도시환경 정비 등 문화 예술적 부분까지 영역이 확대되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노인 소일거리 제공, 청소년의 인성 함양, 원예치료 등 도시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중요성도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에 걸맞은 전문가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농업에 대한 더욱 체계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공사이트를 몇 군데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http://agro.seoul.go.kr)가 있다. 도시농업에 대한 정의, 교육강좌 정보 등 서울시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도시농업 관련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대전광역시에서 운영하는 ‘도시농업’(http://www.daejeon.go.kr/ufa/index.do) 사이트는 깔끔한 인터페이스가 돋보인다.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도시농업에 대한 개념정리를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텃밭 가꾸기 재배법을 소개하고 있다.

안산시에서 운영하는 ‘안산시 농업기술센터’(http://nongeop.iansan.net)와 ‘안산시 친환경 도시농업’(http://nongeop.iansan.net/urban/Main.jsp)도 참고할 만하다. 이 사이트에는 도시농업에 대한 관련 사이트와 다른 곳으로 연결되는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다.
김우영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편집출판 중등팀장(안양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