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선임의 건 등 핵심안건 폐기…정치권 개입 차단 요구 이어져

이번 주주총회는 대표이사 선임과 사외이사 재선임 등 주요 안건들이 폐기된 가운데 △제41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 등 총 4개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앞서 KT는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했으나 주총 5일 전인 27일 돌연 사퇴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주총에서는 대표이사 선임안건이 폐기됐다.
소액주주들의 신임을 얻던 윤 후보의 사퇴로 차기 대표이사에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주주들 사이에 퍼지면서 주총장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소액주주들은 "정치권 출신 인사가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임시 주총을 열어 정관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KT새노조도 "KT 대표이사와 이사회 자리를 차지하려는 정치권 낙하산을 차단하자는 결의를 주주총회 참가자 일동의 긴급 결의로 통과시킬 것을 정식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이사 사퇴에 이어 사외이사 후보 3인도 주총 당일인 31일에 모두 사퇴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강충구 고려대 교수와 여은정 중앙대 교수, 표현명 전 롯데렌탈 대표 등 사외이사 3인의 재선임 안건이 상정돼있었다. 그러나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이 반대의사를 전했고 외국인 투자자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결권 자문기관 ISS도 반대의견을 냈다.
KT는 대표이사 유고라는 상황에서 경영상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표이사 직무대행인 박종욱 사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계를 가동했다.
박종욱 직무대행은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이와 동시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T는 2022년도 연결 기준 매출 25조6500억원, 영업이익은 1조6901억원을 달성했다. 제41기 재무제표 승인에 따라 배당금은 주당 1960원으로 확정했으며 4월 27일에 지급할 예정이다.
KT는 정관 일부 변경 승인에 따라 디지코 B2C 고객기반 확대와 렌탈 사업 추진을 위해 시설대여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또 주주와 소통을 강화를 위해 자기주식에 대한 보고 의무를 신설하고 자기주식을 활용한 상호주 취득 시 주주총회 승인 의무를 신설했다.
이 밖에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 안건 모두 원안대로 의결했다.
한편 이날 주총장 외부에서는 주총장에 입장하려는 소액주주의 대기줄과 KT전국민주동지회의 집회가 뒤엉켜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다. 박 직무대행과 사외이사 등은 이른 시간에 지하주차장을 통해 주총장으로 입장하면서 집회 참여자와 마주치지는 않았다. KT전국민주동지회 측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박종욱 직무대행의 사퇴와 통신 공공성을 바탕으로 한 비상경영을 요구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