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엔저로 日에 글로벌 투자 '활발'한데 日개인은 해외 투자에 혈안

공유
0

엔저로 日에 글로벌 투자 '활발'한데 日개인은 해외 투자에 혈안

달러와 엔화 지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달러와 엔화 지폐. 사진=로이터
역대급 엔저가 계속되며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엔화와 일본 시장에 많은 투자를 하는 가운데, 그러나 반대로 일본인들은 자국 시장에 투자를 꺼리고 있어 경제 부흥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기시다 내각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크셔해서웨이 워렌 버핏 회장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일본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지만, 정작 일본인들은 자국 내 시장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월 20일 발표된 일본은행의 데이터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일본 가계 금융자산은 지난해보다 4.6% 증가해 역대 최대치인 2115조엔(약 1경9200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금융자산 중 절반이 넘는 1117조엔(약 1경130조원)이 현금·예금이었고, 나머지는 주식·보험금 등으로 집계됐다. 또 일본 가계는 저축액의 평균 11%만 주식에, 54%는 현금과 은행 예금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개한 미국인 가계 자산 분포도(39% 주식, 현금·은행 예금 13%)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워렌 버핏 회장이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하며 일본의 5대 종합상사 지분을 크게 확대, 일본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언했고, 헤지펀드 거물 켄 그리핀 시타델 창업자도 도쿄에 사무실을 오픈할 움직임을 보였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여전히 내수 투자는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이런 일본인들의 개인 투자 위축이 계속되자 내수 경기를 촉진시켜야 하는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가계 자금이 주식 시장에 흘러갈 수 있도록 장려해 가계의 자산 소득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기시다 내각부는 일본의 중산층 비중이 2019년 현재 57%로 주요 7개국(G7) 평균 51.9%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 8월까지 17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2%를 웃도는 등, 탈 디플레이션 조짐을 보이면서 임금 증가가 둔화되자 고물가로 내수 경기가 진작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임금 증가와 더불어서 가계 자산 50%인 1000조엔 이상의 예금과 현금을 시장에 풀어서 ‘돈맥경화’의 혈맥을 뚫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일본 정부는 2030년대 중반까지 최저임금을 전국 평균 1500엔으로 인상한다는 목표를 내세우는 등 임금 인상도 잰걸음을 내고 있다. 이를 위해 기시다 내각은 자산운용특구를 만들고, 저축에 머무르고 있는 가계 금융자산을 투자로 끌어내기 위해 일본 정부는 개인 투자와 관련한 규제도 완화하기 시작했다. 펀드 금액 상한선을 2배 늘리고 신용카드 펀드 투자 등을 상향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 내각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개인 투자 위축이 해소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일본의 버블 붕괴 이후 일본 증시는 저조한 수익률에 시달렸고, 일본인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수익률이 낮은 저축 계좌에 돈을 묶어두려는 성향이 짙다.

WSJ은 일본 증시의 주요 지수는 여전히 1989년 최고치보다는 낮으며 장기 수익률은 미국 투자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으며,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2배 이상 뛴 것에 비해 여전히 효율이 낮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현재 사회 활동을 왕성히 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 또한 현금 유동률을 낮추고 주식 투자를 자제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일본 내 금융업에 뛰어들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WSJ은 일본인들이 일본 투자 대신 해외 투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대형 인터넷증권사 모넥스의 집계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가장 활발한 거래 종목은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 기업들인 것으로 집계됐으며 도쿄 닛케이 증시보다 나스닥 등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주류 대기업 산토리의 나나미 다케시 최고경영자(CEO)는 “일본인이 주식 시장에 투자를 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중립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으며, 나는 여전히 예금의 금리를 올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