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공기청정기' 수소 트램, 유럽 시장 진출 가속화…현대로템은 2028년 대전 투입"
"폴란드 Pesa CEO '유럽 향후 수소 트램 50~100대 필요', 다중 에너지원 시스템으로 비용 최적화…중국 포산 실패 사례 교훈 삼아"
"폴란드 Pesa CEO '유럽 향후 수소 트램 50~100대 필요', 다중 에너지원 시스템으로 비용 최적화…중국 포산 실패 사례 교훈 삼아"

지난 22일(현지시각) 영국 롤링스톡 에이전시의 보도에 따르면, 페사는 현재 2개 도시와 15대의 수소 트램 공급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도시들의 본격적 관심…기술 경쟁력으로 시장 확보
페사는 지난해 가을 수소 LRV(경량 철도차량) 개발을 발표하고 신규 트램 플랫폼의 콘셉트를 공개했다. 지지아르스키 회장은 당초 협상 초기 단계에 있는 2개 도시와의 협상 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폴란드의 크라쿠프와 토룬, 독일의 괴를리츠, 그리고 스칸디나비아의 여러 도시들이 수소 트램 구매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페사가 개발 중인 수소 트램의 가장 큰 특징은 다중 에너지원 시스템이다. 지지아르스키 회장은 "미래의 페사 수소 트램은 판토그래프(가공선 집전장치)를 장착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수소 연료 전지뿐만 아니라 배터리와 가공선 전원으로도 구동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소 비용을 감안해 수소 소비를 최적화하고 재정 모델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추가 운항 거리를 확보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페사가 이러한 다중 구동 방식을 강조하는 것은 수소 연료의 높은 가격과 인프라 구축의 어려움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유럽 대중교통 담당자의 93%가 현재 및 미래의 배터리 전기 또는 수소 차량을 운영할 수 있는 전력망 수용량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상태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응답자의 89%는 배터리 전기차의 무게, 주행거리, 전력망 부하 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소 기술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로템, 2028년 대전 수소 경전철로 아시아 시장 개척
현대로템은 대전광역시와 지난해 7월 2934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대전 도시철도 2호선용 수소 연료 전지 트램 34대 공급을 확정했다.
대전 수소 경전철 프로젝트는 2028년 말 개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38.8㎞ 순환선인 대전 2호선은 가공선이 없는 무전주 방식으로 운영되는 세계 최장 무전주 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대전역, 대전역, 세종청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주요 거점을 연결한다.
현대로템의 수소 트램은 4개의 95㎾ 평판형 수소 연료 전지로 380㎾의 출력을 낸다. 최고 속도 시속 70㎞, 1회 충전 시 200㎞ 이상의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트램당 305명을 수용할 수 있다. 2026년 하반기부터 공급이 시작되어 2028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납품된 후, 약 6개월의 종합 시험운행을 거쳐 2028년 말 정식 개통할 예정이다.
포산 사례가 남긴 교훈…기술 우수성만으로는 부족
다만 중국 포산의 수소 트램 사업이 제시하는 경고를 간과할 수 없다. 포산의 6.5㎞ 수소 트램 노선은 2019년 말 세계 최초 상용 수소 트램으로 개통되었으나 지난해 8월 기계 및 시설 점검을 이유로 운영을 중단했다. 총 1억 1800만 달러(약 2580억 원)의 투자로 건설된 이 노선은 장기간 낮은 승객 수로 인해 운영난을 겪어왔다.
포산 운영사 가오밍 현대궤도에 따르면 개통 초기인 2020년 일일 평균 1100명 수준이던 탑승객이 2021년 578명으로 급락했다. 운영사는 '설비 개선 및 점검'을 공식 운영 중단 이유로 제시했으나, 현지 언론 조사 결과 장기간의 낮은 탑승객 수와 연료 전지 교체 시기 도래가 실질적 배경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포산 트램이 직면한 과제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경제성과 인프라 구축의 현실적 문제다. 전문가들은 수소 트램이 배터리 전기 트램보다 높은 운영비용과 복잡한 수소 공급망을 요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프랑스 대중교통 구매 중앙기구(CATP)의 분석에 따르면 15년 동안의 총 보유비용(TCO)에서 수소 버스는 약 130만 유로(약 21억 6300만 원), 배터리 전기 버스는 약 97만 2000유로(약 16억 원)로 집계되었다. 일반적으로 유럽에서 수소 연료는 킬로그램당 10~14유로(약 1만 6000~2만 3000원)에서 공급되고 있다.
현재 유럽에는 187개의 수소 충전소가 운영 중이며, 독일이 전체의 46% 수준인 86개소를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유럽 내 연간 등록된 수소 연료 전지 버스는 378대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으나, 배터리 전기 버스 시장의 4.6% 수준에 머물고 있다. 폴란드 솔라리스가 전년도 245대를 공급하며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기술 우수성과 경제성의 균형이 관건
지지아르스키 회장이 수소 트램의 다중 구동 방식을 강조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현명한 경영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페사의 새로운 트램 플랫폼은 무게를 줄이고 축중을 낮춘 동시에 시속 80㎞의 최고 속도와 우수한 방음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모듈식 설계로 40m 이상의 긴 차량 생산도 가능하다.
유럽 도시들의 수소 트램 도입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도 경제성 문제는 여전히 관건이다. 포산 사례가 보여주듯 기술적 우수성만으로는 장기적 운영 지속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럽의 도시 행정 담당자들도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페사가 전개하는 다중 에너지원 시스템은 초기 수소 인프라 부족 상황에서 실용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더불어 현대로템의 대전 프로젝트가 2028년 안정적으로 개통되어 실제 운영 경험을 축적한다면, 향후 아시아 지역 수소 트램 시장 확대에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