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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하버드 유학생 등록 금지’에 中 유학생들 비자 불안에 항공편 취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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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하버드 유학생 등록 금지’에 中 유학생들 비자 불안에 항공편 취소까지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하버드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등록을 전격 중단하면서 중국 국적 학생들이 법적 지위 상실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국 유학생들은 항공편을 취소하고 임시 숙소로 피신하는 등 대응에 나섰고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24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가 중국 공산당(CCP)과 연계돼 있다는 이유로 외국인 학생 등록을 차단하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은 다른 학교로 전학하거나 미국 내 체류 자격을 상실하게 됐다. 이 조치는 향후 다른 대학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하버드대 측은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는 불법이며 외국인 학생 교육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하버드대 유학생 가운데 중국 국적 학생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미국 내 거주지를 옮기거나 귀국을 준비하던 중국인 학생들은 불안에 휩싸였다. 물리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24세의 한 중국인 유학생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중국인 공동체가 다른 집단보다 더 타깃이 된 느낌”이라며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 찾아올 수 있다는 말에 숙소를 바꿔야 하느냐는 조언도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앞서 미국 매사추세츠주 연방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2주간 효력을 정지하는 임시 금지 명령을 내렸다.

공중보건 석사과정 학생인 장카이치(21)는 “중국 NGO에서의 여름 인턴십을 위해 귀국하려던 항공권을 취소했다”며 “비자와 향후 박사과정 진학에 큰 영향을 줄까 걱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중국인 학생들은 비자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왓츠앱 그룹을 개설하고 변호사 자문을 받고 있다. 한 학생이 공개한 채팅방 대화록에 따르면 변호사는 “당분간 국내선 항공기 이용을 피하고 학교의 공식 발표를 기다리라”고 조언했다.

이번 조치는 하버드대가 외국인 학생의 비자 정보를 제공하라는 정부의 요청을 거부한 데 대한 보복성 대응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학 측이 협조할 경우 정책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 외교부도 전날 낸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미국의 국제적 신뢰와 이미지에 상처를 줄 것”이라며 “해외 중국 학생들의 정당한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실제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딸 시밍쩌를 포함해 지난 20년간 수많은 중국 고위층 자녀들이 하버드에 재학했으며 이는 미국 내 중국 자본 유입과도 맞물려 꾸준히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시 주석의 반부패 캠페인 이후 당 간부 자녀의 해외 재산과 학업은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홍콩과 싱가포르, 호주 등 타 영어권 국가로의 유학 수요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홍콩과기대는 이날 “하버드 유학생들을 위한 조건 없는 입학 제안과 간소화된 전형, 학업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교육정책 연구기관 HEPI 보고서를 작성한 중국 광저우 지역 교육 컨설턴트 피파 이벨은 “미국 유학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지만 부모들의 불안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내년 하버드 석사 입학을 앞둔 자오(23)는 “당장 6월 초 비자 신청을 준비 중이었는데, 등록을 미루거나 전학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삶의 계획 전체가 흔들렸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