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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청년에게 미래는 왜 이렇게 비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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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청년에게 미래는 왜 이렇게 비싼가?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월급이 들어오면 통장이 잠깐 웃는다. 하지만 월세와 대출이자, 교통비와 식비가 차례로 빠져나가면 잔액은 다시 조용해진다. 경제성장 뉴스는 넘치는데, 정작 청년들의 통장에는 성장의 온기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생활비와 소득 사이에 벌어진 간격이다.

예전에는 취업이 인생의 첫 관문이었다면 지금은 취업 이후의 삶이 더욱 어렵다. 어렵게 취업해도 비정규직과 단기 일자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복지 격차가 기다린다. 그래서 청년들은 “일자리가 있느냐”보다 “그 일로 안정적인 독립과 미래 보장이 되느냐”를 먼저 묻는다.

채용공고를 보면 신입인데 경력 2~3년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청년들의 입장에서는 경력을 쌓으려면 취업해야 하고, 취업하려면 경력이 필요하다. 이른바 ‘경력의 벽’이다. 기업도 교육 부담을 줄이고 싶겠지만, 신입에게 경험만 요구하는 구조는 청년의 첫 출발을 어렵게 만든다.

AI와 자동화는 이미 업무 방식을 바꾸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는 기계가 대신하고 기업은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다룰 숙련된 인재를 찾는다.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하는 산업에 맞춰 다시 배울 기회와 실제 현장 경험이다.
독립을 꿈꾸며 원룸을 알아보지만, 월세와 관리비를 계산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집값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생활비까지 오르면 청년의 저축 속도는 더 느려진다. 집을 사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당장 살아가는 비용에 쫓겨 미래를 준비할 여유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전세 대출이나 생활자금 대출은 당장 숨통을 틔워주지만, 이자는 매달 찾아오고 금리가 움직이면 본인 부담도 달라진다. 청년에게 대출은 단순한 금융상품을 넘어 미래 소득을 미리 사용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주거 안정과 금융의 부담을 함께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청년은 노동자이면서 소비자이고 미래의 가구주다. 그런데 소득이 늘지 않고 주거비가 오르면 외식 한 번, 여행 한 번도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소비가 줄면 자영업과 내수시장도 영향을 받는다. 결국 청년 통장 문제는 개인의 문제에서 한국 경제의 소비와 성장 문제로 연결된다.

결혼과 출산을 개인의 가치관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안정적인 직장과 주거 공간, 감당할 수 있는 생활비가 갖춰지지 않으면, 미래 계획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린다. “왜 결혼하지 않느냐”라고 묻기 전에, “결혼해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인가”를 먼저 물어봐야 한다.

같은 청년이라도 부모의 경제력이 출발선을 바꿀 수 있다. 누군가는 부모 도움으로 집을 구하고 공부에 집중하지만, 누군가는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해야 한다. 노력의 차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격차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 능력이 아니라 공정한 출발선이다.
필자는 청년수당이나 주거비 지원은 어려운 시기에 분명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러나 지원만 반복해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청년이 원하는 것은 계속 지원받는 삶이 아니다. 제대로 일하면 집을 구하고 저축하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노동시장과 안정된 주거 기회다.

기업은 좋은 인재를 원하면서도, 신입 교육에는 인색할 때가 있다. 대학교 역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과 동떨어진 교육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기업·학교·정부가 함께 직무교육과 인턴십, 현장훈련을 확대해야 한다. 청년에게 “준비하라”고만 말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진행되면 앞으로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커질 것이다. 문제는 청년 세대 숫자는 줄어드는데, 경제적 책임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청년에게 미래를 준비하라고 하면서 미래의 사회적 비용까지 떠넘긴다면, 세대 간 신뢰는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경제가 불안하면 청년의 사회를 바라보는 생각도 달라진다. 종교와 정치, 조직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개인의 자유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흐름도 나타난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경험이 가치관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청년 문제는 청년만의 책임이 아니다. 좋은 일자리와 감당할 수 있는 주거비와 합리적 금융비용, 공정한 노동시장과 교육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정부는 구조개혁에 집중하고 기업도 채용과 교육의 책임을 나눠야 한다. 일하면 자립할 수 있다는 믿음이 청년에게 필요한 조건이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