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손에 머물던 연료, 미국·프랑스 거쳐 바라카로
‘4기 5600MW 시대’ 현지 생산까지, 전 세계가 주목
‘4기 5600MW 시대’ 현지 생산까지, 전 세계가 주목

지난 17일(현지시각) 세계원자력뉴스는 바라카 원전 운영사 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가 프랑스 대표 원전 기업 프라마톰(Framatome)과 원전 4기를 위한 핵연료 조립체 공급 및 기술 지원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새 연료는 미국 워싱턴주 리치랜드(Richland) 공장에서 생산 최대 5600MW 발전 용량의 바라카 원전에 전달된다. 기술 지원은 미국 버지니아주 린치버그(Lynchburg) 본사에서 맡는다. ENEC 사장 무함마드 알 하마디는 “이번 계약은 연료 공급망 안정과 신뢰를 높이고, 다양한 조달로 믿을 수 있는 전기를 계속 공급하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프라마톰 대표 그레고와르 퐁숑은 “40년 동안 원전 연료를 공급해온 기술력이 이번 협력의 바탕”이라고 강조했다.
◇ 5600MW 거대 프로젝트, 바라카는 왜 ‘연료 다변화’ 카드 꺼냈나
2009년 아랍에미리트와 한국전력공사(KEPCO)가 체결한 7조5000억 달러(약 1경435조 원) 계약은 UAE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KEPCO와 자회사 케이프코 누클리어 퓨얼(KEPCO NF)이 APR1400 원전에 쓸 연료를 한국에서 만들어 바라카에 공급하며, 바라카는 UAE 전체 전력의 25%를 책임져왔다.
단일 조달 구조였지만, 지난해 4기 모두 가동 후 바라카는 연료 공급처 다변화에 나섰다. ENEC는 연료조립체를 자국에서 제조하기 위한 생산시설 입찰도 올해 공식화했다. ENEC는 “2009년 이후 카자흐스탄 등 여러 나라에서 우라늄 원재료를 받았고, 직접 생산 기반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 APR1400 연료 6000조립체 공급 경험…공급망 경쟁은 계속
프라마톰은 바라카와 같은 설계의 APR1400 원전 연료를 이미 6000조립체 이상 생산해온 경력을 내세웠다. 업계에서는 “UAE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자 여러 기업과 조달 계약을 연결하며, 세계 원전 연료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바라카의 조달처는 한국, 프랑스, 미국 등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공급망의 신뢰와 국제 기준에 따른 운영 역량이 한층 더 중요해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ENEC는 “중장기적으로 대부분의 원전 연료를 현지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