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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아침마당' 출연 금지는 정치탄압? KBS측 정치적 중립 공방(황교익 입장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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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아침마당' 출연 금지는 정치탄압? KBS측 정치적 중립 공방(황교익 입장 전문)

황교익 맛 칼럼리스트/사진=인스타그램 캡처
황교익 맛 칼럼리스트/사진=인스타그램 캡처
[글로벌이코노믹 김성은 기자] 대선 유력 주자인 문재인씨를 지지해 온 황교익 맛칼럼리스트와 KBS가 '아침마당' 출연 금지를 두고 팽팽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18일 황교익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KBS가 나에게 방송 출연 금지를 통보하였다"며 KBS '아침마당' 측이 더불어포럼에 공동대표로 참여했다는 이유로 출연 불가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당시 작가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분은 출연이 어렵다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했다는 것.
이에 다음날인 19일 KBS '아침마당' 측은 황씨의 주장은 왜곡된 것이라며 "대선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두고 엄정한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 여야 구분 없이 모든 유력 대선후보에 대해 적용하는 원칙"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황교익씨는 KBS의 이같은 입장 발표에 대해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통해 'KBS의 입장을 읽고'와 'KBS가 나에게 방송 출연 금지를 통보하였다'라는 제목을 통해 "대선후보 등록도 안 되었다. KBS가 대선 기간 정하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출연 시기를 잠정 연기해 줄 것을 권유'했다는 데 대해서는 "나도 '영구 출연 금지'로 듣지 않았다. 설마 그럴 생각은 아니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19일 블로그에 올린 황교익 입장 전문

포스팅이 사라져 다시 올립니다.

소중한 댓글과 공감이 없어졌네요. 죄송합니다


지난 연말에 KBS 아침마당 목요특강 출연섭외를 받고 1월 6일 담당 피디와 2명의 작가를 만났다. 아침마당은 예전에 생방으로 특강을 한 적이 있는 프로그램이라 오랜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었다. 2시간 넘게 회의를 하여 ‘맛있는 식재료 고르는 요령’을 주제로 강연을 하기로 하였다. 2월에 녹화를 하기로 하고, 자료는 주말 즈음에 넘기기로 하였다.

1월 16일 저녁 늦게 작가한테서 전화가 왔다. 자료를 빨리 넘겨달라는 전화인 줄 알았다. 작가의 용무는 달랐다.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분은 출연이 어렵다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아침마당 출연은 없는 것으로...”

황당하였다. 더불어포럼에 공동대표로 참여한 것이 방송 출연 금지 이유였다.(1월 14일에 더불어포럼 출범식이 있었다.) 출마 등을 통하여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정당에 가입한 것도 아니며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한 것도 아닌데, 특히나 선거 기간도 아닌데,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자발적 전문가 네트워크에 참여하였다는 것만으로 방송 출연이 금지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 누구이든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표명할 수 있으며 그 신념의 표명으로 방송 출연 금지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는 없다는 항의를 하였다. 작가는 내일 다시 회의를 하고 전화를 하겠다 하였다.

1월 17일 오후에 담당 피디에게서 전화가 왔다. 작가의 말과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뿐 아니라 여타의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똑같이 방송 출연을 금지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고 말하였다. KBS 전체의 의사 결정이냐 물었고, 그는 교양제작국 단위의 결정이라 하였다. 방송 출연 금지자 명단이 작성되어 존재하느냐고 물으니 답을 피하였다. 문재인 지지자 말고 다른 어느 정치인의 지지자가 출연 금지 통보를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그는 답을 해주지 않았다. 하여간 결론은 이랬다. KBS에 출연을 하려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맛칼럼니스트이다. 언론인이다. 내 주요 업무는 집필과 방송 출연, 강의이다. KBS는 나에게 내 직업을 유지하려면 정치적 신념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말라고 협박을 한 것이다. 이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표현의 자유를 빼앗는 일이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맞나 싶다. 내 주머닛돈으로 시청료 꼬박꼬박 내는 공영방송 KBS에 이런 식으로 협박을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나는 내 정치적 신념을 바꿀 생각이 없다. 이 신념을 숨길 생각도 없다. 이는 나의 권리이고 나의 자유이다. KBS는 나에 대한 협박을 거두라. 그리고 사과하라.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러는 거 아니다.

2017년 1월 18일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덧붙여..

KBS의 특정 정치인 지지자 출연 금지 결정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 혼자만의 일이었으면 그냥 있을 수도 있었다. 나는 어쩌다가 KBS의 출연 금지를 알게 된 것인데, 특정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이들은 자신은 알지도 못한 채 출연 섭외에서 아예 배제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KBS 블랙리스트인 셈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김성은 기자 jad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