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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반도체 열전 (58) 클라우드 컴퓨팅...아마존-구글-MS 빅테크 3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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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반도체 열전 (58) 클라우드 컴퓨팅...아마존-구글-MS 빅테크 3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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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김대호 진단] 반도체 열전 (58) 클라우드 컴퓨팅...아마존-구글-MS 3파전

소유’에서 ‘대여’로의 변화

인공지능과 반도체를 이야기할 때 클라우드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영어 단어 클라우드(Cloud)의 원래 뜻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다. 이 구름이 컴퓨터의 세계로 들어서면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 된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개별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프로그램과 사진, 문서를 직접 담아두지 않고, 인터넷 저편 보이지 않는 곳에 뜬 ‘거대한 디지털 구름’ 속에 모든 컴퓨터 자원을 모아둔 뒤 필요할 때마다 원격으로 꺼내 쓰는 기술을 의미한다.

쉽게 비유하자면 전기 공급 시스템과 같다. 집에서 전등을 켜고 가전제품을 작동시키기 위해 마당에 직접 발전기를 돌리는 사람은 없다. 한국전력 발전소가 만들어 둔 전기를 전력망을 통해 끌어다 쓰고, 쓴 만큼만 요금을 지불한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기업마다 값비싼 대형 컴퓨터와 서버를 사서 전산실을 직접 짓고 엔지니어를 고용해 관리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거대한 데이터센터가 만들어 둔 초고성능 컴퓨터의 연산 능력과 저장 공간을 인터넷으로 빌려 쓰고, 사용한 만큼만 요금을 낸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가속기(GPU),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TSMC의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만들어내는 최첨단 칩들이 최종적으로 향하는 곳도 결국 이 거대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핵심은 ‘소유’에서 ‘대여’로의 변화다. 회사나 개인이 컴퓨터 작업을 하려면 본체 안에 하드디스크를 넣고, 윈도우를 깔고, 한글이나 오피스 프로그램 CD를 사서 컴퓨터마다 하나씩 설치해야 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건물 한구석에 에어컨이 쌩쌩 돌아가는 서늘한 ‘전산실’을 만들고, 냉각기와 전원 장치를 갖추며 비싼 컴퓨터를 줄지어 세워두었다.

클라우드는 이 모든 복잡한 쇳덩어리를 내 눈앞에서 완전히 치워버렸다. 인터넷 선만 꽂혀 있다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축구장만 한 건물(데이터센터) 안에 있는 초고성능 컴퓨터를 내 컴퓨터 모니터로 불러와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클라우드컴퓨틴은 빌려 쓰는 범위에 따라 일상생활 속에서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빈 땅과 골조만 빌리기 (인프라 대여): 아무것도 깔리지 않은 순수한 빈 컴퓨터 본체와 거대한 저장 공간만 빌리는 방식이다. 내 입맛대로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깔아서 쓰고 싶을 때 사용한다.
-주방 조리대까지 빌리기 (개발 환경 대여): 프로그램을 만드는 개발자가 잡다한 설치 작업 없이 곧바로 코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준비된 작업대를 빌리는 방식이다.
-완성된 요리를 시켜 먹기 (소프트웨어 대여): 일반 사용자가 매일 접하는 방식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인터넷 창만 켜면 바로 쓰는 서비스다. 구글 드라이브, 넷플릭스, 웹 브라우저에서 바로 열리는 메일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결국 클라우드란 뜬구름 같은 허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컴퓨터와 반도체가 쉼 없이 돌아가는 거대한 '디지털 공장'이다.왜 하필이면 컴퓨터 기술에 ‘구름’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이 이름은 기술자들이 종이 위에 회로 지도를 그리던 습관에서 출발했다.1970~1980년대 통신 기술자들은 서울과 부산, 혹은 본사와 지사 사이에 통신망을 어떻게 연결할지 설계도를 그렸다. 본사와 지사 사이에는 수많은 전화선과 교환기, 복잡한 전선들이 얽혀 있었다. 도면을 그리는 사람 입장에서 그 수천 가닥의 전선을 일일이 다 그리는 것은 불가능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기술자들은 복잡한 중간 구간을 종이 위에 뭉게구름 모양으로 대충 둥글둥글하게 그려 넣었다. 이 구름 표시는 "이 안쪽의 복잡한 기계 장치는 알 필요가 없다. 이쪽에 데이터를 집어넣으면 구름을 통과해 반대편으로 잘 나온다"는 약속이었다.이 구름 표시가 인터넷 시대를 거치며 통신망 전체를 뜻하는 말로 굳어졌다. 그러다 2006년, 당시 구글의 최고경영자였던 에릭 슈미트가 공식 행사에서 "이제 모든 데이터와 프로그램이 인터넷 구름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선언하면서 전 세계가 이 기술을 ‘클라우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학자들의 상상에서 거대한 인공지능 공장까지


클라우드의 발전 과정을 되짚어 보면 반세기에 걸친 거대한 흐름이 한눈에 들어온다.가장 먼저 1960년대 과거의 학자들은 "언젠가 컴퓨터도 수돗물처럼 수도꼭지만 틀면 쓰는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원대한 상상을 품었다. 방 하나를 가득 채우던 비싼 대형 컴퓨터를 여러 사람이 나누어 쓰던 발상이 그 시작이었다.

이 상상이 현실의 거대한 비즈니스로 꽃을 피운 결정적 계기는 2006년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발상 전환이었다. 아마존은 매년 11월 블랙프라이데이나 연말 쇼핑 시즌이 되면 접속자가 평소의 수십 배로 폭증했다. 손님을 받기 위해 아마존은 비싼 컴퓨터 서버를 대규모로 사들여야 했다. 하지만 세일 기간이 끝나면 그 비싼 컴퓨터의 80% 이상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텅텅 빈 채 전기만 축내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이때 아마존의 경영진은 "쇼핑 비수기에 놀고 있는 서버를 남들에게 빌려주자"라는 기막힌 역발상을 떠올렸다.

그렇게 2006년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문을 열면서 2010년대에 접어들자 넷플릭스,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들이 줄줄이 탄생했다. 이들은 자체 전산실을 지을 막대한 돈이 없었지만, 아마존의 컴퓨터를 빌려 쓰며 서버실 없는 스타트업들의 대성공 신화를 써 내려갔다.오늘날 현재에 이르러 클라우드는 거대한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 시대를 열어젖혔다. 단순히 데이터를 보관하던 수준을 넘어, 수만 대의 컴퓨터와 첨단 반도체가 결합해 인류의 지능을 대신 계산하는 거대한 공장으로 진화한 것이다. 뒤이어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거대한 자본을 들고 이 시장에 뛰어들며 본격적인 글로벌 삼국지 경쟁이 시작되었다.

빅테크 기업들이 가장 많은 돈을 버는 비결


클라우드는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이 세상에서 가장 알짜배기로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손님의 목돈 부담을 없앤다.기업들은 처음에 수십억 원씩 들여 서버실을 지을 필요가 없다. 매달 쓴 만큼만 수도세 내듯 내면 되니 부담 없이 고객으로 들어온다.한번 들어오면 빠져나가기 어렵다. 이른바 자물쇠 효과이다. 회사의 방대한 고객 명단과 장부, 업무 프로그램을 다른 회사 클라우드로 통째로 옮기는 일은 집 전체를 이사하는 것보다 수십 배는 더 위험하고 힘들다. 따라서 고객들은 한번 쓰기 시작하면 거의 다른 곳으로 도망가지 않고 매달 따박따박 사용료를 낸다.

수십만 대의 컴퓨터를 한 번에 사고, 전기를 직접 끌어다 쓰는 초대형 빅테크의 단가를 일반 기업이나 후발 주자는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다. 만들수록 원가가 내려가니 마진이 30%가 넘는 알짜 사업이 된다.현재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은 사실상 미국의 3대 거인 기업이 좌지우지하고 있다.그 첫째는 시장을 개척한 압도적 1위 사업자 아마존(AWS)이다. 가장 많은 소프트웨어 기능과 전 세계에서 가장 넓은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보유하며 시장의 맹주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둘째는 윈도우와 오피스로 다져진 기업 영업력을 무기로 삼은 마이크로소프트(애저)다. 챗GPT를 만든 오픈AI와 손을 잡고 전 세계 기업 고객을 무섭게 끌어들이며 선두 아마존을 턱밑까지 맹추격하고 있다.

셋째는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구글(GCP)이다. 독보적인 인공지능 연구력과 데이터 검색 기술, 그리고 자체 개발한 전용 인공지능 칩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 지분을 넓혀가고 있다. 이 세 거인 기업이 지금 사활을 걸고 짓고 있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다.

인공지능 챗봇이 사람처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컴퓨터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 거대한 연산을 감당하기 위해 매년 수십조, 수백조 원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쏟아붓고 있다.그리고 이 데이터센터의 핵심 부품이 바로 반도체다.인공지능의 두뇌 역할을 하는 엔비디아의 컴퓨터 칩 바로 옆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만드는 초고속 메모리(HBM)가 반드시 딱 달라붙어 있어야만 제 속도를 낸다.수많은 데이터를 찰나의 순간에 읽고 쓰기 위해 들어가는 대용량 서버용 D램과 초고속 저장장치(SSD) 역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구름 속 데이터센터를 크게 지으면 지을수록, 그 안에 뇌세포로 들어가는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주문서가 두둑하게 쌓이는 구조다.

구름 속에서 열리는 반도체의 새로운 미래


클라우드 컴퓨팅은 더 이상 단순한 컴퓨터 빌려 쓰기가 아니다. 100년 전 공장마다 전기를 공급해 산업혁명을 일으켰던 거대한 '발전소'처럼, 21세기 인공지능 문명을 움직이는 거대한 '디지털 지능 발전소'다.우리가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리고 인공지능에게 질문을 던질 때, 그 답은 내 폰 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늘 위 구름 속에 자리 잡은 수십만 대의 반도체 칩들이 맹렬하게 머리를 맞대고 계산해 낸 결과물이다.빅테크 기업들이 클라우드라는 거대한 공장을 계속 확장해 나가는 한, 그 심장에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의 수요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하늘을 지탱하는 이 거대한 구름의 중심에 바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서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