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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슨모빌·셸 등 석유기업 수장들, 사우디 국제회의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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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슨모빌·셸 등 석유기업 수장들, 사우디 국제회의 불참

리야드 공항 후티 공격에 12명 사망·300여명 부상…에너지·투자 행사 차질 우려
지난 10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이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연기와 화염에 휩싸여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0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이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연기와 화염에 휩싸여 있다. 사진=로이터

엑슨모빌, 셸, BP, 토탈에너지 등 세계 주요 석유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국제 에너지 회의 참석을 취소했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조직 후티 반군이 리야드 국제공항을 미사일로 공격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글로벌 에너지업계 경영진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사우디 정부는 예정된 국제행사를 그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주요 석유기업 경영진이 잇따라 참석을 취소하면서 국제 에너지·투자 중심지로서의 위상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각) 이후 잇따르고 있는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에 대한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주요 글로벌 석유기업 CEO들이 세계석유회의(WPC) 에너지 총회 참석 계획을 철회했다고 12일 보도했다.

이 사안을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엑슨모빌, 토탈에너지, 셸, BP의 CEO들은 당초 11일 개막한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현지 안보 상황이 악화하자 방문을 취소했다.

BP는 "세계석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안타깝게도 이동 차질로 인해 직접 참석할 수 없게 됐다"면서 “중동 지역에서 오랫동안 유지해온 협력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리야드 공항 연쇄 공격…12명 사망·300여명 부상

주요 석유기업 경영진의 참석 취소는 후티 반군이 사우디의 핵심 항공시설을 집중 공격하면서 발생했다.

후티 반군은 지난 10일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미사일로 공격해 12명이 숨지고 300명 이상이 다치는 인명 피해를 냈다. 최근 일주일 사이 해당 공항에 대한 세 번째 공격이었다.

사우디 정부는 이를 비겁한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공격은 이튿날에도 이어졌다.

11일에는 후티 반군이 발사한 순항미사일이 요격되는 과정에서 전날 공격받은 곳과 다른 공항 터미널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사우디 당국이 밝혔다.

후티 반군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무인기 등을 이용해 리야드 공항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또 사우디 동부 담맘 공항과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석유시설 2곳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의 야히야 사리 군사대변인은 사우디 영토 깊숙한 곳까지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경고하면서 특히 사우디의 공항과 영공을 이용하는 항공사, 공항 직원, 여행객들에게 해당 시설을 이용하지 말 것을 거듭 경고했다.

11일에도 킹칼리드 국제공항은 폐쇄된 상태였으며 미국과 독일 등 여러 나라의 대사관은 자국민에게 공항 접근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세계석유회의는 예정대로…국제 투자행사에도 불똥

사우디 정부는 글로벌 석유기업 CEO들의 불참에도 세계석유회의를 예정대로 개최했다.

FT에 따르면 11일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에는 각국 에너지 당국자와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 일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주요 글로벌 석유기업 경영진의 방문 취소는 사우디가 추진해온 국제 에너지·투자 행사에도 안보 문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드러냈다.

사우디는 이달 대규모 국제 투자행사인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도 개최할 예정이다.

FII는 세계 주요 기업의 경영진과 투자자들이 참석하는 사우디의 대표적인 국제 투자행사다.

사우디 당국은 세계석유회의와 FII 모두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항을 겨냥한 공격이 반복되면서 해외 참석자들의 이동과 안전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FT는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시작한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사우디의 국제행사 개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과 연계된 무장세력의 보복 공격이 이어지면서 지역 내 경제활동과 에너지 공급망 전반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멘의 독립 연구기관 사나센터 공동창립자 마제드 알마드하지는 소셜미디어 X를 통해 “후티의 연이은 리야드 공항 공격은 사우디의 정책 결정에 따른 비용을 높이려는 의도적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그는 민간인 피해와 경제활동 차질, 국가 안보에 대한 신뢰 약화를 통해 사우디를 압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해 원유 수출길도 위협…사우디 방공 지원 요청

사우디와 후티 반군의 충돌은 최근 더욱 격화하고 있다.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의 국제적 승인 정부는 지난주 후티 반군에 대한 반격 작전을 시작했다.

후티 반군은 지난 9월 홍해와 수에즈운하로 이어지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내려다볼 수 있는 지역을 장악했다.

이로 인해 사우디 선박의 움직임을 감시하거나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면서 국제 에너지시장에도 불안 요인이 됐다.

사우디는 후티 반군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우방국들에 방공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홍해 연안 얀부 원유 수출터미널을 보호하기 위해 병력과 레이더, 방공체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얀부 터미널은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된 이후 사우디 원유 수출의 핵심 통로가 된 시설이다.

사우디, 파키스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는 지난주 상호방위협정을 처음으로 발동했다고 밝혔다.

이 협정은 파키스탄과 튀르키예의 병력 및 군사 장비를 사우디에 신속하게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우디는 국가 면적이 넓고 동서부에 핵심 에너지시설이 분산돼 있어 방공망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우디의 정책 결정 과정에 정통한 논평가 알리 시하비는 동부의 핵심 기반시설과 송유관, 서부의 원유 수출시설 등을 모두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튀르키예와 프랑스의 방공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다른 국가들도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후티 공격 검토…이란 전쟁 장기화가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에 대한 후티 반군의 공격에 대응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미국이 후티 반군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이 공격에 관해 보고받았으며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는 리야드 공항 공격에 대해서는 끔찍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통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후티 반군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도 말했다.

다만 FT는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요격미사일 재고를 상당 부분 소진해 사우디의 후티 반군 대응 작전에 직접 참여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후티 반군은 이전에 미국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우디와 후티 반군은 2022년 휴전 이후 한동안 대규모 충돌을 피했지만 지난 7월 후티 반군이 사우디 홍해 항만을 봉쇄하고 유조선과 석유시설을 공격하면서 휴전이 무너졌다.

사우디는 2015년 후티 반군이 예멘 수도 사나를 장악한 이후 국제적으로 승인된 예멘 정부를 복귀시키기 위해 내전에 군사적으로 개입했다.

FT는 이번 리야드 공항 공격이 사우디의 민간 항공시설뿐 아니라 에너지 산업과 국제 투자행사까지 위협하면서 중동 전쟁의 경제적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