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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부터 폐배터리까지' 새 먹거리 확보 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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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부터 폐배터리까지' 새 먹거리 확보 경쟁 치열

진입 장벽 낮아 규모의 경제로 투자 수익 창출
LG·SK·롯데 등 10대 그룹사 신사업에 빠른 행보


SK이노베이션 충전소 콘셉트. 사진=SK이노베이션이미지 확대보기
SK이노베이션 충전소 콘셉트. 사진=SK이노베이션

경기 침체로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계가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급부상하고 있는 시장에서 파생되는 신사업에 주목하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파생되는 충전 인프라나 폐배터리 사업 등에 하나둘 진출하며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 폐배터리는 전기차의 성장 보폭에 따라 동반 성장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자동차나 배터리 업계뿐만 아니라 에너지 및 유통 등 다방면의 산업으로부터 낮은 진입 장벽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충전기 사업은 기술적 전문성보다는 투자와 규모의 경제로 실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들의 진입이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 전 세계 전기차 충전기는 180만 기로 평균적으로 전기차 1대당 1기 이상의 충전기가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50만 기가 지난해 설치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업계는 충전기 시장이 매년 적어도 2~3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전기차 대중화에 따라 폐배터리 시장도 2030년부터 본격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폐배터리는 경제성과 더불어 환경보호 관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현재는 폐배터리의 수거율이 현저하게 부족한 상황이지만 전기차가 대중화되고 관련 법령이 보완됨에 따라 사업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폐배터리 활용 방안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한 재사용(re-use), 원자재를 추출해 다시 공급하는 재활용(re-cycle), 원자재 추출 없이 다시 제조하는 재제조(re-manufacturing) 방식이 있다. 어느 방식이든 재활용률이 높아진다면 폐배터리 사업은 원자재 수급의 위기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완화해주는 보완적·기능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사용 후 배터리 시장 전망. 사진=SK이노베이션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사용 후 배터리 시장 전망. 사진=SK이노베이션 홈페이지

LG·GS·SK·한화·롯데 등 시장 선점 경쟁


전기차 충전 인프라·폐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서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으며, 국내 주요 기업들도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우선 신사업 부문으로 전기차 주변 먹거리를 찾아 나선 국내 대기업으로는 범LG가(家)와 SK그룹, 삼성그룹,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한화그룹 등이다.

LG그룹은 클린테크 관련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삼고 향후 5년 동안 2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클린테크 사업은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폐플라스틱,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확보, 탄소 저감 기술 강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중 특히 폐배터리 부문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이 이미 600억원을 투자해 북미 배터리 재활용 업체 ‘라이사이클(Li-Cycle)’ 지분 2.6%를 확보하며 시동을 걸었었다. LG엔솔은 국내 기업 에코프로와 손잡고 연간 2만톤(t) 규모의 폐배터리 재활용 계획을 세운 바 있다.

LS그룹은 지난 4월 계열사인 E1과 지분 50%씩을 출자해 LS이링크(E-Link)를 설립하기도 했다. 전기·전력 분야의 기술력과 충전소 운영 노하우를 통해 전기차 충전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녹아들어 있다.

LG전자와 GS에너지의 협력 관계가 주목받기도 했다. LG전자는 GS에너지와 전기차 충전 원천기술을 보유한 ‘애플망고’를 인수해 지분을 나눠 가졌다. LG전자가 지분 60%(60억원), GS에너지와 GS네오텍이 각각 34%와 6%를 취득했다. LG전자가 충전기를 공급하면 GS칼텍스 전국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운영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주도로 차세대 성장 사업으로 강력 육성하고 있는 폐배터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이미 지난해 ‘BMR(Battery Metal Recycle) 추진담당’을 신설했다. 상용화하고 있는 니켈·코발트·망간 회수 기술과 달리 순도가 높은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로 시장 차별화를 꾀하고 시장 선점을 서두르겠다는 계산에서다.

지난 14일 SK이노베이션은 성일하이텍과 폐배터리 금속 재활용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SK온과 연계한 배터리 순환경제를 구체화하고 있어 중장기 기업가치 상향 요인이 높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SK온에서는 배터리를 생산하고 SK이노베이션과 성일하이텍의 합작법인은 배터리 리사이클링을 구체화하는 방식이다.

SK그룹은 충전기 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전기차 충전 장비 업체 시그넷이브이를 사들였으며, 또 SK E&S를 통해 올해 3월 미국에서 충전기 4600기를 설치 운영하는 에버차지를 인수해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SK시그넷이 최근 1500만 달러(약 206억원)를 투자해 미국에 연간 1만 기 이상의 초급속 충전기 생산력을 갖춘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해당 공장은 350kW급 초급속 충전기를 주력 생산하기로 하고 내년 2분기부터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SK네트웍스 또한 새로 인수하는 에스에스차저를 통해 전기차 충전사업에 진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등이 투자사 등과 제휴해 초고속 충전 인프라 임대 사업 및 백화점이나 마트 등의 기존 사업장에 충전기를 설치해 고객 유치, 광고 효과 등에서 적잖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 유통 기업들은 에너지 분야 혹은 자동차 제조사들과 협업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는 방식이다.

롯데그룹의 경우 현대차그룹·KB자산운용 등과 제휴해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해 2025년까지 전국 주요 도심에 초고속 충전기 5000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IT서비스 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를 통해 이미 충전 통신 규약을 획득했고 지난 4월에는 SK시그넷과 협력, 신세계아이앤씨가 운영하는 전기차 충전소에 충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셀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한화큐셀을 필두로 전기차 충전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지난 5월 ‘한화모티브’라는 신규 브랜드를 론칭했다. 초기에는 한화 계열사 건물 주차장 상업용 빌딩 주차장을 시작으로 공동 주택이나 업무용 빌딩 등에 충전소를 구축하는 등 사업 방향을 다각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한화큐셀은 미국 텍사스에서 개발하고 있던 발전소용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 총 7개를 스페인 재생에너지 개발 및 민자발전사업(IPP) 기업 악시오나에 매각하기도 했다. 폐배터리 활용 방안을 마련하면서 이익을 얻는 구조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