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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유통산업, 이제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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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유통산업, 이제 변해야 산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한국 경제는 고물가와 고환율,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해, 유통업계의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소비 여력이 줄어 들면서 매출 확대가 어려운 가운데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제 유통산업은 기존 방식의 한계를 넘어 구조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소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자유롭게 오가며 상품을 비교하고 구매한다. 이에 따라 유통기업은 특정 채널에 의존하기보다 고객과 상품, 재고와 물류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해야 한다. 옴니채널과 유니파이드 커머스는 변화한 소비환경에 대응하는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21세기 총아로 부상한 인공지능은 유통산업의 운영 방식을 바꾸는 핵심 기술이다. AI를 활용하면 수요를 예측하고 적정 재고를 유지하며 상품 발주를 자동화할 수 있다. 맞춤형 추천까지 결합하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경쟁력의 강화에 도움이 된다.

물류 시스템 역시도 AI와 자동화 체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자율주행과 물류 로봇, 스마트센서와 공급망 금융 등은 상품의 이동과 재고관리를 더욱 정교하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용 절감과 배송 개선, 공급망 안정성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한국의 기술 변화는 대형마트 규제 논쟁과도 연계한다.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이 도입될 당시는 오프라인 유통과 전통시장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과 새벽배송, 퀵커머스가 성장하면서 당시와는 다른 유통환경을 고려해, 규제의 목적과 효과를 다시 살펴볼 시점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변했다. 관련 조사는 의무휴업 완화·폐지 의견이 59.5%, 영업시간 규제 완화·폐지 의견이 58.8%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론조사만으로 규제 폐지를 결정할 수 없다. 소비자 편의와 전통시장 보호를 함께 놓고 실증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한국경제인협회 자료에서도 의무휴업일 전통시장 식료품 구매금액은 감소한 반면, 온라인몰 구매액은 크게 증가했다. 다만 모바일 쇼핑 확산과 코로나19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에, 유통규제가 온라인 성장과 전통시장 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KDI 분석도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한 지역 대형마트 매출은 증가했지만, 전통시장 등 다른 오프라인 업태의 매출이 감소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규제의 효과가 지역과 소비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률적인 정책보다는 지역별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필자는 규제 논쟁의 핵심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중 어느 한쪽의 승패로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제 변화한 유통환경에 맞춰 규제 목적을 재설계해야 한다. 영업시간을 조정하는 동시에 대형마트의 물류·디지털 인프라를 지역경제와 연결하는 새로운 상생 모델도 검토할 수 있다.
정책 해결에는 연구기관의 제안보다 이해당사자 간의 협의가 기본이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소상공인, 소비자단체, 온라인업체,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영업시간과 배송, 물류, 상권 보호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규제 완화와 보호정책을 대립시키기보다 현실적 접점을 찾아야 한다.

기술 전환은 대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소상공인도 공동구매와 공동물류, 모바일 주문, 디지털 고객관리 등을 활용해 규모의 경제적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 정부 역시 일회성 보조금에 머물기보다 소상공인이 AI와 물류 플랫폼을 활용할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대형마트도 보고서 등을 통해 규제 완화만 요구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AI 수요예측과 자동화 물류, 온라인 주문과 매장 픽업을 결합해 소비자가 체감할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 규제가 사라진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기술과 운영혁신이 뒤따라야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규제와 기술은 서로 대립하는 문제의 관계가 아니다. 과거 규제가 오프라인 상권 보호를 중심으로 설계됐다면 미래 정책은 디지털 유통환경과 지역경제, 양극화와 소비자 편의를 고려해야 한다. 규제는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기업은 기술로 경쟁력을 높이며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한국 유통산업의 경쟁력은 규제 완화보다 변화에 대한 적응력에 달려 있다. AI와 자동화, 데이터 통합으로 비용과 서비스를 혁신하고, 소상공인과 전통시장도 디지털 전환에 참여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규제개혁과 기술혁신을 연결해야 지속이 가능한 유통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