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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템플턴 "2026 투자전망, 신흥시장·유럽株 주목…금리인하·달러약세로 기회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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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템플턴 "2026 투자전망, 신흥시장·유럽株 주목…금리인하·달러약세로 기회 확대"

美 집중 투자 끝나고 전세계로 분산 시대…장기적으론 AI투자·사모펀드 성장, 정부 개입 위험
세계적 자산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이 2026년 글로벌 투자 환경에서 미국 중심 투자 흐름이 끝나고 신흥시장과 유럽, 미국 소형주 등으로 기회가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최근 내놨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세계적 자산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이 2026년 글로벌 투자 환경에서 미국 중심 투자 흐름이 끝나고 신흥시장과 유럽, 미국 소형주 등으로 기회가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최근 내놨다. 사진=로이터

세계적 자산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이 2026년 글로벌 투자 환경에서 미국 중심 투자 흐름이 끝나고 신흥시장과 유럽, 미국 소형주 등으로 기회가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최근 내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와 달러 가치 하락이 이어지면서 신흥시장 채권과 주식, 유럽 주식, 미국 소형주가 내년 투자 선두주자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프랭클린 템플턴 인스티튜트는 최근 발표한 '2026년 글로벌 투자 전망' 보고서에서 "2026년은 미국 이외 지역의 실적 성장과 전 세계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정책에 힘입어 투자 기회가 전 세계로 확대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각국 정부의 시장 개입이 늘어나면서 자본 수익률이 낮아지고 투자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인하·달러약세·채권금리차이 확대가 3대 투자 키워드

보고서는 2026년 투자 환경을 '확산(Broadening)', '가파르기(Steepening)', '약세(Weakening)'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했다.

먼저 확산은 그동안 미국 대형 기술주에 몰렸던 투자 자금이 다른 지역과 자산으로 넓어진다는 의미다. 프랭클린 템플턴은 "향후 12개월간 신흥시장의 기업 실적 증가율이 미국과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로 경제가 살아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도 중앙은행과 정부가 함께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2026년 경제 성장과 기업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소형주와 제조업, 금융주의 실적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빚이 많은 소형주와 제조업체들은 Fed의 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이 줄면서 수익이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주는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와 단기금리 차이가 커지면서 은행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가 개선되고, 자본시장 혁신의 혜택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두 번째 키워드인 '가파르기'는 채권 시장의 수익률 곡선(금리 구조)을 가리킨다. Fed가 단기금리를 내리면 장기금리와 단기금리 사이의 차이가 벌어진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1년짜리 예금 금리는 떨어지는데 10년짜리 채권 금리는 높게 유지되는 상황이다. 프랭클린 템플턴은 "인공지능(AI) 인프라 같은 혁신 분야에 대한 막대한 투자 수요와 미국·독일·유럽·중국·일본의 대규모 정부 빚이 장기 실질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예금에 넣어둔 돈의 이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찾아 채권, 주식, 기업 대출, 사모펀드 같은 자산으로 돈을 옮기게 된다. 특히 소형주, 제조업, 금융주처럼 경기 변화에 민감한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또 현금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사모 대출이나 부동산 투자 같은 대체 자산으로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는 달러 약세다. 올해 들어 달러 가치는 약 10% 떨어졌다. 프랭클린 템플턴은 "미국 노동시장이 부드럽게 안착하면서 Fed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고, 미국 밖의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는 전 세계 자금 흐름이 달러 약세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 약세는 신흥시장 현지 통화로 발행된 채권에 큰 도움이 된다. 신흥국 돈의 가치가 올라가면 수입 물가가 내려가 물가상승률이 잡히고, 이는 다시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추가 금리 인하를 가능하게 해 채권 가격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금값이나 다른 원자재 가격도 달러 약세의 영향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장기 전망 "AI 인프라 투자·사모시장 성장…정부 개입 확대는 위협"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AI 시대', '사모시장의 주류화', '큰 정부의 시대' 세 가지 흐름을 제시했다.

AI 확산은 이제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데이터센터 구축과 차세대 반도체 개발, 그리고 AI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충족할 발전·송전·저장 인프라에 대한 투자 기회가 계속될 전망이다. 프랭클린 템플턴은 "AI가 의료, 교육, 공공서비스 등 저생산성 부문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사모주식, 사모 크레딧(기업 대출) 같은 대체 투자의 대중화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사모펀드는 일반 공모펀드와 달리 소수의 전문 투자자나 기관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아 비상장 기업이나 부동산, 특수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최근 펀드 규제 개선과 데이터 분석 기술 발전으로 일반 투자자의 사모 자산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사모시장 규모는 20226월 기준 117000억 달러(17300조 원), 2017년 대비 연평균 18%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기관 전용 사모펀드 약정액이 2022125조 원에서 2023136조 원, 2024154조 원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다만 프랭클린 템플턴은 "대중화가 진행되면 평균 수익률이 낮아질 것"이라며 "선점 효과가 가장 큰 시기"라고 강조했다.

반면 '큰 정부의 시대'는 경고 메시지다. 세계화가 끝나고 보호무역주의와 산업정책이 확산되면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같은 주요국의 재정적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중앙은행 독립성마저 위협받고 있어, 실질금리 상승과 함께 장기적으로 자본 수익률 하락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프랭클린 템플턴은 우려했다.

한국 투자자에게 던지는 메시지


프랭클린 템플턴의 이번 전망은 한국 개인 투자자들에게 미국 빅테크 중심 투자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시점임을 시사한다. 국내 증권업계도 2026년 반도체·AI를 중심으로 한국 증시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미국주식과 함께 국내 대표주, 신흥시장 ETF, 유럽 우량주를 균형있게 편입하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특히 달러 약세 국면에서는 신흥국 현지 통화 채권이나 금 ETF 같은 자산도 분산 투자 수단으로 고려할 만하다. 다만 지정학적 갈등과 각국 정부의 시장 개입 확대는 변동성을 키우는 위험 요인이므로 철저한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

스티븐 도버 프랭클린 템플턴 인스티튜트 수석 시장 전략가는 "내년에는 투자 기회가 확대되겠지만, 지정학적 분열과 이어지는 물가상승, 무엇보다 자유시장에 대한 신뢰 상실이 위험 요인"이라며 "정부 개입 확대는 역사적으로 투자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