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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초격차 기술 韓 vs 물량 공세 中...2025년 세계 조선 '왕좌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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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초격차 기술 韓 vs 물량 공세 中...2025년 세계 조선 '왕좌의 게임'

한국, LNG선 등 첨단 기술로 30% 점유율 탈환...중국, 70% 싹쓸이 후 질적 성장까지 넘봐
왕년의 강자 일본 '올 재팬'으로 재기 총력…필리핀·베트남, 가격 경쟁력 앞세워 맹추격
2025년 세계 조선 시장은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 기술력을 앞세운 한국과 압도적인 물량의 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재기를 노리는 일본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추격하는 동남아 신흥국들이 가세하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왕좌의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마린 인사이트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세계 조선 시장은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 기술력을 앞세운 한국과 압도적인 물량의 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재기를 노리는 일본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추격하는 동남아 신흥국들이 가세하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왕좌의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마린 인사이트
2025년 세계 조선 시장은 약 1555억 달러(약 216조4716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며, 기술력으로 무장한 한국과 압도적 물량의 중국, 그리고 왕좌 복귀를 노리는 일본의 '삼국지' 구도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마린 인사이트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여기에 필리핀과 베트남 등 신흥국들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중소형 선박 시장에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친환경·고효율 선박 수요 증가와 각국 정부의 지원이 이러한 시장 변화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 '기술 한국' vs '물량 중국'... 첨예한 주도권 다툼


한국 조선업계는 고부가가치·기술 집약 선박 건조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전 세계 수주 점유율 18.1%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시장 점유율이 30% 수준까지 급상승하는 저력을 보였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의 수주잔고는 올해 1분기 기준 200조 원을 돌파해 '초호황기'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인 암모니아 및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으로 사업 구성을 넓히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와 친환경 연료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적 행보다. 업계는 인공지능(AI) 기반 선박 지능화, 탄소 포집 및 저장(CCS) 적용 설계 등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나갈 방침이다. 최근에는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참여와 인도 시장 진출 등 신규 해외 사업 확대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편, 세계 1위 중국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수주 점유율 69.2%, 표준화물선환산톤수(CGT) 기준으로는 53~70%를 차지해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켰다. 방대한 숙련 노동력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 강력한 산업 정책을 등에 업은 중국 조선소들은 이미 2028년 말까지 수주 물량이 꽉 찼다.

과거 범용 선박 위주였던 중국은 이제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암모니아, 수소 등 세계 대체연료 선박 수주에서 강세를 보이는 대목이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선박공업그룹(CSSC) 등 주요 기업들은 신소재, 디지털 조선소, 자율운항 선박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한국의 기술력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무역 제재로 올해 신규 수주 점유율이 일시적으로 75%에서 56%로 급감하는 등 외부 변수는 있지만, 모든 선종을 건조할 수 있는 방대한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한 주도권은 당분간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 '왕의 귀환' 노리는 일본과 신흥 강자들의 도전


한때 세계 조선 시장을 호령했던 일본은 생산능력 및 투자 부족과 구조조정 실패로 수주량이 급감하며 3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4.6% 수준에 머물렀다. 일본은 물량 경쟁 대신 '올 재팬(All Japan)' 전략을 내세워 고부가가치 특수 선박으로 초점을 전환하고, 암모니아·수소 기반 선박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 개발에 집중하며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자국 조선소의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리고 세계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정부 지원 조선소 건립과 이마바리 조선, 미쓰비시 중공업,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JMU) 등이 참여하는 차세대 선박 개발 연합 구성 등 구조 혁신을 추진한다. 고령화된 노동력이라는 과제가 남아있지만,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틈새 및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입지를 다시 다지려 한다.

한중일 3강이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동남아시아의 신흥 주자들이 저렴한 인건비와 정부 지원을 무기로 추격하고 있다. 필리핀은 지난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로부터 세계 5대 조선 국가로 인정받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한진, 츠네이시 등 외국 자본의 투자를 바탕으로 해마다 500척 이상의 선박을 건조하며 중소형 탱커와 벌크선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법인세 인하 등 세금 혜택과 규제 완화를 통해 친환경 조선 산업의 현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세계 7위 조선국 베트남 역시 정부의 세금 감면과 유럽·한국의 집중적인 외국인 직접투자(FDI)에 힘입어 해마다 350만 톤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현대베트남조선(HVS) 등 합작법인을 통해 기술과 품질을 높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LPG선, 자동차운반선, 해양지원선 등 특수선박 건조에도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2025년 세계 조선 시장은 친환경·스마트 기술을 선점하려는 한중일의 주도권 다툼과, 생산기지 현대화와 비용 우위를 앞세운 동남아 신흥국들의 도전이 교차하며 더욱 역동적인 경쟁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처럼 경쟁 구도가 다변화하는 중심에는 대체연료와 배출가스 저감 기술 투자를 이끄는 국제 환경 규제가 자리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