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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하이텍 조지아 배터리 공장 투자 철회...미국 전기차 정책 변화가 불러온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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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하이텍 조지아 배터리 공장 투자 철회...미국 전기차 정책 변화가 불러온 충격

"전기차 보조금 종료로 한국 기업 투자 위축 우려...조지아 청정에너지 산업 큰 타격 예상"
성일하이텍 회사 이미지. 사진=성일하이텍 이미지 확대보기
성일하이텍 회사 이미지. 사진=성일하이텍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던 한국 배터리 재활용 기업 성일하이텍이 3,700만 달러(504억 원) 규모의 현지 공장 설립 계획을 접었다. 이 소식은 지난 4(현지시각) 글로벌애틀랜타 등 현지 언론에서 전해졌다.

현지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미국 연방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조기 종료와 맞물려 조지아주 청정에너지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 미국 전기차 보조금 조기 종료, 조지아 투자 환경 급변

성일하이텍은 조지아주 스티븐스카운티 토코아에 3,700만 달러를 들여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세우고 100명 넘는 인력을 뽑을 계획이었다. 해당 부지는 주정부가 70만 달러(95,000만 원) 보조금으로 조성한 헤이스톤 브래디 산업단지 안에 있다. 최근 스티븐스카운티 산업 당국은 "해당 부지 두 곳을 다시 사들여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브리타니 아이비 스티븐스카운티 개발 당국 대표는 "성일하이텍과 같은 협력적 파트너를 다시 찾길 바란다"고 현지 라디오 방송에서 말했다.
이번 투자 철회는 미국 연방 하원이 통과시킨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의 영향이 컸다. 이 법안은 전기차 신차 구매 때 지급하던 최대 7,500달러(1,020만 원) 보조금을 2025930일까지로 앞당겨 종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래는 203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었으나, 7년이나 빨리 끝나게 됐다. 이에 따라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배터리 벨트' 흔들리...큐셀·SK온 등 한국 기업 투자도 불확실

조지아주는 최근 몇 년 동안 현대자동차, SK, 한화큐셀 등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청정에너지와 전기차 배터리 공장 투자를 집중해온 곳이다. 현대차와 SK온은 각각 50억 달러(68,000억 원) 규모의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을, 한화큐셀은 23억 달러(31,300억 원) 규모의 태양광 패널 공장을 짓고 있다. 이들 사업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연방정부의 세제 혜택을 바탕으로 추진됐다. 환경 비즈니스 단체 E2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조지아주에서만 128억 달러(174,400억 원) 규모의 33개 청정에너지 사업이 발표됐다.

그러나 IRA 보조금 조기 종료와 세액공제 축소가 현실이 되면서, 이미 노르웨이 프레이어 배터리(26억 달러 규모), 아스펜 에어로젤 등 주요 기업들이 조지아 내 공장 투자 계획을 잇따라 접었다. 업계에서는 "조지아주가 '배터리 벨트'의 핵심 거점으로 떠올랐으나, 연방 보조금 축소로 투자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조지아 청정에너지 산업, 연쇄 타격 우려

조지아주 정부는 "연방정부의 개입 없이도 전기차 산업은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놨지만,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은 "보조금 종료로 사업 계획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조지아주에서만 보조금에 힘입어 만들어질 예정이던 일자리가 41,700여 개에 이른다는 환경단체 클라이밋파워의 분석도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현재 공사 중이거나 계획 단계에 있는 제조시설 인력이다.

E2의 밥 키프 전무이사는 최근 "이번 법안은 미국 경제와 환경에 놀랄 만큼 큰 타격"이라며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 제조업 르네상스를 이끌던 정책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IRA 보조금 종료로 조지아주 청정에너지 산업의 성장세가 꺾이고, 한국 기업을 포함한 세계 투자자들의 추가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는 해석이 많다.

◇ 후속 투자·일자리 창출 전망 불투명

최근 보도에 따르면, 조지아주에서 IRA 보조금에 기대 추진된 청정에너지와 전기차 관련 사업의 상당수가 투자 취소나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보조금 축소가 전기차와 배터리 수요 감소로 이어져, 앞으로 조지아주 내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성일하이텍의 투자 철회는 한 기업의 결정에 그치지 않고, 조지아주 청정에너지 산업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