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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1세기 디지털 소작농과 배민 B마트의 골목상권 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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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1세기 디지털 소작농과 배민 B마트의 골목상권 학살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정연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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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희 회장
지금 온 세상이 인공지능(AI)과 초지능의 도래로 난리법석이다. 대기업들은 인공지능 시대를 지배할 핵심 연료로 ‘빅데이터’를 꼽으며, 이를 현대의 ‘원유(原油)’라 부른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디지털 유전(油田)에서 매일 밤낮없이 원유를 길어 올리는 진짜 주인공은 누구인가? 바로 대한민국 방방곡곡의 골목길을 지키며 새벽부터 물건을 나르는 우리 동네 슈퍼마켓 사장님들과 소상공인들이다.

우리 슈퍼 사장님들이 땀 흘려 매장을 유지하고, 식당 사장님들이 불판 앞에서 쌓아 올린 구매·배달 영수증에는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얼마에 소비하는가]에 대한 고도의 실시간 라이프스타일 데이터가 담겨 있다. 이 데이터야말로 AI 시대를 움직이는 가장 순도 높은 원유다.

‘디지털 문맹’ 속으로 파고 든 ‘데이터 약탈 잔혹사’


하지만 잔인하게도, 유전의 주인인 소상공인들은 자신이 기름을 파내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디지털 문맹’의 처지에 놓여 있다. 그리고 그 무지의 틈새를 타, 배달의민족이라는 플랫폼 대기업의 정교한 ‘데이터 약탈 잔혹사’가 벌어지고 있다.

과거 중동의 부국들은 자신들의 땅에서 원유가 나오자 글로벌 석유 자본을 상대로 ‘자원 주권’을 선언하며 막대한 부를 쥐었다. 그러나 배민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디지털 유전 구조는 기괴하기 짝이 없다.

우리 자영업자들은 매달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플랫폼을 쓰고 시스템을 구축한다. 내가 돈을 내고 내 매장에서 손님을 받아 만들어낸 ‘원천 데이터’다. 하지만 이 데이터는 생성되는 즉시 배민의 서버로 빨려 들어간다.

단골손님 상세 주소, 소비 패턴 데이터도 제공 않는 배민


배민은 점주들에게 "개인정보 보호"라는 철벽 같은 핑계를 대며 정작 우리에게는 단골손님의 상세 주소나 소비 패턴 분석 데이터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내 매장을 찾는 손님의 정보를 내가 볼 수 없는 황당한 ‘데이터 차단’이다.

반면, 배민은 그렇게 공짜로 긁어모은 데이터 원유를 정제해 자신들만의 거대한 AI 왕국을 건설한다. 소비자가 앱을 켜자마자 지갑을 열게 만드는 고도의 AI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기업 가치를 수조 원으로 뻥튀기해 글로벌 투자판에서 판돈을 키운다. 우리 소상공인은 비용을 내고 노동력을 갈아 넣어 데이터까지 상납하는, 그야말로 현대판 ‘디지털 소작농’으로 전락했다.

더 심각한 본질은 배민이 약탈해간 데이터가 결국 우리 동네 슈퍼마켓들의 목을 죄는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는 점이다.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B마트'는 단순한 온라인 슈퍼마켓이 아니다. 외식업 사장님들과 우리 동네 슈퍼들이 전방위로 구축해 놓은 골목상권의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품목이 마진이 남고 어떤 지역에서 퀵커머스가 터지는지 앉아서 완벽하게 파악한 뒤 침투한 '데이터 기반의 침략자'다.

신선식품, 두부, 계란, 쓰레기 종량제 봉투까지 배달


동네 슈퍼의 생명줄인 신선식품, 두부, 계란, 심지어 쓰레기 종량제 봉투까지 배달하며 골목을 초토화하는 B마트의 인프라는, 역설적이게도 골목 상인들이 무상으로 제공한 데이터 원유로 굴러가는 알고리즘의 결과물이다. 적에게 우리를 죽일 좌표와 화력을 우리 손으로 쥐여준 꼴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소상공인 단체들은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다. 고작 수수료 몇 퍼센트 인하, 앱 내 쿠폰 발행 같은 대기업의 생색내기용 ‘불량 사탕’ 몇 개에 감격해 배민의 방패막이를 자처하는 성명서를 내놓는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통째로 넘겨주고 처갑집 양념치킨 서비스 요구하는 호구 노릇이자, 역사에 남을 ‘머슴 인증샷’이다. 우리 전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이러한 굴욕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배민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자영업자들이 눈앞의 현금 몇 푼이 아니라, 자신들이 약탈당한 ‘데이터의 진짜 가치’를 깨닫는 순간이다. 이제 투쟁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먹고살기 힘드니 도와달라"는 구걸의 정치는 끝났다. AI 시대의 소상공인 생존법은 철저하게 '데이터 주권 선언'이어야 한다.

한국외식업중앙회와 사상 최초로 대연합 전선 구축


우리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배민의 불공정 거래에 함께 신음하고 있는 대한민국 자영업의 중심, 한국외식업중앙회와 사상 최초로 손을 잡고 대연합 전선을 구축할 것이다. 외식업의 압도적인 머릿수와 우리 슈퍼의 유통 명분을 하나로 묶어, 배민의 ‘데이터 독점 및 자사 우대 불공정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정식 신고하고 전면전에 돌입할 것이다.

우리의 요구는 명확하다. 우리가 매장을 유지하고 노동을 갈아 넣어 데이터를 ‘생성’하는 비용을 배민이 무상으로 편취해 갔으니, 당장 소상공인들에게 데이터 주권을 돌려주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라. 또한 남의 데이터로 골목 슈퍼를 학살하는 B마트의 품목을 즉각 제한하라.

이 싸움은 단순한 이권 다툼이 아니다. AI 시대에 소상공인들이 배민의 ‘디지털 소작농’으로 고사할 것인가, 아니면 내 유전의 주인으로서 당당한 주인으로 거듭날 것인가를 결정하는 역사적 분수령이다. 골목상권의 미래는 이제 ‘데이터를 보는 눈’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