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귀에도 친숙한 일본의 브랜드들은 장인 정신으로 유명한 일본의 이미지에 걸맞게 긴 세월 동안 기업 특유의 콘셉트를 고수하여 세계 장수 기업에도 이름을 올리는 오래된 브랜드가 많다. 이런 브랜드의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쌓아 올린다고 만들어질까? 그 뒤에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이름을 각인시켜 지금의 명성을 얻기 위해 넘어지고 구르며 무수히 노력한 과정이 숨어 있을 것이다.
소비자는 어떤 식으로 브랜드를 인지하고 기억하여 구매에 이르게 될까? 이 책은 뇌과학이나 심리적 측면 등 이론적인 설명도 충실하지만, 무엇보다 특정 브랜드를 기억하는 실제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소비자의 수만큼 브랜드 스토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방과 후에 여자 친구와 교실에 남아 같이 먹었던 특정 브랜드의 과자가 있다. 지금도 그 과자를 보면 그때 교실의 풍경과 설레는 감정과 창밖에서 들리는 떠들썩한 소리까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되살아나듯, 개인의 정서적 기억과 공간적 기억이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데 큰 몫을 한다. 나아가 그런 자전적 기억들은 그 사람이 앞으로 브랜드를 선택하고 구매할 때에도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잘 만든 광고만으로 소비자의 기억에 각인시키는 시대는 지났다. 주입식 스토리가 아닌 소비자의 추억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스토리. 마케팅이나 브랜딩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분명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고, 그러지 못한 사람들도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깨칠 수 있는 기업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저자는 일본이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는 잘하지만, 과거의 성공 체험에 얽매인 방법론자의 생각이 기업 내에 여전히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힘은 부족하다고 했다. 반면 혁신적인 도전을 거듭하며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우리나라 기업에 브랜드 스토리를 입히는 힘이 더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 책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기업인들이 꼭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김소영 번역가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