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그러나 설득과 배려를 기대했던 '실천'은 비타협의 연장에 있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향한 경기도민의 청원은 '답변 완료'로 무력화됐다. 산후조리비 지원이 9월로 끝나며 10월부터는 전면 중단되면서 그 이후에 출산하는 임신부들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언제 태어났느냐로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기습 폐지에 따른 반발이 크게 일었다. 고의 삭감이 아니고 재정은 부족하다는 게 경기도의 해명 골자다. 타협은 없었다. 설명도 부실했다. 임신부의 '배부른' 호소가 정말 '배부른' 소리로 들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설마 임신부들이 시위하겠나, 하는 마음일까.
경기도 재정 상황을 비상이라며 불요불급한 예산을 조정하고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추 지사는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런 줄 몰랐다는 게 추 지사의 하소연 아닌 하소연이었다. 전임 지사에게 책임을 미루는 듯한 발언을 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그 연장선에서 경기도 각종 복지·문화 예산은 주름이 지면서 축소·취소되고 있다. DMZ 영화축제 예산도 다시 들여다본다는 것이고, 안중근 의사 유묵 환수 예산도 취소됐다. 돈은 없고 민생은 급하다는 논리다. 문화계가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다. 문화인들이 무슨 결기가 있어 시위를 하겠나, 하는 마음일까.
추 지사는 전세금 12억 관사와 7000만 원이 넘는 관용차 논란도 무대응으로 일관한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다. 그러면서 경기도 재정 상황을 응급환자에 비유하고 자신은 의사라고 했다. 환자를 고치는 의사에게 환자가 이 지경이 되도록 했냐고 따지지 말라고 강변했다. 도 재정이 기침하니 도비를 받아야 할 시군은 몸살이다. 각 시군은 내년 예산을 대부분 원점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필수 사업도 축소하고 축제 등 겹치는 행사는 폐지하며 벌써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갔다. 추 지사는 나아가 지방세 수입을 광역단체에도 일정 배분을 해달라는 요구도 한다. 특히 반도체 관련 몇몇 세금 잘 걷히는 시군들로서는 펄쩍 뛰며 곳간 지키기에 나섰다.
여성 정치인이었기에 받았던 배려와 환대를 배려 차원에서 돌려달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세심함과 모성 같은 따스함을 기대하는 건 그리 무례한 부탁은 아니지 않을까.
중앙 정치에서 하던 오랜 습관과 투쟁 성향이 고스란히 도정을 물들이고 있다. 비타협과 선제 공격 그리고 약점 파고들기…. 더 걱정되는 건 자신의 결정이 무결점이라는 확신에 빠질까 하는 점이다. 빛바랜 구호 '선명성'이 '진정성'을 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 고작 취임 4개월에 접어들었다. '뾰족한 얼음의 각(角)처럼 곤두선 언어와 타협을 모르는 서릿발 같은 기세'가 지나치면 '진정으로 귀를 기울이는 이 없고 저마다의 독백만이 메아리치는 광장'에 경기도민은 서 있어야 할지 모른다. 아니 언젠가 도지사 혼자 서 있을지 모른다.
엄정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stoday@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