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장점을 결합하는 사회적 통합의 관계망 구축 절실
그러나, 최근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몇몇 현상들은 이러한 소통의 가치를 퇴색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 소통의 통로자체가 막혀버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그중 현실적으로 그 심각성을 더해가는 것이 바로 점차 더 벌어지고 있는 세대 간의 간격이다. 정보통신과 교통의 발전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청년과 장년, 그리고 노년층이 서로 접할 수 있는 공간적 거리는 많이 좁혀졌다. 언제라도 연락할 수 있고, 찾아가서 만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정서적 거리, 심리적 거리는 한층 더 멀어져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직접적으로는 먹고사는 문제에 직면하면서 청년층은 일자리가 없어서 고통을 받고, 장년층은 갖고 있던 일자리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노년층은 열심히 일한 대가로 누리고 싶었던 황혼의 여유는 고사하고 하루하루 살아가기를 걱정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사회가 지향하는 공동체적 가치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오히려, 각 세대가 갖고 있는 생각의 간격이 벌어지고 편협함이 쌓여가기만 한다. 내가 당장 어려운데 어떻게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갖느냐고 항변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내 몫도 챙겨먹기가 힘든데 남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치라고 여기기도 한다. 말 그대로 오늘날의 한국인은 각자 알아서 잘 살기에도 힘든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에 더해서 대통령의 주도로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의 구조개혁은 그 필요와 당위성의 문제를 떠나서 내면에 또 다른 불씨를 내포하고 있다. 정해진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이득이 되면 누군가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딜레마를 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리고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이유로 임금피크제, 해고요건 완화 등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환경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미 국민연금과 공무원 연금을 바라보는 세대 간의 시각 차이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금융규제개혁을 골자로 한 금융부문의 변화움직임은 물론,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재정 개혁, 맞춤형 직업인력 양성과 대학구조개혁에 이르는 교육부문의 변화 또한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해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하기 전에 누가 변화와 개혁을 주도할 것인가, 또한 누가 그 개혁의 대상이 될 것인가의 문제로 치열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표면적으로는 더 나은 미래의 발전을 위한 변화의 시도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내면에는 세대별 계층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기득권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세대 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나타나는 갈등의 깊이가 고착화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이러한 세대 간의 간격을 줄여가기 위한 고민과 실천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세대 간의 심리적 간격을 그대로 방치한 채로 한국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그러나, 대안은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세대 계층의 다양성을 갈등의 구조로 해석하고 서로를 경쟁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함께 어울림을 통해 젊은 세대와 장년 세대의 장점을 아우를 수 있는 사회적 플랫폼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청년에게는 열정이 있고, 장년들에게는 경험이 있다. 이러한 열정과 경험이 결합하여 사회적 자본으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통합의 관계망을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를 위한 현실적 접근은 크게 경제와 교육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의지가 중요하다. 2014년 3월, 대전을 시작으로 지난 7월 인천에 이르기까지 전국 17곳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열었다. 청년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사업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위한 역할을 수행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청년사업가를 위한 투자환경이 마련되고, 교육의 측면에서는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는 멘토링과 컨설팅이 이뤄지고 있다. 아직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발전모델이 정착되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청년기업과 기존의 선배기업 간에 통합적인 연계가 구체화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드라이브에 따라 관(官) 주도로 이뤄지는 사업의 성격상 실질적인 효과성과 지속성에 대한 일부의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구축해놓은 하드웨어와는 별개로 어떠한 소프트웨어로 채워갈지가 주목된다.
기업 경영자로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이 전하는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 “아직 10대라면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20대는 누군가를 스승으로 삼고 그를 따라 배워야하며, 30대는 명확하게 생각하고 스스로를 위해 일을 해야 합니다. 40대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보다는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50대에는 젊은 사람들에게 투자하고 잘 키워 내세요. 60대 이상이라면 본인의 삶을 위해 시간을 투자 하세요.” 지난 5월, 대한민국 경제정책의 수장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방송에서 함께한 자리에서 그가 20대의 청년들에게 전하는 조언이었다. 성공한 기업가로서의 기업가 정신을 담은 메시지였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세대 간의 동반성장을 위한 방향성이 담겨있음을 느끼게 된다.
올해로 광복 70주년을 맞아 정부와 민간의 각 영역에서 다양한 기념행사와 함께 국민적 통합의 메시지가 전파되고 있다. 한국사회가 맞게 될 앞으로의 70년은 또 다른 변화의 시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선언적인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어울림을 통해 각 세대의 구성원들이 함께 성장하기 위한 소통의 플랫폼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선진국의 문턱에서 좌절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승우 변화혁신연구소장/숭실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