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獨 로봇업체 롭코, 9개월 만에 몸값 두 배…유니콘 등극

글로벌이코노믹

獨 로봇업체 롭코, 9개월 만에 몸값 두 배…유니콘 등극

4000만달러 주식 거래로 기업가치 10억달러 돌파…상반기 로봇·피지컬 AI 투자액, 지난해 연간 규모 웃돌아
독일 뮌헨의 로봇기업 롭코에서 지난 2월 5일(현지시각) 산업용 로봇팔 부품을 조립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뮌헨의 로봇기업 롭코에서 지난 2월 5일(현지시각) 산업용 로봇팔 부품을 조립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독일 산업용 로봇 스타트업 롭코의 기업가치가 불과 9개월 만에 두 배로 뛰어 10억달러(약 1조3644억원)를 넘어섰다.

인공지능(AI)이 소프트웨어 영역을 넘어 실제 공장과 물류 현장에서 움직이는 로봇에 접목되는 ‘피지컬 인공지능(AI)’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르게 몰리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롭코는 신규·기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4000만달러(약 546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각하면서 기업가치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번에 거래된 주식의 대부분은 회사가 새로 발행한 주식이 아니라 임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이다.

롭코는 지난 1월 1억달러(약 1364억원)를 조달할 당시 기업가치가 약 5억달러(약 6822억원)로 평가됐다. 9개월 만에 몸값이 두 배로 오른 셈이다.

새 투자자로는 체리벤처스와 유러피언테크컬렉티브가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인 세쿼이아캐피털, 라이트스피드, 스텔란티스 소유 가문이 지원하는 링고토, 폭스바겐의 자금을 기반으로 한 라이트모티프 등도 이번 거래에 참여했다.

◇AI가 로봇 몸으로…투자자들 ‘피지컬 AI’에 베팅

롭코의 가치 상승은 최근 로봇산업으로 몰려드는 투자 열기를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시장정보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로봇과 피지컬 AI 스타트업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334억달러(약 45조5710억원)를 조달했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이 분야에 투자된 전체 금액보다 많다.

생성형 AI 투자 열풍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를 넘어 실제 물리적 공간에서 움직이고 작업하는 로봇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이 맞물리면서 AI가 스스로 작업을 익히고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산업용 로봇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롭코는 이런 시장을 겨냥해 반복적인 육체노동을 자동화하는 자율 산업용 로봇을 개발한다.

팔레트를 쌓거나 원재료의 무게를 측정하는 등 사람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공장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이 핵심 사업이다.

◇실수하고 스스로 고치는 두 팔 로봇 ‘알피’

롭코가 미국 시장 확대를 위해 내세우는 핵심 제품은 두 개의 팔을 가진 자율 로봇 ‘알피(Alfie)’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특정 작업을 반복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어 다른 작업을 맡기려면 사람이 다시 설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롭코는 알피에 탑재된 AI가 새로운 작업에 스스로 적응하고 작업 중 실수를 인식해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알피를 통해 현재 제조업 현장에서 사람이 수행하는 작업 가운데 80~90%의 자동화를 겨냥하고 있다.

롭코는 미국을 핵심 성장시장으로 보고 텍사스주 오스틴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도 올해 미국 시장 확대를 직접 지휘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거점을 옮겼다.

◇BMW 포함 1000대 이상 판매…연구실 스타트업서 유니콘으로

롭코는 2020년 뮌헨공대 로봇공학·기계지능 연구진이 설립했다.

설립 6년 만에 BMW를 포함한 제조업체들에 1000대 이상의 로봇을 판매했다.

회사는 산업현장의 인력 부족을 보완하고 생산비용을 낮추면서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주요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특히 기존 산업용 로봇처럼 한 가지 업무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통해 공정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롭코는 제조업에서 젊은 노동자들이 반복적이고 힘든 생산라인 업무를 기피하면서 로봇 자동화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롭코에 투자한 세쿼이아캐피털 측도 제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로 인력 부족을 꼽으며 AI가 로봇의 활용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정부도 1500억원 투입…유럽 ‘로봇 주권’ 경쟁

민간 투자뿐 아니라 각국 정부도 피지컬 AI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 1월 ‘AI 로보틱스 부스터’ 프로그램을 출범시키고 AI 기반 로봇 기술의 대형화와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해 약 1억1200만달러(약 1528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독일 정부는 당시 로봇과 AI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면서 미래 가치창출의 상당 부분이 유럽 밖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 AI와 로봇 분야에서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유럽도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피지컬 AI 육성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롭코의 기업가치 10억달러 돌파는 이런 흐름 속에서 나왔다.

AI가 화면 속에서 문장이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단계를 넘어 공장 바닥에서 실제 물건을 들고 옮기며 작업하는 단계로 확장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디지털 AI’에서 ‘물리적 AI’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WSJ는 롭코의 급격한 기업가치 상승이 로봇과 피지컬 AI 기술의 대규모 확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