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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이면 OK? 마케팅에 속는 소비자들…천연설탕 오히려 당뇨병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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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이면 OK? 마케팅에 속는 소비자들…천연설탕 오히려 당뇨병 위험

롯데홈쇼핑·신세계인터내셔날·11번가·롯데마트 등
케미포비아 속 유통가, 도 넘는 천연 꼼수 마케팅

'가습기 살균제' 파동 이후 '케미포비아'가 확산되자 유통업계는 '천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천연성분이 곧 안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가습기 살균제' 파동 이후 '케미포비아'가 확산되자 유통업계는 '천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천연성분이 곧 안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김형수 기자] ‘100% 천연소재’, ‘순면 원단’, ‘자작나무 원목 소재’, ‘천연 과즙’

여러 유통업체가 마케팅을 하면서 쓴 표현이다. 하나같이 ‘천연’이나 ‘자연’을 강조했다. 가습기 살균제, 살충제 계란 등을 거치며 ‘케미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가 확산되며 불안해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공략하려는 노림수다. 전문가는 천연성분과 안전은 별개라고 지적했다.
유통업체들은 ‘천연 마케팅’을 펼치며 ‘화학’과 거리를 두려고 힘쓰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16일 ‘카드뮴, 납 등이 포함되지 않은 100% 천연소재로 만든 제품’이라며 프랑스 식기브랜드 ‘레볼’의 제품을 선보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달 18일 형광증백제를 사용하지 않은 안전한 순면 원단으로 제작한 자주(JAJU)의 무형광 팬티가 250만장 팔렸다고 밝혔다. 11번가도 지난달 26일 자작나무 원목 소재로 제작한 유·아동 가구를 선보인다며 ‘천연 마케팅’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27일까지 프랑스의 천연 과즙 탄산음료 오랑지나와 로리나 등을 파는 ‘글로벌 국민음료 페스타’를 열었다.

일각에서는 천연성분으로 만든 상품도 얼마든지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니 '천연'이라는 단어에 집착할 필요는 크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화학물질을 피하는 것만으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롯데마트가 ‘천연 과즙 탄산음료’라고 소개한 오랑지나의 원재료 표시를 보면 정제수, 설탕, 오렌지농축액의 순서로 쓰여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원재료를 많이 사용한 순서대로 적도록 하고 있다. 오랑지나의 영양성분표에 따르면 420ml에 43g의 당류가 들어있는데, 이는 1일 영양성분 기준치의 43%에 해당하는 양이다. WHO(세계보건기구)는 단 음료 소비를 줄여서 몸무게가 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진호 서울대 약학과 교수는 “무엇인가가 인체에 유해한지의 여부는 그 속에 들어있는 독성물질의 양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라며 “천연성분이라고 좋고 화학성분이라고 나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사탕수수를 짜서 만든 천연 설탕이라도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당뇨병 등 각종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김형수 기자 hyu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