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 화력발전소 수은·탄소배출 규제 크게 풀어…"해마다 10억 달러 절감할 수 있어"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화력발전소 대기오염 규제를 크게 풀겠다고 내놓으면서 환경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1일(현지시각) EPA가 화력발전소 수은 대기오염 기준을 풀고 이산화탄소 규제는 아예 없애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리 젤딘 EPA 청장은 이날 EPA 본부 기자회견에서 "두 규칙안이 확정되면 미국 가정 전기요금을 아껴주고 오늘날 필요한 전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마다 10억 달러(약 1조3500억 원)를 아낄 수 있다"고 밝혔다. 젤딘 청장은 "EPA가 올바른 정책을 되찾는 중요한 걸음을 내딛고 있으며,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PA는 이번 제안서에서 미국 전력 부문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변화에 '중요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도 담았다.


이번 규제 완화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내린 대통령령과 맥을 같이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석탄 캐기와 임대, 수출을 늘리고 석탄 화력발전 쓰임새를 키우라는 대통령령을 내린 바 있다.
젤딘 청장은 지난 1월 취임한 뒤 기후변화와 대기·물 오염 관련 규제를 뒤엎어 미국 산업계 부담을 덜고 화석연료 바탕 에너지 생산을 북돋우는 정책을 밀어왔다. 이번 제안으로 앞으로 몇 년간 시행될 예정이었던 바이든 정부와 오바마 정부 때 환경규제가 사라질 전망이다.

캐럴 밀러 공화당 하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주)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주 석탄 광부들한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 석탄을 관료주의 밑에 묻지 말고 풀어놓아야 한다는 점을 아는 대통령과 EPA가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전국농촌전력협동조합협회 짐 매티슨 최고경영자는 "오늘 발표는 전력협동조합들이 치솟는 에너지 수요를 안정되게 채우고 지역 가정과 기업이 감당할 만한 값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반가운 방향 바꿈"이라고 평가했다.


환경단체와 공중보건 단체들은 이번 제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45일간 공개 의견받기 기간에 반대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으며, 최종 규칙에는 법정 다툼도 예고했다.

미국폐협회 해럴드 위머 최고경영자는 "EPA에 이런 중요한 안전장치를 거두려는 모든 노력을 그만둘 것을 촉구한다"며 "EPA 일은 공중보건과 환경을 지키는 것이지, 사람들을 더 많은 독성 오염에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보스턴에 있는 환경단체 클린에어태스크포스 헤이든 하시모토 변호사는 "EPA 제안은 특히 이런 오염에 한쪽으로 치우쳐 영향받는 지역사회의 더 깨끗한 공기와 건강한 환경을 소수 특히 더러운 석탄 발전소 이익을 위해 희생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EPA에 따르면 수은은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신경독소로 호수와 강에 쌓인다. 사람들이 수은에 드러나는 가장 흔한 길은 오염된 생선이나 조개류를 먹는 것이다. 높은 수준 수은 노출은 어른의 경우 가장자리 시력 상실, 말하기 어려움, 근육 약해짐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뱃속에서 드러난 아기의 뇌와 신경계 자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를 내뿜는 나라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1880년 뒤 지구 겉면 온도는 10년마다 0.14도씩 올랐으며, 1981년 뒤로는 따뜻해지는 속도가 두 배 넘게 빨라졌다. 작년은 기록상 가장 더운 해였다고 NOAA는 발표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