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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러시아산 원유 배럴당 40~60 달러로 제한 '유가 상한제'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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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러시아산 원유 배럴당 40~60 달러로 제한 '유가 상한제' 성공할까

미국은 배럴당 40 달러 미만으로 제한 주장… 다른 나라 동참 안하면 '세컨더리 제재' 추진

러시아 시베리아의 한 유전 모습. 사진=타스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시베리아의 한 유전 모습. 사진=타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을 배럴당 40~60달러로 제한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7개국(G7) 정상들은 지난달 28일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 성에서 3일간의 정상회의를 폐막하면서 밝힌 성명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G7은 제3국, 민간부문과 협의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검토하기로 했다.

G7은 러시아산 원유 수출허용하되 가격에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면서 공급난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G7이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는 현재 국제 시장에서 배럴당 80 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산 원유가 상한제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던 미국은 그 상한선을 배럴 당 40달러 미만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러시아산 원유가 상한제는 러시아가 원유 수출을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속하는데 필요한 전비를 충당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G7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면 국제 유가가 치솟는 역효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가 상한제가 먹히지 않으면 러시아와 거래하는 제3국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고강도 제재가 몰고 올 수 있는 역풍을 우려해 세컨더리 제재를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라고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미국은 유가 상한제 관철을 위해 유가 상한선을 넘은 가격으로 거래된 러시아산 원유를 운송하는 선박을 제재하고, 그런 거래에 연루된 은행이나 금융 기관을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원유가 상한제에 동참하려면 27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한다. 외신에 따르면 유럽 일부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규제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85달러가량으로 뛰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스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러시아 에너지 분야 제재에 반발해 러시아가 원유 감산에 돌입하면 국제 유가가 배럴 당 380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타샤 카네바 JP모건 분석관은 2일 고객에게 보낸 투자 메모에서 “러시아가 하루에 원유 생산량을 300만 배럴만 감산해도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가 배럴 당 190달러가 될 것이고, 최악의 경우 500만 배럴을 감산하면 배럴 당 38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방이 러시아의 에너지 분야에 대한 압박을 가할수록 유가 상승 등으로 러시아가 오히려 더 큰 실익을 챙기는 역풍이 거세게 분다. G7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러시아산 원유인 우랄스(Urals) 가격이 치솟고 있다.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중국과 인도가 우랄스 수입을 늘리고 있는 게 핵심 이유이다.

EU 27개 회원국은 지난 5월 30일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연말까지 90%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이 결정이 발표된 뒤에도 중국과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원유 트레이딩업체가 러시아산 원유 매입에 집중적으로 가담함으로써 러시아산 원유가 국제 시장에서 별다른 지장 없이 거래됐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 통제에 성공하려면 미국과 유럽연합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 다른 나라들이 동참해야 하고, 석유 수출국 연합인 OPEC 플러스 등이 협력해야 한다. 그렇지만 중국, 인도 등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게 확실하다. 러시아는 OPEC 플러스 회원국이어서 이 기구가 러시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를 지지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며 일본에 대한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 중단 가능성을 경고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5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이는 시장에 석유가 크게 줄어들고 가격은 크게 오를 것임을 의미한다”면서 “예상되는 (배럴당) 300~400달러라는 천문학적 가격을 넘어설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일본에는 러시아산 석유도 가스도 없게 될 것이고, (사할린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인) '사할린-2 프로젝트'에 대한 (일본의) 참여도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시다 총리는 현재 원유 가격의 절반 정도를 상한으로 정해 그 이상으로 사지 않고, 사지 못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