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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기업에 관대한 日 총무성, 네이버만 강하게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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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기업에 관대한 日 총무성, 네이버만 강하게 압박

지난해 라인 개인정보 51만건 유출 빌미
日 총무성, 이례적으로 2차례 행정지도
소프트뱅크에 지분 매각 압박
지분 축소 시 네이버 운영 노하우 공백 우려

일본 정부가 라인(LINE)의 고객정보 유출을 빌미로 라인야후에 2차례 행정지도를 실시한 데 이어 네이버와의 자본관계를 재검토할 것을 요구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라인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정부가 라인(LINE)의 고객정보 유출을 빌미로 라인야후에 2차례 행정지도를 실시한 데 이어 네이버와의 자본관계를 재검토할 것을 요구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라인
일본 최대 메신저 앱 서비스인 라인(LINE)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게 네이버와의 자본관계를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면서 네이버-라인의 관계가 한일 외교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먼저 라인야후를 압박한 곳은 일본이다.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에 대한 행정지도에서 네이버에 대한 업무 위탁을 재검토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의 지배력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지분 관계를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라인의 경영권은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라인야후의 중간지주회사 'A홀딩스' 주식을 50%씩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늘리는 순간 라인에 대한 경영권은 소프트뱅크로 넘어가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27일 한국 외교부는 "한국 기업에의 차별적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네이버의 입장을 확인하면서 필요할 때는 일본 측과 의사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인 중에서는 조국혁신당이 이와 관련해 가장 많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27일 윤석열 정부를 향해 "일본 정부의 강제징용 판결 불수용도 묵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묵인. 라인 경영권 탈취 압박도 묵인"하고 있다며 "'친일'(親日)을 넘어 '종일'(從日) 정권"이라고 강하게 비판,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조국혁신당 김준형·이해민 당선인도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가 최근 민간기업인 메신저앱 '라인'에 두 차례 행정지도를 했다. 지분매각 행정지도, 쉽게 말해 지분을 팔고 떠나라는 얘기"라며 "라인은 한국의 네이버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네이버의 지분이 더 많았었는데 꾸준히 줄어 딱 절반씩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본 총무성은 '개인정보 보안이 취약하다'는 이유를 들며 한국 네이버의 지분을 더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와 국내 언론에서도 사기업의 자본관계 재검토를 요구하는 것은 정부의 도를 넘어선 간섭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라인의 경영권이 소프트뱅크에 넘어가게 되면 네이버는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있기에 일본 정부의 주장을 가볍게 여기기 어렵다. 라인은 일본에서만 9800만명의 실사용자를 포함해 2억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라인 메신저는 일본 외에도 대만, 태국 등에서 카카오톡과 같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관련 소식에 정통한 한 업계관계자는 "현재 라인은 일본에서도 적자 상태가 꽤 오래 지속되고 있다. 이것을 일본 정부가 나서서 가져가려고 하는 것은 의도가 있어 보인다"면서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더 확보해 라인의 경영권을 가져가게 되더라도 지금 라인 운영에 들어가는 데이터센터나 인프라 등 노하우는 네이버 측에 있다. 단순히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만으로 단기간에 네이버의 운영 노하우를 금세 정상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했다.
라인야후는 지난 26일 일본 개인정보위원회에 정보 유출 재발 방지책을 정리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한국 네이버 등 외부 기업에 위탁하는 시스템을 재검토해 이를 조기에 분리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지난해 일본에서 100만건 이상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는 총 8건 발생했다. 그 중 지난해 10월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인 NTT서일본에서는 고객 정보 928만견이 유출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일본 총무성은 지난 2월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고, 이후 NTT서일본의 '관리감독 강화' 개선책을 받아들였다. 같은 개인정보 유출이지만 네이버의 경우 확인된 개인정보 유출은 51만건으로 그 숫자가 적다. 그런데도 일본 총무성은 이례적으로 두 차례 행정지도를 실시한데다 경영권마저 빼앗으려 하고 있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