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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크라이나의 불확실한 미래와 서방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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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크라이나의 불확실한 미래와 서방의 책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州) 주요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의 정수장이 러시아 미사일에 피격됐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州) 주요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의 정수장이 러시아 미사일에 피격됐다. 사진=로이터
2024년 2월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물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본격적으로 침공한 것은 2년 전이다. 러시아의 본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생존을 위한 지원을 지속해왔지만, 그들의 의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장기화된 전쟁은 우크라이나를 더욱 강인하고 좌절하며, 동시에 대담하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는 "우크라이나처럼 용감하게 행동하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하지만 서방은 러시아의 반발을 두려워하며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 전략적 효율성을 떨어뜨렸다. 과연 서방 동맹국의 용기는 진실한 것일까?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유례없는 지원을 제공했지만, 러시아의 초기 공격을 막지 못했다. 초기에는 단순히 우크라이나의 생존을 돕는 것이 목표였지만, 점차 '독립적이고 강력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바뀌었다.

하지만 서방이 추구하는 정의가 무엇인지, 전쟁이 끝난 후 우크라이나가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은 제시되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방어하고 전쟁을 중단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한지, 서방은 아직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개월 간의 격렬한 논쟁 끝에 미국 상원은 953억 달러 규모의 원조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법안은 즉각적인 비판에 직면했고, 미래의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켰다. 미국 하원의 대안 법안은 원조 범위를 축소하는 듯하며,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의 아브디프카 진출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뮌헨 안보회의에서 중요한 원조 법안의 의회 통과에 기대를 표했다. 하지만 미국 해리스 부통령의 거듭된 강조에도 불구하고, 실제 목표 달성은 미지수로 남아있다.

2023년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지침에 따라 치밀하게 계획되었지만, 필수 자원 부족으로 실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4년에는 공중 우위 없이 광범위한 전선을 돌파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우크라이나는 60대의 F-16 전투기를 제공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조종사 부족으로 효율적인 활용이 불확실하다. ATACMS 미사일 시스템의 인도 지연과 부족한 수량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으며, 러시아는 이러한 지연을 역이용하여 방어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치 분석가 예벤 다이키는 우크라이나가 현재 1500km 전선에 매일 2000발의 포탄만 배정받고 있어 심각한 부족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2년간의 용맹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무기 부족으로 인해 제한된 승리만 거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는 다시 원조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승리는 불가능하다는 믿음이 확산되고 있다. 론 존슨 상원의원을 비롯한 12명의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더 많은 원조가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원조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존슨 상원의원은 푸틴과의 인터뷰를 계기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협상된 해결책을 지지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역사적인 협정 위반으로 인해 이 전략은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노르웨이 정보국의 닐스 안드레아스 스텐센 제독은 우크라이나의 상황 변화를 위해서는 서방 국가들의 실질적인 군사 지원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이란, 벨라루스, 북한의 지원을 통해 충분한 무기를 확보했다. 게다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보다 3배 이상 많은 잠재적 인력을 동원할 수 있어 양측 인력 간 불균형이 심각하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에 보복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에 보복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인기 없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첫째는 우크라이나 군 총사령관 자리에 발레리 잘루즈니를 대신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를 앉힌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72%는 이런 결정을 지지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젤렌스키와 잘루즈니가 전쟁의 궤도를 어떻게 바라보았는가의 차이에 있다. 잘루즈니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교착상태를 강조한 것은 동맹국들이 첨단 무기를 제공해달라고 호소한 것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에 이의를 제기하고 젤렌스키가 잃어버린 우크라이나 영토를 모두 되찾겠다는 목표를 무너뜨리는 구실로 오해받아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키이우와 하르키우 지역의 작전을 효과적으로 감독해온 시르스키 장군은 우크라이나의 궁극적인 반대는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의 해방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는 적기에 적의 방어에 허점을 찾아내는 '인위적인 이익'에 베팅하고 있다.

이러한 전장의 기적을 찾으려는 기회의 창은 닫혔다. 러시아는 초기 공격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한 후 교훈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방은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너무 작은 일을 계속하고 있다.

젤렌스키가 시작한 참모진 교체의 폭은 총사령관을 훨씬 뛰어넘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총참모부, 지상군, 합동군, 공중돌격대, 영토방위군의 새로운 지도자를 임명했다. 그리고 중앙정부, 지방행정부, 법 집행기관 등에 변화를 시작했다. 이 단계에서 이 개편의 효과를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것이다.

게다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의회는 키이우가 더 많은 군인을 동원하고 징집 회피에 대해 더 가혹한 처벌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우크라이나가 최대 50만 명을 더 입대시켜야 하는 긴급한 필요성에 직면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조항들은 비난의 물결을 일으켰다.

원조가 없다면 우크라이나인들은 65%의 재정적자로 인해 스파르타식 생활방식을 채택해야 할 수도 있다. 국가 전체의 예산은 작년보다 13% 감소했다. 사회적 지출을 줄일 여지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재정적 원조가 부족하면 국가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빈곤이 증가하며 추가적인 이주가 발생할 수 있다.

올해 초 키이우에서 연설한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전쟁이 길어질 수도 있고 제2차 세계대전과 유사점을 도출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이 1942년과 비슷한 상황에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이 반환점에 있고, 방위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유럽의 인구는 지쳐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방은 제2의 전선을 개통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장기적인 결과와 러시아에 맞설 수 없는 대가가 현재의 비용을 무색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서방이 여전히 모스크바와 대결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나토의 직접적인 참여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향후 가입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전쟁의 운명은 서방세계의 손에 달려 있다. 지난 1년 동안 러시아의 위협을 단호하게 제거하는데 필요한 것을 우크라이나에게 전혀 알려주지 않았던 이들의 전력은 이 전쟁을 계속할 능력이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남아있지 않을 때 서방세계가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전쟁 피로로 고통 받고 있는 서방세계 국민들은 이 전쟁이 자신들의 싸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서방세계 지도자들은 그렇지 않으면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지출될 수도 있는 군사비 지출을 늘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복지국가나 그 어떤 독립적인 유럽국가에게도 여지는 전혀 없을 것이다.


김진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