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마비… 日 나프타 공급망 불안 속 中 대체 수입 급증
6대 기초유분 수입 12배 폭증, 톨루엔 8배↑… '엔저' 뚫고 日 제품보다 10~20% 저렴
에틸렌 공장 가동률 73.5%로 '49개월 연속 불황'… 석유화학협회 "관세 등 정부 대응 촉구"
6대 기초유분 수입 12배 폭증, 톨루엔 8배↑… '엔저' 뚫고 日 제품보다 10~20% 저렴
에틸렌 공장 가동률 73.5%로 '49개월 연속 불황'… 석유화학협회 "관세 등 정부 대응 촉구"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로 중동발 원자재 공급망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중국 화학 기업들이 자국 내 만성적 공급과잉 물량을 초저가로 일본 시장에 대거 밀어내면서 일본 석유화학 산업이 심각한 위기 국면에 직면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로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Naphtha) 조달이 불안정해진 틈을 타, 원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플라스틱 원료와 기초유분이 일본 내수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엔저) 기조 속에서도 중국산 제품이 일본 내수 가격보다 최대 20% 저렴하게 유입되자, 일본 화학 제조사들의 공장 가동률은 4년 넘게 불황 기준선을 밑돌고 있으며 업계 차원의 반덤핑 관세 부과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9월 27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일본 재무부의 최신 무역 통계 분석 결과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일본의 중국산 플라스틱 소재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52% 급증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전체 플라스틱 수입 시장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전 11.8%에서 16.1%로 대폭 확대됐다.
기초유분 수입 12배 폭증… 단절됐던 합성고무 부타디엔도 재개
중국산 화학물질의 일본 침투는 기초 원료부터 완제품에 가까운 가공 소재까지 밸류체인 전반에서 전방위로 전개되고 있다.
필름, 파이프 등 2차 가공 플라스틱 제품의 경우 대중국 수입액이 전년 대비 23% 늘어나 일본의 상위 10대 수입 대상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로써 일본의 플라스틱 가공품 수입 중 중국산 비중은 기존 47.6%에서 51.5%로 절반을 넘어섰다.
3월부터 7월까지 일본이 중국에서 들여온 6대 기초유분 수입량은 총 5만 4,000톤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2배 이상 폭증했다.
페인트와 도료 용제로 쓰이는 톨루엔 수입은 8배 이상 뛰었으며, 타이어용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의 경우 2021년 이후 대중국 수입이 완전히 끊겼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출하가 전격 재개됐다.
호르무즈 봉쇄가 부른 역설… 日 나프타 불안이 中 수요 부채질
일본의 대중국 화학제품 의존도가 이처럼 급증한 배경에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원료 수급난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 화학산업의 핵심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요의 80% 이상을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중동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운송이 마비되면서 중동 이외의 대체 수송로를 확보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나프타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자 일본 정유·화학사들의 원가 부담이 가중됐다.
원료 확보에 애를 먹은 일본 국내 업체들이 생산을 머뭇거리는 사이, 러시아산 저가 원유를 기반으로 원자재 리스크를 방어해 온 중국 기업들이 공급 공백을 파고든 것이다.
국내 조달 환경의 불안정성 탓에 일본 화학사들은 공장 가동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일본석유화학협회(JPCA)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일본 내 에틸렌 생산 설비의 평균 가동률은 73.5%에 머물렀다.
사상 최악을 기록했던 6월보다는 소폭 반등했으나, 업계의 통상적인 '호황·불황 분기점(90%)'을 무려 49개월 연속 밑돌고 있다.
"엔저에도 20% 저렴"… 베이징, 6,000억 위안 석탄화학 신증설에 日 '비상'
일본의 수입 유통업체들은 가격 격차를 이유로 중국산 도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나고야에 본사를 둔 플라스틱 유통사 주부니혼플라스틱스는 전쟁 발발 이후 중국 및 동남아산 수입량을 2~3배 늘렸다.
회사 관계자는 "역대급 엔저 현상을 고려하더라도 중국산 원료는 일본 내수 제품보다 10~20%가량 확실히 저렴하다"며 "원가 절감이 절실한 수입업체 입장에서는 중국산 제품을 계속 들여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중국의 생산 능력이 앞으로 더 거대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 내수 경기 침체로 갈 곳을 잃은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극심한 손실 속에서도 가동을 멈추지 않고 덤핑 수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 정부는 풍부한 자국산 석탄을 원료로 플라스틱과 합성수지를 대량 생산하는 총 6,000억 위안(약 120조 원) 규모의 초대형 석탄화학(CTO)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고 있어 공급과잉은 한층 심화할 전망이다.
일본 화학업계는 정부 차원의 강력한 수입 방어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치쿠모토 마나부(Chikumoto Manabu) 일본석유화학협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중국 화학사들이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역으로 초저가 덤핑 수출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는 일본 국내 제조업체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심각한 위협인 만큼, 반덤핑 관세 도입을 비롯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조직적 대응 강화를 강력히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이란 전쟁 발(發) 나프타 쇼크와 중국의 막대한 석탄화학 증설이 맞물린 이번 사태는, 일본 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동시에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석유화학 생태계 전반에 장기적인 저가 덤핑 도미노 충격을 예고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