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농가의 소득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6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농업시장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미 농무부(USDA)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농가 순소득은 2022년 대비 약 25% 감소한 1359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2024년에는 1200억 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 GDP의 약 0.9%를 차지하는 농업 부문의 구조적 취약성이 심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농가는 현재 곡물 가격 폭락, 비용 부담 가중, 보호무역으로 인한 수출 감소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최근 CME 그룹의 보고서는 이러한 복합적 위기 상황을 구체적 수치로 보여준다.
이 보고서는 미국 농촌 경제의 급격한 악화를 경고하고 있다. 현재 옥수수와 대두 가격은 2022년 고점 대비 각각 50%와 43% 하락했으며, 이는 농가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美 연방준비제도(Fed)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미국 농가의 평균 자산은 약 320만 달러, 부채는 약 110만 달러 수준이다. 문제는 2024년 농가의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현재 34%에서 40%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보호무역 강화가 초래할 수 있는 추가적인 피해다. 美 농업경제연구소(USDA ERS)의 분석에 따르면,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 갈등이 심화할 경우 미국 농산물 수출은 연간 최대 300억 달러까지 감소할 수 있다. 이는 현재 연간 1800억 달러 규모인 미국의 농산물 수출에서 약 17%가 감소하는 수준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수출 감소가 국내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추가적인 농가 소득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리노이 대학의 분석에 따르면, 무역 갈등이 심화할 경우 농가당 연간 순소득이 평균 4만 달러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현재 농가 평균 순소득의 약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농촌경제의 위기는 미국 경제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농업 관련 산업을 포함한 농식품 산업이 미국 GDP의 5.4%, 총 고용의 10.2%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퍼듀대학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농가 소득이 20% 감소할 경우 관련 산업의 일자리 약 50만 개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농업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2015~2016년의 농업 위기보다 더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당시에는 농가 부채비율이 32%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이미 그 수준을 상회했으며 투입 비용도 크게 상승한 상태다. 주요 농업 금융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에는 전체 농가의 약 15%가 심각한 재무적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농업의 위기는 한국의 연간 식용 곡물 수입액 90억 달러 중 절반 이상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어 한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옥수수와 대두는 국내 축산업과 식품산업의 핵심 원자재이기 때문이다.
농업 전문가들은 미국 농가의 위기가 심화될 경우 국제 곡물 시장의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이는 한국의 식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는 한미 농산물 교역에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처럼 미국 농업은 가격 하락, 비용 상승, 무역 갈등이라는 삼중고로 인해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는 단순히 농업 부문의 문제를 넘어 미국 경제 전반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따라서, 미국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정책과 함께, 농가 차원의 철저한 위험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