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공연리뷰] 설자영 총연출의 예무제…선화예고 무용부 학생들의 기량 총결산한 연례행사

공유
5


[공연리뷰] 설자영 총연출의 예무제…선화예고 무용부 학생들의 기량 총결산한 연례행사

center
한국 무용 '스승 공자'.
선화예술고등학교(교장 이향숙) 주최, 선화예중・고 동문회 후원으로 2019 선화예고 무용제(Sunhwa Dance Festival 2019, 예무제)가 성대히 개최(2019년 8월 30일 오후 3시, 7시 유니버설아트센터)되었다. 고등학교 1・2 학년 재학생 중심으로 꾸린 공연 팀은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에 걸쳐 있었다. 선화무용제는 규모, 특징, 기교면에서 우수한 기량을 선보였고, 차별화되었으며, 다양한 레퍼토리로 관객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예무제는 춤밭을 일구는 미래의 무용가들을 격려하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순수 실력으로써 진심어린 조언을 받고, 앞으로의 무대를 위한 실전 감각을 키워주는 행사이다. 예무제는 한국무용에서 <스승 공자>・<음풍농월(吟風弄月)>, 발레에서 <파키타(Paquita)>, 현대무용에서 <Wonderful Life>를 선보였다. 2부로 나뉜 공연은 1부에서 <스승 공자>와 <Wonderful Life>, 2부에서 <파키타(Paquita)>와 <음풍농월(吟風弄月)>로 장르 간 안배를 기했다.

center
한국 무용 '스승 공자'.

center
한국 무용 '스승 공자'.

<스승 공자>; 학문에 대한 열정을 가득 담은 교훈적 한국무용이다. 임학선(성균관대 문행석좌교수)의 장편 창작 레퍼토리 중 하나로써 청소년용 중편으로 재구성되어 중후한 멋을 소지한 작품이 되었다. 설자영(예술감독, 선화예고 무용부장)을 비롯한 최성아, 김주빈 지도의 <스승 공자>는 신혜영(춘천교대 음악교육과 교수)의 신비적 단자를 단 음악, 시청각을 고려한 조명과 어울려 그윽한 배움을 묘사한 ‘학문’, 성숙으로 가는 학문의 깊이를 보여주는 ‘덕음으로 피어나는 거문고’, 영원한 스승 공자의 가르침을 기리는 ‘환희의 일무’에 이른다.

이 작품의 주제는 ‘논어’ 제8편 태백(泰伯)편 ‘興於詩, 立於禮, 成於樂.’(흥어시 입어례 성어락) 『시를 통해 순수한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예의를 통해 도리에 맞게 살아갈 수 있게 되며, 음악을 통해 인격을 완성한다.』 이다. 죽간과 거문고 등 사이를 깨는 상징, 시대와 성격을 나타내는 색상 등을 끼고 난이도가 있는 작품의 공자 역은 신현진(3학년)이 맡았고, 2학년 김경빈 외 15명, 1학년 경서진 외 18명이 연기해내었다. 군무의 장엄미와 창의성이 돋보이는 풋풋한 연기는 미래가능성의 춤꾼들의 모습이었다.

center
현대무용 '원더풀 라이프'.

center
현대무용 '원더풀 라이프'.
<Wonderful Life>; ‘현재적 삶의 소중함’, 청춘예찬을 그린 현대무용이다. 다이내믹한 역동성 창출은 운병주 예술감독, 이동하의 안무와 정지영・한신애・손현지・임샛별・유민경・우혜주・박관정의 지도로 이루어진다. 중독성을 지닌 볼레로 음악이 반복적으로 작품의 전편을 감싸고 흘러내린다. 김수빈(3학년)의 주도로, 2학년 김민주 외 6명, 1학년 김규리 외 7명이 묘사해낸 작품은 청소년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란 선입견에서 벗어나면 세기(細技)로 이미지를 직조해가는 가공할 표현력과 거침없는 투신의 자발성이 그들의 특권임을 알게 된다.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내는 동작은 앉고, 구부리고, 비틀고, 흔들고, 회전하고, 서서 이루어진다. 때론 소리치고 함성을 지르면서 청춘의 특권을 만끽한다. 새로운 세상을 여는 암호 해독의 핵심은 낡은 것에 대한 깨트림에 오며, 구원에 이르는 ‘성숙의 길’임을 알린다. 아차산 기슭에서 순수와 고결로 짠 백색 꿈과 희망의 진청(眞靑)으로 써내려간 청소년들의 각오는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털어내고자하는 바람에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는 대사가 등장하고, 그 말날에 응답하기라도 하듯 꽃비가 내린다.

center
발레 '파키타'.

center
발레 '파키타'.

<파키타>; 유니버설 발레의 시원을 찾아가는 작업이다. 유년에서 청소년에 이르며 오늘의 나를 확인해가는 작업은 감동적이다. 창작발레보다 익숙해진 원작발레 공연은 발레의 재미있는 전통을 헤아리는 것처럼 용이해진다. 다양한 조합으로 다채(多彩)로움을 경작한 춤은 발레 장르의 위상을 감지하게 하였다. 의상의 색상에서 구별되는 군무진의 성격, 등장인물들의 인원 배치와 유기적인 조합, 진법을 달리하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화를 이루어내는 절제력이 돋보이는 <파키타>는 묘기의 견본시(見本市)에 있는 듯한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재구성 및 지도를 원세정, 이준규, 타티아나, 조은주, 안지원, 오혜승이 맡았다. 임선우(유니버설 발레단 단원)가 특별출연했고, 곽도윤 외 2학년 13명, 강정아 외 1학년 13명이 출연한 역작이었다.

원작은 나폴레옹 치하의 스페인에서 집시소녀 파키타와 프랑스 장교 루시앙 사이의 사랑을 그린 경쾌한 로맨틱 발레이다. 현대에 들어와서 이 작품은 2막의 디베르티스망 부분만 발췌하여 공연되는 편이다. 기본기 수련을 거쳐, 기교의 순위는 조화를 이루어내는 난이도와 마주치게 된다. <파키타>는 무용수들의 화려한 기량을 가늠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숱한 솔로의 향연이 펼쳐지고, 듀엣과 군무로 번져가는 작업에서 그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다는 것은 행운이다. 작품의 내용보다는 안무력과 연기적 기교가 관심이 가는 공연이었다.

center
한국무용 '음풍농월'.

center
한국무용 '음풍농월'.

<음풍농월(吟風弄月)>; 청아한 계절에 즐기는 놀이임을 대금이 알리면서. 샤막이 걷히면 무리의 여인들이 다양한 동작으로 입춤을 보여준다. 음풍농월(吟風弄月)은 ‘맑은 바람과 밝은 달 아래, 시를 지으며 흥겹게 달을 즐긴다.’는 내용이다. 원색의 의상에 구음이 곁들여진다. 진유림(청어람우리춤연구회 회장) 원안무에 예술감독 설자영을 비롯한 최성아, 이계영, 강유정, 김정민, 김보영, 최윤실이 지도하고, 한푸리민속단원의 라이브 음악으로 절정의 대단원을 이룬다. 이 작품은 거친 열정으로 덤벼드는 무리(입춤・바라・소고) 등의 준동이 특징이다.

박진감을 부르는 것은 양 손에 든 바라이다. 간결한 입춤이 바라의 멋을 타고 소고와 신명으로 피어난다. 쏟아져 내리는 무리의 역할을 한 2학년 김단아 외 15명, 1학년 곽승린 외 18명이 1부의 편제를 유지하며 우리춤 중에서 활달하고 경쾌한 요소들을 끄집어내어 자연스럽게 연기해내었다. 구음이 이어질수록 신명은 고조되었고, 빠른 진법과 회전 동작 등에 조명이 부지런히 조응하고 있었다. 가슴을 들끓게 만든 33인 편제의 거대 춤판은 새로운 춤꾼으로 우뚝 서겠다는 선화예고 한국무용부 개개 학생들의 엄숙한 독립선언이었다. 그들 위로 1부의 마지막과 조화를 이루는 축복의 하얀 눈이 내렸다. 네 편의 춤이 마무리 되었다.

선화예고 예무제는 상상을 초월한 감동을 안겨주면서 종료되었다. 마음을 가장 중시하는 선화춤교육이 추구하고 실증하는 가치관은 「마음을 다하여 춤춰라. 온 마음 다해 작은 것까지 정성을 다 하여라. 결국 최고의 기교는 인성이다.」라는 설자영 선생의 교육관과 연결 되어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예무제에서의 <스승 공자>는 스승과 학생을 대하는 마음을 되새기고자 선택한 작품이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활화산 같은 열정과 예술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Wonderful Life>, <파키타>, <음풍농월>의 존재만으로 가슴이 뜨거워져 온다. 예무제에 상제된 작품들은 주변만으로 즐기기엔 아까운 걸작들이었다. 무용전공 학생들의 행운을 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사진제공=옥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