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글로벌 경제전망] "금값 4700달러 vs 유가 50달러"... 역사상 가장 위험한 '자산 대분열'

내년 세계 경제는 인공지능(AI)이라는 강력한 성장 동력과 경기 침체 공포가 공존하는 '다차원적 양극화(Multidimensional polarization)'의 해가 될 전망이다. 특히 금값은 온스당 47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유가는 50달러대로 추락해 자산 가격의 괴리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실물 경기가 식어가는 와중에도 증시만 뜨거운 '불안한 호황'이 예고됐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JP모건 글로벌 리서치센터는 지난 16일(현지시각)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6 글로벌 시장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가 꿰뚫은 2026년의 핵심은 '극단적 쏠림'이다. 기술 확산과 통화 정책, 소비 여력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찢어지며 시장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두브라브코 라코스-부자스 JP모건 글로벌시장전략 헤드는 “우리 전망의 핵심은 주식시장이 AI 수혜주와 비수혜주로 쪼개지고, 미국 경제가 견고한 설비투자(Capex)와 약한 노동 수요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양극화’에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선진국(DM)과 신흥국(EM) 주식시장 모두 두 자리 수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이 양호하고 AI 관련 설비투자가 전 산업으로 확산하며 기업 이익을 우상향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실물 경제 바닥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브루스 캐스먼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무역전쟁 우려와 비(非)기술 분야 수요 부진 탓에 채용을 꺼리고 있다”며 “2026년 미국과 세계 경제가 침체(Recession)에 빠질 확률은 35%에 이른다”고 진단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원자재 시장 전망이다. 경기 활성도를 보여주는 에너지 가격은 바닥을 기는데, 공포 심리를 대변하는 귀금속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현상이 예고됐다.

나타샤 카네바 글로벌 원자재 전략 헤드는 “2026년 원유 공급이 수요를 세 배나 앞지를 것”이라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평균 58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통상적인 호황기 유가를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제조업 수요 둔화를 방증한다. 천연가스 가격(네덜란드 TTF 기준) 역시 공급 과잉으로 메가와트시(MWh)당 28.75유로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금값은 ‘하이퍼 인플레이션’ 수준의 폭등이 점쳐졌다. 그레고리 시어러 비철·귀금속 전략 헤드는 “중앙은행의 매수세와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힘입어 금값은 2026년 4분기 온스당 5000달러에 육박하고, 연평균 4753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 가격 역시 온스당 56달러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는 시장이 겉으로는 AI 호황을 즐기면서도, 속으로는 화폐 가치 하락과 시스템 붕괴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별 통화 정책은 '각자도생' 양상을 띤다. JP모건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26년 금리를 0.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으로 보는 반면, 일본은행(BOJ)은 같은 폭만큼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미라 찬단 글로벌 외환전략 공동 헤드는 "미국의 성장세 덕분에 달러 약세 폭은 제한적이겠지만, 전반적으로 달러 가치는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반면 유로화는 완만하게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화는 금리 인상 호재가 있지만, 재정 건전성 우려 탓에 약세 흐름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JP모건이 제시한 2026년 시나리오는 한국 경제에 명과 암을 동시에 던진다. AI 설비투자 확대는 반도체와 전력기기 등 한국 주력 수출 품목에 확실한 기회다. 유가와 가스 가격 하락 역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금값 4700달러'가 암시하는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은 섬뜩하다. 금값 폭등은 통상 기축통화 질서가 흔들리거나 지정학적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나타나는 신호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금융시장은 언제든 외부 충격에 휘청일 수 있다. 아울러 미국과 일본의 금리 정책 엇박자가 초래할 환율 변동성은 수출 기업의 채산성을 위협하는 뇌관이다. 정부와 기업은 눈앞의 AI 붐에 취해 있을 여유가 없다. 다가올 수 있는 글로벌 복합 위기와 금융시장의 발작적 변동성에 대비해 지금 당장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재점검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