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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중국 희토류 공급망 꿈틀… 미국·브라질 '맞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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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중국 희토류 공급망 꿈틀… 미국·브라질 '맞손'

중국 견제 속 미국, 자체 공급망 강화 '총력'
브라질, 막대한 매장량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의 땅' 부상
미국과 브라질이 희토류 공급망 재편을 위해 협력하는 가운데, 브라질이 막대한 매장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아클라라 리소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브라질이 희토류 공급망 재편을 위해 협력하는 가운데, 브라질이 막대한 매장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아클라라 리소시스
브라질이 희토류 시장의 중국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민간·군사 기술에 필요한 자석 제조에 주로 사용되는 희토류 채굴 시장의 70%, 정제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어 미국은 대체 공급망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캐나다 아클라라 리소시스(Aclara Resources)가 브라질 고이아스주 노바로마 희토류 광산을 개발하고 있다고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아클라라는 브라질 고이아스주 인근에 시범 공장을 개설해 정제 공정을 완성한 뒤, 노바로마 광산 옆에 6억 달러(약 8392억원)를 투자해 2028년 본격 생산을 위한 대형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채굴 희토류를 정제해 희토류 탄산염(희토류 원소가 모두 포함된 흰색 암석)을 생산하고, 원소별 분리는 미국에서 할 계획이다.
독일 기업 VAC는 미국 내 자석공장 건설과 관련해 아클라라에서 희토류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VAC는 미 국방부에서 9400만 달러(약 1314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 미국의 '탈중국' 희토류 공급망 구축 시동


라몬 바루아 아클라라 리소시스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오는 8월까지 미국 내 어디에 희토류를 개별 원소로 분리하는 공장을 건설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이미 구매자도 확보했다.

바루아 최고경영자는 "수요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아클라라는 브라질과 칠레의 공장에서 경희토류와 중희토류를 모두 채굴·정제할 계획이다.

지정학적 긴장이 브라질 광물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미국이 지난달 중국에 신규 관세를 부과한 뒤, 중국은 희토류 소재 수출 제한을 강화해 테슬라 등 미국 제조업체의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이들은 중국 외 대체 공급원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부 기업에 한해 이달 희토류 수출이 재개됐다.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는 4월 실적 발표에서 "희토류 자석을 사용할 수 있는 허가를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 브라질, 풍부한 매장량 앞세워 '대안'으로 급부상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브라질은 약 2100만t의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이는 전 세계 확인 매장량의 5분의 1 이상이며, 미국의 10배가 넘는다. 특히 브라질은 디스프로슘(Dy)과 터븀(Tb) 등 고온에서도 자석의 자성을 유지하게 해주는 중희토류의 매장량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속들은 전기차에서 모터 자석의 성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막대한 매장량에도 브라질은 복잡한 광업 규제와 중국 기업과의 경쟁을 꺼리는 투자자들 때문에 희토류 시장에서 미미한 존재였다. 브라질 희토류 채굴과 정제 비용은 중국의 약 3배로 추정되며, 서방 구매자들은 브라질산 광물에 상당한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한다. 중국 외 지역에서 희토류 정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극소수이며, 기술 습득 곡선도 가파르다.

아클라라는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지만, 자사의 채굴 방식이 더 친환경적이라고 강조한다. 아클라라의 한 기술자는 브라질 노동자들에게 희토류 가공 공장에서 훈련을 제공하고 있으며, 브라질 아클라라의 시범 공장에서 기술자가 노동자들을 훈련시키는 모습도 포착됐다.

◇ 미국·유럽, 중국 의존도 줄이기 위한 노력 가속화


알렉산드르 실베이라 브라질 광업에너지부 장관은 "브라질은 희토류 매장 가능성을 조사하고, 다른 광산의 폐기물에서도 희토류 흔적을 찾고 있다"면서 "이 잠재력은 상당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브라질 첫 대규모 희토류 광산은 지난해 노바로마 서쪽 약 144㎞ 지점에 문을 열었으며, 아클라라도 이곳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보스턴 소재 사모펀드 던햄캐피털이 지원하며, 아시아 외 지역에서 드물게 디스프로슘·터븀·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등 고성능 자석 원소를 생산한다. 그러나 이 광산 생산물 대부분은 중국으로 수출된다.

미국은 지난 5년간 수억 달러를 투입해 중국 지배로 폐쇄된 희토류 정제와 자석공장 재가동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미국 외국산 핵심 광물 의존도를 국가비상사태로 선포했으며, 재임 후에도 이 분야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유럽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유럽연합(EU)은 필요한 핵심 원자재의 40%를 자체 정제하고, 지정 희토류 등 원자재의 연간 소비량 중 65% 이상을 외부 국가에 의존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 친환경 채굴 방식 내세운 아클라라의 도전


아클라라는 가격 경쟁력은 없지만, 친환경 채굴 방식을 내세운다. 브라질 광업 기록은 완벽과 거리가 멀다. 2019년 철광석 기업 발레가 소유한 폐기물 댐 붕괴로 272명이 사망했고, 4년 전에는 BHP그룹과 공동 소유한 댐도 붕괴된 바 있다. 그럼에도 브라질 규제는 중국보다 더 엄격하다. 아클라라 채굴 방식은 위험이 적다는 평가다. 중국은 일반적으로 점토에 구멍을 뚫고 비료로 쓰이는 황산암모늄 용액으로 희토류를 추출한다. 이 방식은 저렴하지만 주변 토양과 수자원을 오염시킬 위험이 있다.

아클라라는 대신, 최대 30m 깊이까지 점토를 굴착해 공장으로 운반한 뒤 처리할 계획이다. 아클라라로부터 희토류를 구매할 예정인 VAC의 에릭 에셴 CEO는 "이곳 점토는 표면에 가까워 깊이 파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남은 점토는 세척 후 다시 땅에 되돌려 보내므로 폐기물 댐이 필요 없다. 톤당 1.36㎏ 미만의 희토류만 포함된 흙을 트럭으로 나르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광산 부지의 오염을 줄인다.

존 하이카위 희토류 전문가는 최근 아클라라 시범 공장과 광산을 점검한 뒤 "환경 문제에 대한 주의가 중국과 아클라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중국이 장악한 희토류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