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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엔 베팅의 덫"… 후지필름, '바이오 CDMO' 대규모 적자에 변혁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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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엔 베팅의 덫"… 후지필름, '바이오 CDMO' 대규모 적자에 변혁 흔들

영업손실 400억 엔→700억 엔으로 적자 폭 급증… 미국 공장 규제 위반 셧다운 등 공기 지연
잉여현금흐름 4년 연속 '마이너스'·순차입금 비율 6년래 최고… 흑자 전환 목표도 1년 연기
'캐시카우' 복합기 사업 분할 추진에 주가 급락… "자산 감액 손실 불가피" 비관론 고조
후지필름 회사 로고(상단)는 일본 도쿄에 위치한 후지필름 홀딩스 본사 인근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후지필름 회사 로고(상단)는 일본 도쿄에 위치한 후지필름 홀딩스 본사 인근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
사진 필름의 몰락을 딛고 첨단 헬스케어와 반도체 전자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하며 '일본 제조업 구조조정의 교과서'로 불리던 후지필름 홀딩스(Fujifilm Holdings)가 야심 차게 추진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부진으로 심각한 실적 난관에 봉착했다.

회사의 미래 성장 축으로 삼고 미국과 유럽 등에 1조 엔(약 8조 5,000억 원)을 쏟아부었으나, 미국 내 제조 시설의 규제 위반 셧다운과 대규모 증설 공기 지연, 초기 수주 부진이 겹치며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금 창출원 역할을 해온 전통 사무기기 사업의 분할 매각까지 추진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월 14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후지필름의 핵심 성장엔진인 바이오 CDMO 부문의 이번 회계연도 영업손실은 당초 예상치였던 400억 엔에서 약 700억 엔(약 5,900억 원)으로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 역시 기존 중반 한 자릿수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美 공장 규제 위반 셧다운과 가동 지연… 신뢰 흔들리는 30% 성장 로드맵


후지필름은 지난 2011년 미국 머크(MSD)의 바이오 사업부를 인수하며 바이오 CDMO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대규모 세포 배양 시설과 유전자 치료제 인프라에 1조 엔 이상을 선제 투자하며 2030 회계연도까지 연평균 약 30%의 고속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장 실행력이 발목을 잡았다.

미국 내 중소 규모 생산시설들이 규제 당국의 품질 및 규정 준수(컴플라이언스) 기준을 맞추지 못해 일시 가동 중단(셧다운)되는 사태를 겪었다.

여기에 미국 텍사스 및 노스캐롤라이나 등에 추진 중인 대규모 신규 생산 허브 건립까지 줄줄이 지연되면서 생산능력이 계획에 크게 못 미쳤다.

초기 임상개발 프로젝트 유치 경쟁에서 글로벌 선두권인 론자(Lonza),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에 밀려 가동률을 끌어올리지 못한 점도 타격을 줬다.

결국 후지필름은 지난 2월, 바이오 CDMO 부문에서 잉여현금흐름(FCF)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2027 회계연도 목표를 2028 회계연도로 1년 연기했다.

한 글로벌 기관투자자는 "핵심 성장 계획이 잇따라 하향 조정되면서 경영진의 사업 실행 전략에 대한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금흐름 4년 연속 마이너스… 대규모 자산 손상차손 불가피 경고


공격적인 설비 투자 확대로 그룹의 재무 건전성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후지필름의 그룹 연결 잉여현금흐름은 2025 회계연도까지 4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으며,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순이자 부채(Net Debt/EBITDA) 비율은 1.65배로 치솟아 최근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자산 가치 상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요시하라 토모코 UBS증권 일본 수석 애널리스트는 "수주 가뭄이 지속되는 중소형 생산 시설을 중심으로 대규모 손상차손(감액 손실)을 반영해야 할 시점"이라며 "잠재적 손실 규모가 상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시카우' 복합기 분할 추진에 주가 17% 폭락… 반도체 호황만으론 역부족


설상가상으로 후지필름이 지난 8월 연간 매출 1조 2,000억 엔(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창출하는 사무용 프린터·복합기 사업 부문(비즈니스 혁신 부문)의 부분 분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시장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바이오 CDMO의 대규모 적자를 떠받치던 든든한 '현금 창출원'을 떼어낼 경우 재무적 완충 지대가 사라진다는 우려로 발표 직후 주가는 하루 만에 17% 폭락했다. 현재 주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턱걸이 수준인 3,400엔대에 머물고 있다.

생성형 AI 붐에 힘입어 첨단 감광액(PR), 화학기계연마(CMP) 슬러리 등을 담당하는 반도체 소재 전자 사업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4% 급증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바이오 부문의 적자 구멍을 홀로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히구치 마사유키 후지필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영업 조직을 쇄신하고 9월 말 미국 내 중소형 시설 점검을 마쳐 운영을 재개한 만큼 중장기 성장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마츠모토 히데키 SMBC닛코증권 수석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그룹 전반의 이익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바이오 CDMO의 조기 정상화와 수익성 회복 여부가 후지필름의 기업 신용등급 유지에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