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일본은 2006년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으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편의점 업계는 고령자를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보기 시작했다. 고령화가 심할수록 편의점이 지역의 최종 생활체인망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을 사업전략에 반영한 것이다.
로손은 일본 총리였던 아베의 권유로 2015년 고령자를 위한 ‘케어로손’을 선보였다. 개호보험 상담과 간편 조리식·성인용 기저귀 판매, 운동 교실과 건강상담도 운영한다. 편의점이 소비와 복지를 잇는 공간으로 변한 것이다. 물건을 팔면서 사람의 삶까지 살피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일본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치매 노인 응대 교육을 한다. 치매 노인이 방문하면 근무일지에 기록하고 다음 근무자에게 전달한다. 세븐일레븐 계열에서는 2021년 기준 3만 8,000명이 교육을 이수했다. 작은 관심이 고독사와 안전사고를 막는 사회적 안전망이 될 수 있다.
일본의 인구감소 지역에는 편의점이 주민의 일상을 지키는 ‘등대’로 비유된다. 쇼핑, 배달, 건강상담, 행정서비스가 한 곳에서 연결하기 때문이다. 편의점 본부들이 사회적 필요를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받아들였다는 점도 중요하다. 공익과 수익을 대립시키지 않고 결합한 것이다.
한국 편의점 업계는 고령층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일부 확대하고 있지만, 적극성은 제한적이다. 국내 업체들은 고령자 시장 규모가 아직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매우 빠르다. 시장이 커진 뒤 움직인다면, 변화의 비용은 결국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
한국은 일본보다 늦게 고령화가 시작됐지만, 진행 속도는 매우 빠르다. 그런데도 무인 키오스크와 디지털 서비스는 고령자의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정부가 통합돌봄을 강조한다면 병원과 복지관뿐 아니라, 편의점과 시장도 돌봄 인프라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편의점에 모든 공익적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돌봄 상담, 이동판매, 건강관리, 교통서비스 등에 제도적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민간기업의 선행이 아니다. 공공과 민간이 지역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국 편의점이 일본보다 매장이 작다는 현실적 제약은 있다. 하지만 공간이 작다고 사회적 역할까지 작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화 주문과 배달, 지역 복지기관 연계, 고령자 우선 응대처럼 공간을 크게 차지하지 않는 서비스도 많다. 문제는 면적보다 의지와 서비스 설계에 있다.
일본에는 고령자가 시장을 보는 행위 자체를 걷기와 대화, 인지 활동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따라서 무조건 배달만 늘리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노인이 안전하게 걸어 나와서 물건을 고르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고령 친화 정책이다.
정부는 제도를 만들고 재정을 지원하고, 편의점 본부는 전국 점포망·물류망을 활용하면 된다. 지자체는 지역별 수요를 연결하면 된다. 역할을 나누면 편의점은 상업시설을 넘어 지역의 생활 거점이 될 수 있다. 공익을 기업에 강요하기보다 지속 가능한 협력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고령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공헌’ 발표가 아니라, 어르신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매장이다. 일본 사례는 편의점이 사회의 빈틈을 메우는 등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정부와 편의점 본부도 보여주기식 캠페인을 넘어서, 일상에서 체감되는 공익 서비스로 답해야 한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