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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산책(44)] 세상 밖에 나온 킬러…니키 카로 감독의 '내 이름은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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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산책(44)] 세상 밖에 나온 킬러…니키 카로 감독의 '내 이름은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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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카로 감독의 '내 이름은 마더'
「뮬란」(2020년)을 연출한 니키 카로의 「내 이름은 마더」는 딸을 지키기 위해 세상 밖에 나온 킬러의 모성애를 다룬다. 「허슬러」로 새틀라이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겸 가수 제니퍼 로페즈가 마더 역을 맡는다. 군 출신 암살자며 딸을 지키려는 강한 모성애가 스크린을 강타한다.

28개의 사운드트랙은 물불을 안 가리고 뛰어드는 피끓는 모성애가 극의 긴장감을 이끌고 스토리가 전진할수록 주체할 수 없는 매력을 뿜는다. 음악을 맡은 Germaine Franco는 다양한 세대와 그가 이끄는 사단의 노력이 더해 고집스런 역량이 집결된 영화다.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선율과 피아노의 서정성이 극 전체에 녹아내린다. 간간이 들리는 타악기 소리도 불길한 장면을 암시하는 데에 효과적이다. 사운드트랙에서 도입부가 인상적이며 전주 리듬을 타고 마력을 발산한다. 타자기 치는 소리와 말발굽 소리가 합세하여 장면의 맥을 형성한다.

Like a storm의 <Permanent flame> 오프닝 뮤직은 앞으로 일어날 암투적 스토리를 제시했고 음산한 선율 전개는 마더(Jennifer Lopez)와 에이드리언 러블(Joseph Fiennes)의 이율배반적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FBI 은신처에서 정보원 면담이 있는 영상을 받친 백뮤직은 사진 속 인물이 에이드리언과 헥터 알바레스(Gael Garcia Bernal)임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헤비메탈의 거친 사운드를 유지하고 스피드한 리듬의 반복이 직격탄처럼 쏟아져 스토리를 암시한다.

영상 전환에서 건반악기의 속성을 살린 회전음이 스트레토를 구성하며 힘을 실어주며 Germaine Franco의 새로운 시도로써 사건이 복잡하게 얽힌 느낌을 준다. 특수부대 출신 최강 스나이퍼를 건드린 범죄조직, 에이드리언과 헥터일당은 마더의 딸 조이(Lucy Paez)를 납치 감금한 장면에 깔린 <Separation anxiety>와 <Into the headlights>는 긴박한 상황에서 잦은 리듬 전개로 엇갈리는 사태의 반전이 감지된다. 아르페지오 코드와 신디음이 결합되어 가라앉힌 반주 위에서 궁금증과 가능성을 토해낸다.

알래스카로 조이와 함께 떠날 때와 그곳에서 생존법을 딸에게 가르칠 때, <Whatever the question>과 <Mother to mother> 두 곡은 내러티브 전체에 흡수되어 모녀의 감정선에 절정을 이룬다. 마더가 갖는 근본적 목적은 딸을 구출하는 것인데 여기에 초점을 맞춘 <Ancient pick up truck>와 <the mother’s motorcycle rescue>는 전투적 감정과 불규칙한 박자가 합세하여 묘한 긴장감을 풀어낸다.

마더가 습격을 당한 후 딸을 발견했을 때 배경음악, Massive Attack <Angel>은 저음역의 성부에 타악기의 박동이 겹쳐 심한 격류가 흐른 느낌이다. 우울한 분위기의 선율을 감고 리플리컨트의 슬픈 운명을 상징하는 곡이며 스토리의 실체를 드러낸 트랙이다.

음악을 맡은 Germaine Franco는 마더의 모성애에 집중했고 현실감있는 트랙을 이어간다. 마더가 트랙을 구입해서 탈 때 삽입된 곡,
Grimes <So heavy I fell trough the earth>는 극 중에서 비장한 각오로 트럭을 구입한 마더의 생존 목적을 제시한 곡이며 현대적 불협화음과 블루스 악절을 접목한 분위기가 스크린에 짙게 스며든다.

<Ancient pick up truck>과 유사한 맥락을 갖고 딸을 지키는 마더의 의지가 정교하게 묘사되며 전개될 사건을 시청각적으로 상상력의 개념을 넘어선 효과이다. 딸과 은둔생활을 하며 운전 연습시킬 때 음악, <4AEM>은 장면에 점성을 부여하며 접착체 역할을 하며 시퀀스마다 변주곡이 연결되고 강렬한 추진력을 준다.

딸에게 생존법을 알리며 훈련할 때의 곡, Portishead의 <Roads>는 어둡고 느린 곡이 휘감겨오고 심리적 압박을 준다. 장중한 저음의
불협화음이 무겁게 짓누르며 모녀의 액션 영상에 힘을 싣는다. 사격 훈련할 때 코드와 선율의 흐름이 교대로 나와 집중력을 주며 음악의 의존도를 높인다.

공원에서 에이드리언 일당이 딸을 납치할 때 흐르는 곡, Saafi Brothers의 <The witness>는 건반을 휩쓸며 상하로 오르내리는 셋잇단음표의 연속은 다이내믹 효과로 역동적이다. 간결한 소재의 테마지만 조성감이 통일성을 이룬다. 납치된 딸 조이를 구하려는 마더와 악당의 대립에서 이 곡은 단순한 액션신에 쓰인 단골 트랙이 아니라 세팅보다 더한 직격탄을 맞는 공포심을 유발한다.

마더의 측근으로 윌리엄 크루즈(Omari Hardwick)가 쿠바의 하바나로 이동할 때 <Havana flashback>와 <Weather’s coming in>에서 전자는 실내악 편성의 볼륨이 부각되고 진부한 일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퓨전 재즈풍 음악이 스펙트럼처럼 펼쳐지고 후자는 새 은신처에 적응한 마더의 불안한 내면성을 스크린에 토착화 한다.

마더가 헥터 조직을 소탕하며 쿠바에서 추격전을 벌일 때 배경음악, Maluma <Mala mia>는 흑인음악의 여러 장르가 믹서되어 레게와 올드 스쿨 훵크까지 등장하며 쿠바의 열망을 내뿜고 둔타적 효과음이 뒤섞여 장면 변화에 신호탄이 된다. 메인 테마 <Mother daughter theme>와 <The mother’s motorcycle rescue>는 스토리의 슬픔과 멋진 경관에 믹서되어 그들의 치정관계를 상징하는 다리 역할이 된다.

에이드리언과 승부후 딸을 구출한 마더가 양부모에게 데려다줄 때 엔딩 크레딧 음악, Kate Bush의 <This woman’s work>은 마더와
양부모의 교차된 감정을 섬세하게 담은 곡이며 가사 어법과 느린 템포의 발라드풍이 담겨 느와르적 향취가 매료된다.

28곡의 사운드트랙으로 구성된 영화 「내 이름은 마더」는 캐릭터의 심리전과 영상 변화에 꽂혀 비통한 삶에 기능한다. Irene manuela의 <Quimbara>는 스토리의 긴장감을 푸는 전자음악이며 약박에서 시작되는 선율 방식이 영상의 진지함을 유도하며 일말의 비감을 준다.

이 영화는 고딕풍의 큐어를 압축해서 스토리를 살린 사운드트랙이며 모성애란 화두로 마더의 투쟁적 삶이 현대적 불협화음과 저항감있는 템포와 접목되어 영화에 대한 미학성이 조명된다.


정순영 음악평론가 겸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