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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페제시키안 "미국-이란 전면전"...트럼프 마지막 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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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페제시키안 "미국-이란 전면전"...트럼프 마지막 담판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사진=이란 대통령실 이미지 확대보기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사진=이란 대통령실
이란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 누구?

격랑의 중동전쟁과 트럼프의 '마지막 담판'


미국 행정부가 이란을 상대로 전례 없는 군사적 압박과 정밀 타격을 검토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이목은 이란 행정부의 수반인 마수드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다. 전면전을 앞두고 트럼프와 페제시키안의 마지막 담판 소식이 나오면서 페제시키안이 과연 어떻게 나올지가 변수이다.

미국이 이란 핵심 군사시설 및 핵 인프라에 대한 대대적 공격을 감행하기 직전, 마지막 외교적 퇴로로서 정상 간 담판을 타진하는 국면은 중동 현대사에서 가장 폭발력 있는 긴장 국면을 형성한다. 트럼프식 협상술의 핵심은 압도적 군사력을 과시하여 상대방을 벼랑 끝으로 몬 뒤, 상대 수뇌부의 항복에 준하는 양보를 받아내는 데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미국의 카운터파트로 나설 수 있는 ‘이란의 실세’인가 하는 의문은 있다. 이슬람 신정 체제라는 독특한 통치 구조 속에서 페제시키안이 쥐고 있는 실질적 권력의 한계기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고권력자가 얼굴을 보이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그마나 미국이 대화할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창구가 바로 페제시키안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은 1954년 9월 29일, 이란 서아제르바이잔주 마하바드(Mahabad)에서 태어났다. 그의 혈통적 배경은 이란 사회의 주류인 페르시아계가 아닌 아제르바이잔계(부계)와 쿠르드계(모계)의 결합이다. 이는 이란 내 소수민족 출신이라는 한계를 지님과 동시에, 다민족 국가인 이란 내부에서 비페르시아계 대중의 정서를 파고들 수 있는 강력한 정치적 무기가 되었다.

심장외과 전문의에서 대통령까지


그의 본업은 정치가 이전에 의사였다. 타브리즈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심장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페제시키안은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지속된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전방 의무 부대에서 복무하며 전선에서 직접 부상병들을 수술했다. 이러한 참전 경력은 보수파 일색인 혁명 주류 세력으로부터 최소한의 '체제 헌신도'를 공인받는 자산이 되었다. 1994년 타브리즈 의과대학 총장을 맡았으며, 1997년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 정권 출범 이후 보건의료부 차관을 거쳐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보건의료부 장관을 역임했다.

1994년 교통사고로 아내와 자녀 한 명을 동시에 잃은 비극은 그의 인격 형성과 대중적 이미지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는 재혼하지 않고 홀로 남은 세 자녀를 키워냈다. 이란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와 정실주의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페제시키안의 이러한 청렴하고 금욕적인 사생활은 유권자들에게 '부패하지 않은 깨끗한 테크노크라트'라는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그는 타브리즈를 기반으로 연거푸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5선 의원으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이란 의회(마즐리스) 제1부의장을 지냈다. 2024년 5월, 강경 보수파의 핵심이자 차기 최고지도자 유력 후보였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급사하면서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페제시키안은 유일한 개혁·온건파 최종 후보로 출마하여 보수 강경파 사이드 잘릴리를 꺾고 제9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실용주의적 개혁주의’


페제시키안의 정치 노선은 ‘실용주의적 개혁주의’로 압축된다. 체제 전복을 꾀하는 급진적 반체제 인사가 아니라, 신정 체제의 골간을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점진적 사회 개혁과 외교적 실용주의를 추구한다. 철저한 친서방 성향이라기보다는, 미국의 경제 제재 해제를 통한 민생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2015년 타결되었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핵합의)의 복원을 적극 지지하며, 유럽 및 서방과의 대화를 통해 고립 탈피를 모색한다.

여성의 히잡 착용 강제 단속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인터넷 검열 완화와 소수민족 권익 신장을 표방한다. 마흐사 아미니 사망 사건 당시 당국의 불투명한 조사 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전국적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경제 정책에 있어서는 고립 경제와 저항 경제 노선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인정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와 대외 무역 정상화를 통해 파탄 난 이란 경제를 수습해야 한다는 실용적 시장경제 마인드를 지니고 있다.

페제시키안은 물론 란의 최고 실세가 아니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권력 구조는 서구식 민주주의나 통상적인 대통령 중심제와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한다. 이란의 통치 체제는 '벨라야테 파키(Velayat-e Faqih, 이슬람 법학자의 통치)'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실질적 권력 피라미드의 정점에는 최고지도자(Supreme Leader) 즉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있다. 아야톨라는 헌법상 국가원수이자 군 최고사령관이다. 외교, 안보, 핵 개발, 전쟁 선포, 사법부 수장 임명 등 국가 중대사의 최종 결정권을 독점한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아야톨라의 군대다. 혁명수비대는 최고지도자에게 직접 충성하는 군사 집단이자, 이란 경제의 절반 가까이를 장악한 군벌 복합체다. 쿠드스군(Quds Force)을 통해 중동 내 프록시(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반군)를 직접 지휘한다. 헌법수호위원회(Guardian Council) 및 국정조정위원회가 법안 거부권과 공직 후보자 자격 심사권을 쥐고 있다. 대통령은 헌법상 서열 2위 행정부 수반이다. 실질 권력은 내치와 민생 행정에 국한된다. 군사작전권이나 핵무기 개발 중단, 대미 외교의 근본적 전환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헌법적 권한이 없다.

페제시키안은 독자적 결정권을 행사하는 '실세 군주'가 아니라,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경제 파탄과 민중 봉기 위기를 봉합하고 서방과의 외교적 카드 게임을 벌이기 위해 선택한 '외교적 완충재이자 관리자'에 가깝다. 하메네이는 강경파만으로 정권을 채웠을 때 체제 붕괴 위험이 가중된다는 점을 간파하고, 개혁 성향의 페제시키안을 당선되도록 허용함으로써 대서방 협상의 활로를 열어둔 것이다.

트럼프 마지막 담판


미국의 대대적 군사 공격이 임박한 시점에서 트럼프와 페제시키안 간의 담판이 성사된다면,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닌 중동의 명운을 가르는 역사적 분수령이 된다. 트럼프에게 있어 페제시키안과의 회담은 복합적 포석을 지닌다. 우선 군사 공격의 정당성 확보이다. 회담 결렬 시 "우리는 평화를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했으나, 이란이 핵 야욕과 테러 지원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명분을 안팎에 확립한다 트럼프의 거래의 예술(Art of the Deal)도 돋보인다. 압도적 전력을 페르시아만에 전개한 상태에서 페제시키안을 직접 압박하여, 종전의 핵합의보다 훨씬 엄격한 우라늄 농축 영구 포기,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 저항의 축(프록시 네트워크) 지원 중단을 일거에 문서화하려 한다.

페제시키안은 극도로 위험한 외줄타기를 감내해야 한다. 페제시키안이 트럼프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려 할 경우, 이슬람혁명수비대와 의회 내 강경파는 그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탄핵하거나 배제할 수 있다. 하메네이의 사전 재가 없이는 단 한 자의 양보 서약도 체결할 수 없다. 반대로 미국의 요구를 일축하고 결렬을 선택할 경우, 이란의 나탄즈·포르도 핵시설, 호르무즈 해협의 정유 인프라, 나아가 군 지휘부가 미군의 토마호크와 스텔스 폭격기에 의해 초토화되는 파국을 맞게 된다.

담판의 핵심 의제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농축 우라늄의 전량 해외 반출 및 사찰권 복원, 둘째 이스라엘 안보를 위협하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동결 그리고 셋째 헤즈볼라 및 후티 반군에 대한 자금·무기 지원 전면 차단이다. 페제시키안이 이 세 가지 조건을 수락하려면 테헤란의 하메네이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야 한다. 결국 트럼프와 마주 앉는 것은 페제시키안 개인이지만, 그 테이블 맞은편 의자 뒤에는 하메네이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페제시키안이 이 담판에서 혁명수비대의 군사적 야심을 억누르고 하메네이를 설득해 '타협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무력 행사를 정당화해 주는 마지막 요식 행위로 끝날 것인가가 중동의 명운을 결정짓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은 이란 신정 체제의 비주류이자 온건 개혁파로서, 경제 파탄과 대외 고립이라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 정권을 잡았다. 그는 전통적 의미의 독재자나 군사적 실세는 아니지만, 체제의 존망이 걸린 위기 국면에서 테헤란과 워싱턴 사이의 파국을 막아설 수 있는 유일한 공식 창구라는 점에서 역설적인 '지정학적 요충 인물'이다.

트럼프의 대대적 공격 위협 앞에서 그가 감행할 마지막 담판의 성패는, 페제시키안 개인이 가진 온건한 설득력의 문제가 아니라 이란 체제 내부의 신정 권력과 군벌 세력이 현실적 파멸의 공포 앞에서 굴복할 준비가 되었는가에 달려 있다. 중동의 운명은 지금 마수드 페제시키안이라는 인물의 좁은 외교적 기동 공간과, 그를 압박하는 트럼프의 거대한 군사적 힘 사이에서 위태로운 진자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