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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골목상권은 살아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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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골목상권은 살아남을까?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임대료·인건비·원재료비가 오르는데 매출은 정체되면서 동네 카페·슈퍼의 생존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 점주는 비용을 줄이려 직접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쉬는 날까지 줄인다. 재료비용과 공과금이 오르면 수익은 더 줄어든다. 결국 자영업은 사업보다 고강도 노동에 가까워진다.

특히 국내 카페 시장은 이미 과잉 경쟁에 있다. 비슷한 메뉴를 판매하는 매장이 한 상권에 몰리면서 가격 경쟁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소비자는 저렴한 커피를 선택할 수 있지만, 매장의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진다. 저가 커피의 확산은 개인 카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확대는 경쟁 격차를 벌리고 있다. 대형 브랜드는 강한 구매력과 물류망, 광고와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가격과 상품을 관리한다. 반면 개인 카페는 제한된 자본으로 임대료와 원재료비,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을 직접 감당해야 한다. 결국 경쟁 출발점부터 다른 것이다.

편의점의 빵 시장 진출도 유통 구조 변화를 보여준다. 주요 편의점들은 자체 브랜드(PB)를 앞세워 소금빵과 바브카 등 인기 제품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대량 구매와 표준화된 물류를 통해 저렴한 상품을 공급하며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고, 동네 빵집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가성비와 편의성은 중요한 가치다. 고물가 상황에서 저렴하면서 품질이 괜찮은 상품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형 유통망이 커질수록 소규모 사업자의 경쟁 부담도 커진다. 따라서 편리한 소비가 지향하면서 지역 상권의 다양성과 소상공인의 설자리는 줄어든다.

필자는 “매출 증가가 반드시 점주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본다. 임대료와 인건비, 카드 수수료, 배달과 플랫폼 비용을 제외하면 실제로 남는 금액은 제한적이다. 매출을 높이려고 영업시간을 늘릴수록, 노동 부담도 커진다. 결국 점주의 시간들이 비용을 대신한다.

플랫폼 중심의 소비 확산은 소규모 매장에 부담이다. 온라인 주문과 배달은 편의를 높였지만, 사업자는 수수료와 광고비라는 추가 비용이 생긴다. 대형 브랜드는 규모를 활용할 수 있지만, 개인 매장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유통 효율의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구조체계가 장기화하면 폐업과 신규 창업이 반복되는 불안정한 상권이 만들어질 수 있다. 매출이 줄고 비용이 상승하면 버티기 어려운 점포는 문을 닫는다. 빈 점포가 늘고 새로운 창업자가 들어오는 과정이 반복되면, 지역 상권의 지속성과 공동체 기능도 약해질 수 있다.

동네슈퍼가 마주한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마트보다 프랜차이즈 편의점이다. 대형마트는 일정 거리를 이동해야 하지만, 편의점은 주택가와 골목 곳곳에 자리 잡는다. 전국적인 구매력과 물류망을 갖춘 편의점이 생활권 바로 옆에서 영업하며 동네슈퍼의 소비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동네슈퍼는 가까운 거리와 주민과의 관계, 소량 판매를 강점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편의점은 전국 단위 구매력과 물류망, 자체 브랜드 상품, 할인 행사와 24시간 영업을 앞세운다. 경쟁력이 개인의 노력보다 공급망과 운영 효율에 좌우되면서 동네슈퍼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편의점은 이제 담배와 음료를 넘어 도시락과 즉석식품, 빵, 커피, 신선식품까지 상품 영역을 무한대로 확대하려 한다. 우선 동네슈퍼가 담당했던 생활밀착형 소비를 하나씩 흡수하면서 골목상권의 소비 흐름도 바뀌고 있다. 편의성 확대와 소상공인 위축이라는 양면성이 나타난다.

정책 지원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대출과 일시적 보조금은 당장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지만 높은 임대료와 플랫폼 비용, 과잉 경쟁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자영업 정책도 생존자금 지원을 넘어 지역 상권과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세계 유통산업은 매장 수를 늘리는 경쟁에서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판매 공간뿐 아니라, 온라인 주문의 픽업·배송 거점으로 활용된다. AI를 활용한 수요예측과 실시간 재고관리도 중요해, 향후는 규모와 운영 효율이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한국 유통산업의 지속이 가능한 발전은 규모의 경제와 저비용 구조, 지역 상권의 다양성을 조화시킴에 있다. 대형 기업은 물류와 데이터 혁신을 계속하고 소상공인은 지역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효율성과 다양성이 함께 살아남는 구조를 만들 때 골목상권도 지속될 것이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