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정부가 낙후된 자국의 화력발전 시설을 원전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에 300조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며 난색을 보였다.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와 호주 현지 매체들은 크리스 보웬 호주 에너지부 장관이 발표한 보고서 내용을 인용해 자국 내 구형 석탄발전소들을 모두 원자력 발전으로 전환하는 데에는 약 3870억 호주달러(약 330조 2500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호주 에너지부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총 21.3기가와트(GW)의 전력을 생산하는 석탄 화력 발전소를 소형모듈원자로(SMR)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최소 71기의 SMR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3870억 호주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들은 이번 보고서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호주 정부의 계획이 SMR 방식 원전 도입을 포함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나왔다고 풀이했다.
보웬 장관은 “전 세계에서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SMR은 러시아와 중국에 각각 1대에 불과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라며 “SMR의 발전 비용은 검증된 재생 에너지(태양광, 풍력 등)보다 3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이를 도입하는 것은 경제성과 이성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호주 에너지부는 SMR의 자본 비용을 킬로와트(kW)당 1만 8167호주달러로 추산하고 이를 근거로 내세웠다. 가변형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는 kW당 1058호주달러, 가변 육상 풍력발전은 kW당 1989호주달러다.
메가와트시(mWh)당 비용도 SMR은 198~349호주달러로 추산했다. 대규모 태양광 발전은 35~58호주달러, 가변 육상 풍력발전은 44~75호주달러로 계산했다.
앞서 호주 정부는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 35% 수준인 재생 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82%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는 총 200억 호주달러(약 17조 원)의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다.
야당인 호주 자유당은 보웬 장관의 발표에 대해 “보고서의 비용 추산 근거는 민간 자본의 참여 없이 순수 정부 예산으로 추진했을 경우 초기 건설 비용만 고려한 것”이라며 “추후 유지관리 비용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지 우리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 조작한 과장된 수치”라고 반박했다.
한편, 차세대 원전 기술로 꼽히는 SMR은 발전 용량이 1000메가와트(MW) 이상이지만 건설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기존의 원자력 발전소와 달리, 300MW급 용량의 소형 원자로를 채택해 초기 건설 비용과 시간, 설치 장소 제한 등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등 세계적인 투자자들도 미래 에너지원으로 SMR에 주목하고 관련 사업에 투자한 바 있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