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 파고...수출길 막히고 재활용 업계 '울상'
EU, WTO 제소 등 맞대응 예고...글로벌 시장 불안감 확산
EU, WTO 제소 등 맞대응 예고...글로벌 시장 불안감 확산

유로스타트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유럽연합(EU)의 대미 알루미늄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의 2%에 불과한 11억 유로(약 1조 7612억 원)에 그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관세는 유럽 알루미늄 산업 전반에 예상치 못한 후폭풍을 일으키며 시장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번 관세 부과의 배경에는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했던 선례가 있다. 당시 EU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며 강력히 반발했고,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등 양측 간 갈등이 격화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과거와 유사하지만,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다. 이는 유럽 기업들의 대미 수출에 직접적인 제약을 가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알루미늄 시장 전체의 판도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재활용 업계, 직격탄 맞고 '휘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알루미늄 재활용 업계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고 친환경적인 재활용 알루미늄은 유럽이 주도하는 분야다. 그러나 미국 관세 장벽에 막혀 유럽산 재활용 알루미늄의 미국 수출길이 봉쇄되면서, 유럽 내 공급 과잉이라는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독일 나흐터슈테트에 위치한 알루미늄 재활용 기업 노벨리스의 재활용 센터는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동차 산업에 주로 사용되는 고품질 알루미늄을 생산하며 상당 부분을 미국에 수출해왔던 이 회사는 관세 부과 이후 수출량 급감으로 생산량 조절 어려움에 봉착했다.
노벨리스 대변인은 "미국의 관세는 우리의 사업 모델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우리는 미국 시장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유럽 내에서도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는 미국의 관세가 해당 기업의 사업 구조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 유럽, 강경 대응 예고...시장 불안감 고조
상황이 심각해지자 유럽연합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미국의 관세는 부당하며, 유럽연합은 단호하고 비례적인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EU는 우선 WTO에 미국의 관세 조치를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으며, 유럽 내 알루미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 정책 마련에도 고심하고 있다. 이러한 EU의 움직임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유럽 알루미늄 산업의 어려움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재활용 부문의 경쟁력 약화는 유럽의 친환경 정책 추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로벌 알루미늄 시장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함께 알루미늄 가격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관세 조치가 장기화될수록 글로벌 알루미늄 시장의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관세라는 암초를 만난 유럽 알루미늄 산업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EU의 발 빠른 대응과 업계의 혁신 노력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