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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에너지 쇼크’ 장기화 태풍… 글로벌 공급망 20% 마비에 세계 경제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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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에너지 쇼크’ 장기화 태풍… 글로벌 공급망 20% 마비에 세계 경제 ‘휘청’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하루 세계 원유 수요 1.4배 공급 중단
유전 셧다운 시 복구에만 수개월… 에너지 가격 하방 압력 상실
미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기름값 인플레이션’에 정치적 명운 걸려
일주일째 이어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로 세계 원유 및 천연가스 공급량의 20%가 증발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일주일째 이어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로 세계 원유 및 천연가스 공급량의 20%가 증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오일 루트’로 불리는 중동의 혈맥이 끊기면서 세계 경제가 유례없는 에너지 고립무원에 빠졌다.

지난 7일(현지시각) 로이터(Reuters) 통신과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일주일째 이어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로 세계 원유 및 천연가스 공급량의 20%가 증발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전쟁의 조기 종식 여부와 무관하게, 파괴된 기반 시설과 정유 시설의 물리적 복구 기간을 고려할 때 고유가 발 경제 위기가 하반기까지 장기화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멈춰 선 산유국 펌프… 하루 1억4000만 배럴 증발의 공포


전쟁의 화마가 중동 유전 지대를 덮치면서 글로벌 에너지 수급 체계는 사실상 붕괴 직전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드론을 동원한 무차별 공격에 나서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들은 즉각 원유 선적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묶인 원유 물량만 약 1억4000만 배럴에 달하는데, 이는 전 세계가 하루 동안 사용하는 원유 양의 1.4배를 웃도는 막대한 수치다.

이러한 공급 중단은 단순한 물류 차질을 넘어 유전 자체의 ‘운영 마비’로 번지고 있다.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이라크와 쿠웨이트는 유전 가동을 중단하는 ‘셧다운’ 조치에 돌입했다.

리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의 아미르 자만 미주 상업팀장은 "유전은 한번 멈추면 시설의 노후도나 차단 방식에 따라 정상 가동까지 수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된다"라며, 전쟁이 끝나도 공급 정상화는 상당 기간 지연될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국제 유가는 개전 이후 일주일 만에 25% 이상 폭등하며 시장의 공포를 반영하고 있다.

카타르 LNG 불가항력 선언… 아시아·유럽 덮친 ‘에너지 도미노’


에너지 위기는 원유를 넘어 천연가스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의 20%를 책임지는 카타르는 지난 4일 이란의 드론 공격 이후 수출 물량에 대해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이는 계약상의 공급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비상상태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카타르가 정상적인 가동률을 회복하는 데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쇼크’는 중동 의존도가 60%에 이르는 아시아 국가들에 직격탄을 날렸다. 인도의 망갈로르 정유(MRPL)가 휘발유 수출 불가항력을 선언한 데 이어, 중국과 태국 등 주요국들도 연료 수출을 중단하고 내수 물량 확보에 급급한 처지다.

일본 역시 전력 선물 가격이 3분의 1 이상 치솟는 등 에너지 대란의 가시권에 들어왔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동 의존도가 높은 한국입장에서 이번 사태는 1970년대 오일쇼크에 준하는 비상상황"이라며 "수입선 다변화가 시급하지만 단기적인 가격 폭등은 피하기 어렵다"라고 우려했다.

트럼프의 정치적 ‘아킬레스건’ 된 휘발유값과 러시아의 반사이익


미국 내부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세계 최대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와 연동된 국내 휘발유 가격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협회(AAA) 조사 결과, 지난 6일 기준 미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32달러로 일주일 전보다 34센트 올랐고, 경유는 4.33달러까지 치솟았다.

시버트 파이낸셜(Siebert Financial)의 마크 말렉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주유소 가격판은 유권자가 매일 확인하는 ‘인플레이션 성적표’"라며, 이번 사태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정치적 위협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러시아다. 미국은 중동 공급망 붕괴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인도 정유사들에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30일간 허용하는 예외 조치를 발표했다.

서방의 제재를 받던 러시아 원유가 중동 전쟁을 틈타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 모양새다. 이번 전쟁은 글로벌 에너지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으며, 각국이 전략 비축유 확충에 나서면서 고유가 기조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