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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폭탄 예고하는데 증시는 왜 계속 오르나...전문가들 "위험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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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폭탄 예고하는데 증시는 왜 계속 오르나...전문가들 "위험한 착각"

美 주식시장 '역설적 상승'에 경고음..."투자자들 현실 안주하다 큰코다칠 수도"
관세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계속 오르자 시장에 공포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사진=UPI/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관세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계속 오르자 시장에 공포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사진=UPI/연합뉴스
미국 주식시장에서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전쟁을 예고하며 강력한 관세 정책을 내세우는데도, 투자자들은 오히려 주식을 사들이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마켓이 17일(현지 시각) 발표한 분석 보고서는 이 같은 '역설적 상승'이 오래갈 수 없다고 경고했다. 언젠가는 큰손들이 직접 나서서 시장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이 트럼프를 우습게 보고 있다"


세븐스 리포트 리서치를 이끄는 톰 에세이는 현재 상황을 두고 "시장이 트럼프를 조용하게 만든 것 같다"고 진단했다. 트럼프가 아무리 관세 위협을 해도 투자자들이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숫자가 이를 뒷받침한다. 트럼프가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인상을 처음 발표했던 지난 4월 8일, S&P500 지수는 크게 떨어졌다. 그런데 그 이후 지금까지 무려 26%나 올랐다. 관세가 실제로 적용되면 물가도 오르고 경제성장도 둔화될 텐데 말이다.

에세이는 "날마다 매우 높은 관세 위협이 나오는데도 시장은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관세가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 않거나, 아니면 백악관이 결국 원래 계획을 대폭 줄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자신도 이런 시장 반응에 고무된 기색이다. 지난 10일 NBC와 한 인터뷰에서 "관세가 매우 잘 받아들여졌다"면서 "오늘도 주식시장이 새 기록을 세웠다"고 자랑했다.

◇ 1970년대 '채권 자경단' 재현될까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안일한 분위기가 언젠가는 깨질 것이라고 본다. 197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일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경고다.

당시 미국 정부가 돈을 함부로 쓰며 빚을 늘리자, 큰손 투자자들이 집단으로 국채를 팔아치웠다. 이른바 '채권 자경단(自警團)'이었다. 이들의 집단행동으로 금리가 급등하며 정부는 결국 재정 긴축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에세이는 "채권 자경단은 정부 재정이 엉망이 되자 시장에서 고통을 가해 정부 지출을 견제했다"면서 "이제는 주식 자경단이 나타나 관세 정책에 같은 방식으로 맞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대규모 투자자들이 '트럼프가 정말로 이 정책을 밀어붙일 것이고, 이는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워 정책 변화를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세 시행 확률 5%? 말도 안 된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조지 피어크스는 현재 시장 분위기를 더욱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시장이 트럼프의 강력한 관세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 확률을 고작 5% 정도로 보고 있다고 추정했다.

피어크스는 "5%라니,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라면서 "트럼프의 관세가 실제로 적용되면 현재 주식 가격이나 기업 실적 전망은 전혀 맞지 않게 된다"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주식 자경단의 실제 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백악관 무역 정책에 맞서 매도로 압박하려는 대규모 투자자가 충분할지 의문"이라면서 "이들이 서로 협조해 행동할 만큼 결속력이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딥 날리지 인베스팅의 게리 브로드는 과거 사례를 들어 투자자들의 안일함을 설명했다. 그는 "1기 트럼프 행정부 때도 무서운 관세를 예고해 시장이 떨었지만, 막상 실행된 정책은 너무 약해서 바이든 정부도 그대로 뒀다"면서 "대부분 사람들이 눈치도 못 챌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편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조사에 따르면, 시장이 계속 오르는 동안에도 기관투자자들은 꾸준히 주식을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언제 본격적인 매도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