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스코르펜급 유력… 6조 5400억 금융 보증 내건 독일 TKMS 완패
단기 마진 주고 30년 MRO 챙기는 '역내 건조', 글로벌 함정 시장 핵심 손익 구조로 부상
'기술·생산·수요' 결합한 역내 건조 모델 부상… K-잠수함 수주 공식 바뀐다
단기 마진 주고 30년 MRO 챙기는 '역내 건조', 글로벌 함정 시장 핵심 손익 구조로 부상
'기술·생산·수요' 결합한 역내 건조 모델 부상… K-잠수함 수주 공식 바뀐다
이미지 확대보기당초 강력한 후보였던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를 제치고 프랑스 네발그룹의 스코르펜(Scorpène)급 잠수함이 유력 기종으로 부상했다. 전통적인 독일식 '완제품 수출 모델'의 균열을 의미하는 이번 결정은 장보고-III를 앞세운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방산 기업에 새로운 구조적 기회와 도전 과제를 동시에 던지고 있다.
'기술·생산·수요' 결합한 역내 공급망의 승리
이번에 가시화한 삼각동맹은 '기술은 프랑스(네발그룹), 생산 거점은 브라질, 수요는 아르헨티나'로 분업하는 새로운 방산 공급망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브라질 국방부는 최근 호세 무시오 몬테이로 장관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카를로스 알베르토 프레스티 아르헨티나 국방장관과 만나 양국 군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브라질 해군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몬테이로 장관은 프랑스가 아르헨티나에 수출할 잠수함을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의 이타과이(Itaguaí) 해군기지에서 건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네발그룹은 지난 2009년부터 브라질 잠수함 개발 사업(PROSUB)에 참여해 이타과이 조선소(ICN) 지분 41%를 확보했으며, 현지 건조를 통해 2022년 1번함 리아추엘로호와 2024년 2번함 우마이타호를 출항시키며 기술 이전과 역내 생산 역량을 완전히 입증했다.
"독일은 돈을 줬고, 프랑스·브라질은 산업을 줬다“
이번 수주전은 단순한 기술력 경쟁을 넘어 금융 지원과 산업 파급 효과의 대결이었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예산위원회에서 TKMS의 209급 잠수함 3척을 아르헨티나에 수출하기 위해 42억 7000만 달러(약 6조 5400억 원) 규모의 국가 신용 보증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독일은 돈을 줬고, 프랑스·브라질은 산업을 줬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의 파격적인 금융 지원책보다 현지 일자리 창출과 중장기 정비 역량 확보를 보장한 프랑스·브라질의 공동 건조 패키지가 아르헨티나의 정치·경제적 요구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현지 공동 건조 모델은 기술 이전 비용과 초기 인프라 세팅 탓에 단기 마진을 일부 희생하는 손익 구조를 지닌다. 하지만 발주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수주 성공 확률을 극대화하고, 향후 20~30년간 이어질 유지·정비(MRO) 및 부품 공급 수익을 독점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 펀더멘털에 훨씬 유리하다.
K-방산의 과제… 가성비·납기 넘어 '해외 거점과 패키지 금융' 갖춰야
독일식 수출 모델의 퇴조는 글로벌 잠수함 시장의 '게임의 룰'이 한국에 유리하게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완제품 수출 위주였던 독일 세력이 약화될수록, 기술 이전과 현지화를 유연하게 제안해 온 한국형 수주 모델의 상대적 경쟁력은 구조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뛰어난 가격 대비 성능과 철저한 납기 준수, 독보적인 디젤 잠수함 기술력을 보유했으나, 상대적으로 해외 생산 거점과 정책금융 규모 면에서 열세에 놓여 있다.
방산 업계에서는 글로벌 잠수함 수주전은 단품 판매가 아닌 현지화 싸움으로, 캐나다나 동남아 현지 조선소의 지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거나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MRO까지 묶은 장기 계약 구조를 짜야 한다고 한다.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를 연계한 패키지 금융 지원 체계를 전력화하는 것도 필수 과제다. 다만 남미 국가들의 특성상 정치·재정적 불안정성이 높은 만큼, 향후 계약 지연이나 대형 프로젝트의 금융 클로징(자금 조달 마무리)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점은 완충 요인으로 감안해야 한다.
글로벌 함정 시장의 주도권 변화 속에서 투자자가 장기적으로 추적해야 할 핵심 체크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간 의향서(LOI)의 본계약 전환 시점 및 구체적 금융 조건(금리, 상환 기간)이다. 계약이 최종 확정되어야 남미 발주 물량이 시장의 실질적인 기준점으로 안착하기 때문이다.
둘째, 한화오션의 캐나다 순찰잠수함 프로젝트(CPSP) 등 차기 대형 수주전에서의 현지 조선소 지분 확보 여부 또는 JV 설립 발표 시점이다. 역내 공동 건조를 요구하는 발주국의 성향상 현지 인프라 확보 여부가 기업가치 변동의 도화선이 된다.
마지막으로 방산 프로젝트별 정부의 금융 패키지 한도 확대 여부다. 자본금 확충을 통한 대규모 정책 금융 지원 능력이 국산 잠수함 수출의 막판 경쟁력을 가르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잠수함 시장의 승부는 이제 '누가 더 좋은 함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은 국가를 산업적으로 묶어내느냐'로 바뀌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