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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와 부패 논란으로 얼룩진 EU 백신 계약 '화이자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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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와 부패 논란으로 얼룩진 EU 백신 계약 '화이자게이트'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의 정치적 미래와 백신 계약 투명성에 격변 조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은 지난 2021년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화이자와 대규모 백신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18억 회분의 백신을 포함하며 약 350억 유로의 자금이 투입되었다.

그러나 1일(현지시각)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이중 약 40억 유로(약 5조8052억 원) 상당 백신이 사용되지 않고 낭비되었고, 전체 계약 금액의 약 11.4%에 해당하는 비중의 EU의 자금 관리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의 중심에는 '화이자게이트'라고 불리는 문자 메시지 교환 의혹이 있다. 유럽 검찰청(EPPO)은 현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화이자 사장 알베르트 불라 간의 문자 메시지를 조사 중이다. 이 문자 메시지는 백신 조달 과정에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불라 사장 간의 문자 메시지는 백신 조달 과정의 투명성과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이다. 이들 간의 교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EPPO의 조사 결과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정치적 미래와 EU의 백신 계약에 대한 투명성 문제를 쟁점화할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불라 사장은 팬데믹 동안 EU의 백신 구매 계약을 논의하며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공적 기능 방해, SMS 파괴, 부패 및 이해 상충' 등의 혐의가 제기되었다.

현재 처리 상황을 보면, 벨기에 검찰이 이미 수사를 시작했으며, EPPO가 이를 인계 받아 조사를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기소된 사람은 없다. 보도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불라 사장 간 문자 메시지는 2021년 11월부터 12월까지 주고받았고, EPPO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휴대폰과 불라 사장의 휴대폰을 압수해 수사 중이다.

EU와 화이자 간의 백신 계약은 팬데믹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을 위해 필요했던 조치였다. 그러나, 계약 규모와 조건이 낭비와 부패 논란에 휩싸이면서, EU 내부의 정치적 불안정을 자극하고 있다.

EU가 화이자와 체결한 백신 계약으로 인해 최소 40억 유로(약 5조8052억 원) 상당의 백신이 낭비되었다는 보도가 있자, 헝가리와 폴란드 정부에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역할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헝가리와 폴란드 정부는 백신 공급 과잉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백신 물량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화이자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심지어 헝가리 정부는 EU 집행위원회와 화이자가 회원국 자금을 갈취하기 위해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EU 집행위원회는 이 주장을 부인하며, 백신 계약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증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화이자 로고. 사진=로이터
화이자 로고. 사진=로이터


최근 폴란드는 무슨 이유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사건에 대한 공개적 불만을 철회했다.

향후 사건의 전개 양상은 알 수 없지만, EPPO의 조사 결과에 따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정치적 미래와 EU 백신 계약에 대한 투명성 문제가 크게 부각될 수 있다. EPPO의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책임이 물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EU 집행위원회의 백신 조달 과정에 대한 비판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는 화이자와 EU 간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는 사안이고, EU 내부 정치적 불안정을 자극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한편, 이 사건의 진실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지만, 사건의 실체를 보다 선명하게 들여다보려면, 당시의 복잡한 사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EU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계약은 팬데믹 와중에 체결된 계약으로, 2021년 여러 차례에 걸쳐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최종 규모는 18억 회분으로 확정되었으며, 여기에는 옵션으로 포함된 4억 회분도 포함되었다. 옵션 행사는 EU 측이 결정하고, 백신 접종률 추이 등을 고려해 결정하기로 당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약 350억 유로(약 50조7952억 원)로 이는 백신 생산 비용, 연구 개발 비용, 유통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었다. 당시 팬데믹 상황 속에서 신속한 백신 확보가 시급했던 만큼, EU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진행했다.

문제는 EU가 주문한 백신 중 상당량이 실제로 사용되지 않고 낭비되었다는 점이다. 낭비된 백신 비용은 40억 유로(약 5조8052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계약 금액의 약 11.4%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로, 낭비된 백신 발생에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다.

우선 일부 국가에서 예상보다 백신 접종률이 낮아 계획된 백신을 소화하지 못했고, 유통 과정에서의 손실이 발생했다. 백신은 운송 및 보관 과정에서 엄격한 온도 관리가 요구되는 데, 이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또한, 백신은 생산 후 일정 기간 내에 사용해야 하며, 유효기간을 넘기면 사용할 수 없다. 이것이 모두 비용으로 남은 것이다.

EU는 낭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백신 공유 프로그램을 운영해 남은 백신을 다른 국가에 제공했으며,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홍보 및 교육 활동을 강화했다.

다만, 낭비된 백신 비용 충당 문제를 놓고 EU와 화이자 간에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화이자는 EU 측에 취소 조건으로 회분당 10유로를 지급할 것을 제안했지만, EU 측은 이 제안을 거부하고 화이자 측이 더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화이자가 코로나 이후 매출 감소로 재정적 압박과 구조조정을 하는 것도 협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

현재 양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며, 향후 협상을 통해 낭비 비용의 충당 방식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의 진실은 EPPO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EU와 화이자의 백신 계약은 팬데믹 대응의 중요한 부분이었지만, 이제는 낭비와 부패 논란으로 그 명성이 훼손되고 있다. 이 사건은 EU의 백신 조달 과정에서 국제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