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은 기후 변화로 가치가 하락한 자산의 규모가 18조 달러에 달할 수 있으며, 이 자산들이 부실채권으로 전환되면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손실이 커지면서 은행 자산과 대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금융 시스템과 경제 전체에 위협을 주는 것은 명확하다. 석탄 화력 발전소 같은 자산이 부실채권으로 전환될 위험이 있고,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안지역 부동산 가치 하락, 폭염으로 인한 농업 피해, 홍수로 인한 기반 시설 피해 등이 수시로 발생해 투자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바젤 위원회가 제안한 규정은 은행이 석유 및 가스, 자동차, 화학 산업이 포함된 18개 부문에서 각각 대출 금액과 대출자가 배출한 온실가스 규모, 부실 대출 금액, 회수 불능 대출에 대해서 적립된 충당금 등을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은행이 탈탄소화로 인한 잠재적 좌초 자산과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 위험을 적절하게 평가하고 관리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완화 조치다.
바젤 위원회는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르면 올해 하반기 최종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글로벌 은행 당국은 2026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규칙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 규정은 국제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기관에 구속력을 갖는다.
한편, 각국 주요 은행은 바젤 규정 제정에 앞서 탄소 중립 목표 설정, 석탄 사업 투자 감소, 재생 에너지 투자 확대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HSBC가 2030년까지 석탄 사업 대출을 중단하고, BNP 페어리버스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 목표 설정, ING는 2025년까지 석탄 발전 대출을 중단하고,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미즈호 금융그룹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 목표를 설정하고,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5%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ICBC는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목표를 설정하고, 202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2.5%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KB국민은행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25% 감축 및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바젤의 규정 확정을 앞두고 이제 은행들은 탈탄소화로 인한 잠재적 사실상 가치가 없어진 자산과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 위험을 적절히 평가하고 향후 공개해야 한다.
이는 은행들이 자신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차용자에게 더 유리한 조건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향후 기후 변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