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이란 정유시설 공격에 한국 에너지 수입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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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호르무즈, '거대한 주차장'이 되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달 말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을 불태우겠다"고 공식 경고한 데 이어 실제 유조선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해운사들이 잇따라 운항을 중단하고 선박 보험료가 급등하면서 RBC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Helima Croft) 수석 전략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거대한 주차장이 됐다"고 진단했다.
해협 하루 통과량은 원유·응축유 1500만 배럴, 정제유 400만 배럴에 달하며, 세계 LNG 유통량의 5분의 1도 이 길목을 거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보유한 우회 파이프라인은 하루 500만 배럴 수송이 가능하지만, 전체 물동량과 비교하면 역부족이다.
생산·처리 시설까지 타격… 2019년 악몽 재연 우려
단순한 통로 봉쇄를 넘어 생산·처리 시설이 직접 공격 대상이 됐다는 점이 시장의 공포를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2일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라스타누라(Ras Tanura) 정유시설을 타격했다. 하루 처리 능력 55만 배럴 규모의 이 시설은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같은 시기 카타르의 세계 최대 LNG 수출 시설도 드론 공격을 받아 생산이 멈췄다.
시장 참여자들은 2019년 9월 사우디 아브카이크(Abqaiq) 시설 피격 당시 세계 원유 공급량의 5%가 순식간에 사라졌던 상황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에는 수주 내 시설이 복구됐지만, 이번에는 복수의 시설이 동시다발적으로 기능을 잃었다는 점에서 충격의 깊이가 다르다.
OPEC+·중국 비축유도 '운송 경로' 막히면 무용지물
오펙 플러스(OPEC+)는 다음 달부터 증산을 예고한 상태이고, 중국은 100일 치 수입량을 웃도는 12억 10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확보해 두고 있다. 그러나 뉴욕대학교(NYU) 전문직학업대학(SPS) 에너지·기후정의 및 지속가능성 연구소의 캐롤린 키세인(Carolyn Kissane) 소장은 지난 3일(현지시각) 배런스 기고문을 통해 "물리적 운송 경로가 봉쇄된 상황에서 생산량이나 비축량 확대는 실질적인 완충 기능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키세인 소장은 현재 상황을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심각한 에너지 공급망 스트레스 테스트로 평가했다.
러시아 '반사 수혜'·유럽 가스 재고 비상
가스 시장의 상황도 좋지 않다. 이스라엘이 안보를 이유로 카리쉬(Karish)와 레비아탄(Leviathan) 해상 가스전의 생산을 중단하면서 이집트·요르단행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재고 확충 시기를 앞둔 유럽 역시 가스 가격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다.
한국 경제, 어디까지 영향 받나
한국은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중동 원유 의존도는 전체 수입량의 약 70%에 이른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국내 경상수지는 약 180억~200억 달러(약 26조7300억~29조7000억 원) 악화되는 구조다. 이번 사태처럼 단기에 배럴당 10달러 이상 급등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정유·항공·해운 산업의 원가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의 연료비 부담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사태가 4~6주 이상 장기화될 경우를 가정한 비상 대응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의 마지막 카드, 전략비축유 방출
미국 내 가솔린 평균 가격이 갤런당 3달러(약 4450원)를 넘어설 전망이 나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전략비축유(SPR) 방출 카드를 언제 꺼낼지가 국제 유가 향방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미국을 포함한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1억 80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공동 방출했지만, 가격 안정 효과는 수개월에 그쳤다. 이번에는 물류 경로 자체가 막혀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비축유 방출만으로 가격을 잡기 어렵다는 분석도 상당하다.
캐롤린 키세인 소장은 "시장은 처음에 이번 사태를 단기 지정학적 리스크 정도로 봤지만, 이제는 물류·보험·연료비 전반에 걸친 고비용 구조가 고정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유가 100달러(약 14만8500원) 돌파를 겨우 막아내고 있는 지금, 세계 에너지 시장의 위기 관리 능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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