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가 양쪽 모두 지배·지원…내수론 생산량 감당 못해 수출 승부 불가피
이미지 확대보기사우디아라비아가 자체 전기차 브랜드 시어(Ceer)를 본격 출범시키면서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대주주인 미국 전기차업체 루시드와 뜻밖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기술 전문매체 레스트오브월드는 사우디 최초의 자체 전기차업체 시어가 프리미엄 전기차를 앞세워 PIF가 지배하는 루시드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게 됐다고 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PIF가 대주주인 시어는 지난달 21일 엑소봇 세단과 SUV를 공개했으며 2027년 3월 고객 인도를 시작할 예정이다. 차량은 사우디에서 설계·개발됐으며 제다 북쪽 킹 압둘라 경제도시 공장에서 생산된다.
PIF는 루시드 지분도 약 58%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루시드에 약 80억달러(약 10조9152억원)를 투자했다.
빌 루소 오토모빌리티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루시드가 사우디가 대규모로 투자한 기존 글로벌 기술·럭셔리 전기차 업체라면 시어의 임무는 사우디 자체 완성차업체와 현지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엑소봇 1100마력…루시드와 겹치는 프리미엄 시장
시어는 PIF와 대만 폭스콘이 2022년 11월 설립한 합작회사다.
시어는 앞으로 5년 동안 추가 모델을 내놓고 2034년까지 차량 부품의 거의 절반을 사우디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첫 모델인 엑소봇 세단과 SUV는 고성능 프리미엄 전기차다. 최고 사양은 1100마력 이상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루시드의 주력 시장과 상당 부분 겹친다. 루시드는 럭셔리 세단 에어와 SUV 그래비티를 판매하고 있으며 최고 성능 모델인 에어 사파이어는 1234마력을 낸다.
루소 CEO는 시어의 초기 제품들이 중국 비야디의 대중형 전기차보다는 루시드의 프리미엄 시장에 더 가깝다고 평가했다.
시어는 아직 차량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PIF 입장에서는 자체 브랜드 시어를 키우면서 동시에 자신이 지배하는 루시드와 같은 시장에서 경쟁시키는 구조가 된 셈이다.
루시드는 올해 주가가 60% 이상 하락했으며 시장가치는 약 16억달러(약 2조1830억원)까지 줄었다.
올해 사우디에서의 판매도 부진했다. 자동차 판매조사업체 포커스투무브에 따르면 올해 1~7월 루시드의 사우디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7% 감소한 반면 BYD는 369% 증가했다.
다만 하심 알파타예르지 사우디 자문업체 카라락 CEO는 BYD와 루시드는 서로 다른 시장을 겨냥하기 때문에 단순 판매량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어·루시드 생산능력, 사우디 내수 감당 범위 넘어서
PIF는 루시드의 부진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루시드는 PIF가 최근 분기 보유내역에서 계속 보유하고 있는 미국 기업 5곳 가운데 하나이며 사우디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 루시드 차량을 최대 10만대 구매하기로 했다.
문제는 사우디 전기차 시장 규모다.
사우디에서는 연간 약 100만대의 신차가 판매되지만 전기차 판매량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다.
알파타예르지 CEO는 연간 전기차 판매량을 약 1만~2만대로 추산했다. 아서디리틀의 조지프 살렘 중동·북아프리카 교통 부문 수석파트너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제외한 2025년 전기차 판매량을 3만5000~4만대로 추정했다.
반면 시어 공장은 연간 최대 24만대를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루시드 역시 사우디에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살렘은 양사의 완전 가동 목표를 합치면 사우디 내수가 단기간에 흡수할 수 있는 규모의 약 10배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에 따라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이 사실상 처음부터 수출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사우디 내수는 시험무대이고 최종 목표는 걸프와 북아프리카를 포함한 해외시장이라는 설명이다.
◇해외 나가면 비야디와 경쟁…현대트랜시스도 공급망 참여
시어가 해외시장에 나가면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글로벌 전기차 전망에 따르면 중동 전기차 판매에서 BYD가 약 60%, 테슬라가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루소 CEO는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 생산공장과 촘촘한 공급망, 낮은 가격 경쟁력을 구축하는 데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며 신생업체가 단순히 외부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같은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어는 핵심 기술과 부품을 글로벌 기업에서 공급받고 있다.
전기모터는 크로아티아 리막에서 공급받으며 현대트랜시스도 전동화 부품 공급망에 참여한다. 차량 플랫폼은 폭스콘에서 받고 BMW의 일부 부품 기술도 라이선스 방식으로 활용한다.
살렘 수석파트너는 시어가 국내외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현지 부품과 정부 지원 금융을 활용해 비야디와 가격 경쟁을 벌이는 동시에 판매·서비스망도 갖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시어가 가진 강점은 장기적인 자금 지원과 사우디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이다.
다만 레스트오브월드는 대규모 자본과 정책 지원만으로 경쟁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며 시어가 제품과 가격, 품질, 생산 실행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