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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레벨업' 마친 북한군 1만8000명 vs 눈 감고 있는 한국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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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레벨업' 마친 북한군 1만8000명 vs 눈 감고 있는 한국 정부

"우크라이나서 현대전 기술 습득한 북한군...전문가 "과속 기관차 같은 위협" 경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와중에 2022년 3월 7일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에서 까맣게 탄 러시아 탱크와 노획된 탱크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와중에 2022년 3월 7일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에서 까맣게 탄 러시아 탱크와 노획된 탱크가 보인다. 사진=로이터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실전 경험을 쌓으며 군사 역량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 대응은 미온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24(현지시각) "북한의 군대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변모하고 있는데 왜 한국은 침묵하고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가을 추정 12000명의 병력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전투에 파견한 데 이어 추가로 6000명의 군인과 1000명의 군사 엔지니어, 수백 명의 철도 엔지니어, 교량 건설 전문가, 물류 인력, 전기 기술자, 헌병, 통역관까지 배치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들이 주로 전투로 피해를 입은 쿠르스크 지역 재건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이 공급하는 무기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하는 전체 무기의 40%에 이른다고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기관이 밝혔다. 북한의 KN-23 탄도미사일은 지난달 키예프의 주거용 건물을 타격해 민간인 12명이 숨지는 사태를 일으켰지만,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북한이 지난 5월 동해안에서 탄도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했을 때는 몇 시간 만에 한국이 워싱턴, 도쿄와 함께 이번 발사를 지역 평화와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대조는 한국의 일관성 없는 대응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 현대전 경험 쌓는 북한군..."생체 로봇 같았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기관의 키릴로 부드노프 대표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군대는 러시아에서 새로운 탄약을 얻었고, 병사들은 현대 분쟁의 경험을 쌓았다""이 지역의 다른 어떤 군대도, 예를 들면 일본, 한국, 기타 국가들은 이 거대한 정규군 간의 현대전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군의 사상 결속력은 올해 1월 우크라이나가 부상당한 북한군 포로 2명을 생포했을 때 드러났다. 부드노프 대표는 "우리는 그들에게 충격받았다. 그들은 생체 로봇 같았다. 자신의 정맥을 물어뜯어 자살하려 했다"고 말했다. 한 포로는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 나는 영웅으로 대우받을 것이다. 나는 현대전에 참전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북한군은 합동군사작전과 공격·정찰 드론 운용, 전자전 시스템 등 이전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기술들을 학습하고 있다. 모스크바는 첨단 무기를 이전하고 북한의 KN-23 탄도미사일 정확도 향상을 도왔으며, 이 미사일들은 이후 하르키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도심을 타격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6월 한국을 직접 거명하며 "수천 개의 업그레이드된 샤헤드 드론과 탄도미사일이 서울과 도쿄를 위협하기 시작할 때가 아니라 지금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정보국은 또 러시아 교관들이 본토에서 북한 드론 조종사를 훈련시키고 있다고 밝혔고, 러시아가 북한을 보호하기 위해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모스크바의 전쟁에 대한 "무조건 지지"를 표명했음에도 한국은 이런 상황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체포한 북한 군인. 사진=뉴스1이미지 확대보기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체포한 북한 군인. 사진=뉴스1


◇ 한국의 '전략 모호성'과 여러 고려사항

한국 정부의 조용한 대응에 대해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박사는 "전략, 경제, 정치 요인들이 한국의 가시적인 행동을 저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군사 경험을 서울에 대한 직접 위협으로 인정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이전을 포함해 더욱 강력한 국내 대응에 대한 압력을 만들어낼 것이지만, 국민들은 이런 방식을 원하지 않는다.

양 박사는 "국방 관료들은 지난해 12월 사건 이후 특히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실패를 언급했다. 그는 "그들은 정치적 공격을 정말 두려워하며 대중과 언론에게 보이지 않기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경제 요인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쟁 전 러시아는 한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 중 하나였다.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 위협 속에서 이재명 새 정부는 경제 회복과 '실용 외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대결에 대한 의지가 거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정치도 한몫한다. 이재명 정부의 민주당은 한국의 좌우 분열이 서구의 진보 가치보다는 대북 정책에 더 집중되어 있음을 반영하여 북한과의 관여를 지지한다. 좌파 목소리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빚진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전인범 전 한국 특수부대 사령관은 "우리는 확실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그러나 재앙을 피하거나 현실의 공포에 무관심한 것은 사람들의 본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레벨 10 슈퍼 고질라를 상대하고 있지만, 관료주의는 호랑이만 본다""이것은 당신을 향해 오는 과속 기차와 같다.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옆으로 물러나거나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기관의 스키비츠키는 한국의 군사 교리가 구식이며 드론 이전 시대를 모델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관성 중 일부는 관료주의일 수 있다고 전인범은 위협이 몇 달 안에 진화하더라도 몇 해가 걸릴 수 있는 조달 및 계획 과정을 지적했다.

한국 국방부는 가디언의 질문에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것은 유엔 헌장과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이러한 비인도적이고 불법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